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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알싸한 매운 맛 효능도 굿… ‘한국음식의 생명’ [김셰프의 낭만식탁]

by세계일보

마늘요리

김치부터 나물무침·찌개·찜까지

모든 요리에 빼놓을 수 없어

몸 따뜻하게 하고

스태미나에 좋은 슈퍼 푸드

스페인·이탈리아 소비량 많아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

감바스 알 아히요 등

마늘이 ‘당당한 주인공'


바구니 가득 마늘을 얹어 놓고 어머니와 함께 마늘 껍질을 벗기며 함께 드라마를 보던 기억은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작은 추억이다. 요즘처럼 손질된 마늘을 보고 있자면 편리함을 얻는 대신 놓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잠시나마 생각하게 한다

세계일보

마늘을 넣은 올리브오일 콩피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늘

음식을 만들기에 앞서 항상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기본적인 재료인 간장, 고추장, 된장 같은 양념장은 물론 소금, 후추, 설탕처럼 간을 낼 수 있는 조미료들이 필요하다 . 그리고 요리의 다채로운 향과 속맛을 낼 때 들어가는 기본 향채라는 재료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 음식에 빠질 수가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늘이다.


한국 음식의 묘미는 발효와 양념이라고 생각한다. 그 진수가 들어간 것이 바로 김치인데, 김치만 하더라도 깊은 맛을 내기 위해 한없이 다양한 양념장들이 어머니들의 손을 거쳐 집집마다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다. 그 김치 양념에 마늘은 빠지지 않는다. 김치의 빨간 양념장 주인공인 고추를 먹기 훨씬 이전부터도 마늘은 양념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불고기, 나물무침, 찌개, 국, 갈비찜 어떤 요리에도 마늘은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한다.


마늘 껍질을 벗기는 일은 일주일마다 오는 작은 행사였다. 부엌일을 하기 좋아했던 나는 어머니랑 앉아 바구니 가득한 마늘 껍질을 벗기며 드라마를 보는 게 저녁시간 행복한 추억 중 하나였다. 마늘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어머니의 마지막 노하우였는데, 어머니는 항상 다진마늘 한 수저씩을 넣은 뒤 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콩나물국에 다진마늘 한 큰술이면 고루 퍼지는 그 형용할 수 없는 깊은 향이 온 집안에 가득해 저녁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마늘이 넉넉히 있다면 다른 조미료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늘이 없는 한국 음식을 상상해 보았는가. 당장 마늘이 안 들어간 반찬들이 있을까 뽑아본다면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물론 마늘이 없어도 음식은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마늘의 부족한 맛을 채우기에 대체할 만한 재료는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비슷한 생강이나 양파, 파 같은 향채들이 마늘을 대신할 수 없다.


이처럼 마늘은 그 어떤 재료보다도 한국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마늘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옛날 일화이기는 하지만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음식점이나 거리에 마늘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했다. 우리가 마치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향신료 같은 것 아닐까 싶다. 마늘이 우리 삶의 녹아들어 있는 정도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시대 이래로 계속 먹어 왔는데,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된 웅녀 설화를 빗대어 생각한다면 마늘의 위치를 짐작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조선시대의 마늘은 지금의 우리가 아는 마늘이 아니라 달랑괴(야산), 족지(소산), 달래의 종류로 야생마늘 종류였다. 우리가 아는 마늘은 ‘대산’으로 중국 한나라시대 때에 ‘장건’이 서아시아에서 들여온 품종으로, 그 후에 우리나라에도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본초강목에서는 ‘마늘을 날로 먹으면 노여움이 발동하고 삶아서 먹으면 음란해지므로 삼가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말 그대로 먹으면 쓰고 열이 많이 나지만 스태미나에 좋은 건강식품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풀어쓴 글이 지금처럼 마늘의 효능을 아는 세대에게는 조금 재미있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세계일보

마늘 허브 바게트

#서양에서의 마늘

한국인에게서 마늘냄새가 많이 난다는 얘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은 마늘을 싫어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마늘은 서양음식 문화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흡혈귀 드라큘라를 퇴치할 때에 마늘을 던지는 장면은 어린 시절 보았던 공포영화의 꽤 인상 깊은 장면이다. ‘마늘이 얼마나 향이 심했으면 저 강력한 드라큘라조차도 피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마늘은 서양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고, 질병이나 악령을 퇴치할 수 있다고 밑을 정도로 신뢰도 있는 식자재였다. 물론 강한 향 때문에 곁들이는 정도가 우리와는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리에 곧잘 사용된 재료인 것은 확실하다.

세계일보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마늘 소비량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도 많다. 파스타만 하더라도 마늘이 주인공인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 파스타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감바스 알 아히요’나 ‘카수엘라’ 같은 유명한 요리에도 마늘이 필수다. 그 외의 인접 국가는 마늘과 함께 샬롯이라는 작은 양파 모양의 향채를 애용한다. 양파보다는 향이 강하고 마늘보다는 부드럽고 달다.


요즘에는 워낙 재료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아시아 음식, 특히 한식의 영향으로 마늘의 이용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가끔 방송에서 외국인들이 삼겹살 쌈에 마늘을 쌈장에 찍어 한입 가득 먹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다소 어려운 듯한 우리의 양념과 발효 문화도 곧 세계 속의 대중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베이컨을 넣은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 만들기

5분 삶은 면 130g, 마늘 5톨, 페페론치노 3g, 치킨육수 250ml, 올리브오일 20ml,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0ml, 베이컨 50g, 가루 파마산 치즈 1ts.


① 팬에 올리브오일을 둘러 준 후 편 썬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색을 내준다. ② 다진 베이컨을 넣어 마늘과 함께 볶아 맛을 내준 후 치킨육수를 부어준다. ③ 면을 넣고 면이 육수를 머금을 수 있게 저어주며 버무려 준다. ④ 페페론치노를 뿌리고 육수가 자작해지면 가루 파마산 치즈를 뿌려 농도를 잡아준다. 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를 뿌려 버무려 접시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