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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신선한 야채·고기에 깔끔한 국물 맛… 속까지 시원

by세계일보

모던샤브하우스

호텔에 온 듯 고급스러운 분위기


유자청양 등 6가지 육수 엄지척

가양버섯매운탕샤브샤브

버섯과 미나리 무한리필 ‘푸짐’

칼국수와 겉절이 김치 대체불가


로바타탄요 제주

제주 토종 ‘구엄닭’ 코스 선봬

오돌뼈 뭉친 닭완자 등 식감 ‘굿’

7월 초부터 시작된 장마는 이제 본격적으로 수도권을 쥐락펴락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오는 날에는 역시 펄펄 끓는 시원한 국물에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데쳐먹는 샤부샤부가 최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의 샤부샤부전문점은 대개 육수에 샤부샤부를 해먹고 국수로 중간식사한 뒤 남는 국물에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해외의 샤부샤부 스타일을 옮겨와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성을 살린 곳이 많아져 고르는 즐거움이 상당히 커졌다.

김새봄의 열세 번째 먹킷리스트는 ‘개성 있는 샤부샤부 맛집’이다.

세계일보

모던샤브하우스 샤부샤부 시그니처 세트

#한중일양을 동시에 만나는 퓨전 샤부샤부

최근 블로그에 ‘모던샤브하우스’의 이야기를 이렇게 썼다. ‘한국식 샤부샤부 발달사의 정점’, ‘한중일양식·남녀노소를 모두 사로잡은 곳’. 너무 극찬이 아닌가 싶어 또다시 곰곰이 생각해봐도 잘라낼 말이 딱히 없다. 서울의 심장 광화문, 그중에서도 중앙인 D타워에 위치한 ‘모던샤브하우스’는 일단 들어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웅장한 가게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런 맛에 외식하지’라고 되뇌며 호텔에 온 듯 상당히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빈자리에 가는 짧은 순간, 가족단위의 방문객을 고려해 창가를 따라 구성된 스위트한 테이블 구조에 만족감이 가득해진다.


육수는 감칠맛 나는 버섯 육수에서부터 깔끔한 유자청양, 매콤한 된장, 코코넛 그린커리 등 의외면서도 기발한 6가지 육수가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육수는 유자청양. 끓이기 전부터 향긋한 유자 향과 알싸한 고추 향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냄비 주변을 맴돈다. 펄펄 끓으며 상큼한 향과 더불어 청아미를 더하는 육수에 고기와 야채들. 잘 익은 고기 한 점과 데친 쑥갓을 특제 소스에 콕 찍어 한 입 먹으니 주이시한 육즙이 깔끔한 국물과 함께 흘러내리며 고소한 맛이 입안 전체를 휘감는다. 야채는 향긋하게 이 모든 것을 입안에 싹 동여매준다. 눈 깜짝할 새 해치우고 나니 생라멘이 입장한다. 고기 육즙과 야채수가 빠져나온 육수에 라멘을 끓여 유자청양라멘을 만드는데 순식간에 일본에 와버렸다. 감칠맛 나는 버섯육수는 그냥 죽 대신 휘핑, 달걀 등을 넣어 트러플 리조또를 만들어 준다. 한국에서 시작해서 이탈리아로 마무리. 그린커리 육수는 우동면으로 국수를 삶아 순식간에 태국에 데려다 준다.

세계일보

가양버섯샤브칼국수

#넘치도록 버섯을 쌓아 주는 버섯 샤부샤부

여의도에는 양대산맥 맛집빌딩이 있다. 두 주인공은 바로 ‘여의도백화점’과 ‘홍우빌딩’. 여의도백화점에는 지금쯤 콩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을 테고, 홍우빌딩은 ‘가양버섯매운탕샤브샤브’에 방문객이 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가양버섯매운탕샤브샤브는 여의도 주민 혹은 직장인들이라면 가보지 않은 사람을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유명하다. 먼 곳에서도 시간 내 찾아가는 사람들이 한보따리인 홍우빌딩의 연예인 격인 곳이다. 인기 비결은 칼국수와 김치에 있다. 샤부샤부의 모든 절차가 칼국수를 더 맛있게 하는 길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곳 육수의 비결은 무한리필 버섯과 미나리로 짐작된다. 뚜껑을 덮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느타리버섯을 주면서 무제한이라는 빗장까지 풀었으니, 버섯과 야채를 신나게 먹으면 먹을수록 국물에 시원한 힘을 실어줘 ‘과식행 직행열차’를 타게 된다. 재채기가 나올 듯 말 듯, 고춧가루 가득 풀어 코끝을 훅 치고 올라오는 매콤한 육수에 넘치도록 합류한 야채수는 빛깔도 참으로 영롱하다. 정신없이 버섯을 해치우고 준비된 칼국수면을 넣는다. 면은 일반 칼국수의 3배 정도 되는 두께인데, 숙성을 했는지 끓일수록 부피가 더욱 커지면서 동시에 쫄깃해진다. 면의 숨구멍 사이로 국물이 쏙쏙 배어들며 떡인지 면인지 분모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쫀득함은 배가 된다.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고춧가루와 마늘을 사정없이 넣어 맵고 칼칼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쫀득한 면발의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게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

세계일보

로바타탄요 제주 닭 샤부샤부

#일식의 섬세함과 만난 토종닭 샤부샤부

일본식 화로구이인 로바타야키로 압구정에서 주름 좀 잡았던 ‘로바타탄요’. 제주도에 또 다른 둥지를 틀면서 제주도 토종닭인 ‘구엄닭’을 이용한 ‘토종닭코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됐다.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샤부샤부에서 ‘로바타탄요 제주’의 재료를 이해하게 된다. 대개 샤부샤부 전문점에서는 얇게 썬 고기나 해산물을 데쳐먹지만 로바타탄요는 특이하게도 오돌뼈를 뭉친 닭완자와 닭다리살을 데친다.


뽀얗고 진한 닭육수에 새송이버섯과 표고, 배추, 대파를 넣고 육수가 뽀글뽀글 끓어오르면 닭완자와 닭다리살을 모두 넣는다. 닭다리살에서 나온 지방이 녹아 나오며 국물은 점차 도톰해진다. 그대로 익혀먹어도 맛있는 닭다리살은 감칠맛 높은 닭육수와 만나서 부드러운 매력을 마구 뽐낸다. 닭다리살이 당연히 맛있는 케이스였다면 닭완자는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다. 살코기와 오돌뼈를 동시에 다져 살짝 데쳐내니 오독하면서도 유연한 식감이 제대로다. 다채로운 맛과 식감, 개성까지 회포를 제대로 풀었다. 뜨끈하고 부드러운 국물에 향긋한 표고냄새, 완자의 오독한 식감까지 술꾼들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로바타야키 전문점으로 인기몰이한 스킬이 오롯이 반영돼 있다. 마지막 남은 국물에 끓인 죽 역시 부드러움의 퀄리티가 남다르다. 혀에 닿자마자 감칠맛만 남긴 채, 스르륵 녹아 없어지니 가히 솜사탕에 비유할 만하다. 진정한 요리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