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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안젤리나 졸리’도 있었던 유방암 ‘가족력’…미리 확인 가능?

by세계일보

“진단 받은 가족 수 많을수록, 진단 받은 나이 어릴수록 위험도↑”

가족력 있는 사람들 상당수 ‘유전적 변이’ 보유…‘유전성 유방암’

유방암 대물림 유전자 변이 ‘BRCA1/2’…혈액검사로 쉽게 확인

가족력, 병 걸리기 전 유전적 변이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단서’

‘가족력’ 파악 후 적절한 검진‧예방법 알고 대처하는 것 매우 중요

세계일보

안젤리나 졸리. 연합

“내가 유방암이라면 내 딸도 유방암이 생길 위험이 있을까?”


유방암을 진단받은 많은 환자들이 하는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가족력’이다. 이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모든 암에도 해당되는 걱정이다. 실제로 한 여성의 1도 가족인 어머니, 딸, 자매가 5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을 때 그 여성의 유방암 발생 확률은 가족력이 없는 경우보다 2배 정도 높다.


그렇다면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방암 위험이 높은 원인은 무엇이며,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과 한상아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한 교수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 가족 수가 많아질수록, 진단받은 나이가 어릴수록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20세까지 건강했던 여성이 80세까지 유방암에 진단될 확률을 ‘유방암 평생위험도’라 한다. 평생위험도에 의미 있게 영향을 주는 요인은 ‘유방암에 걸린 가족이 몇 명인지’와 ‘그들이 유방암에 진단된 나이’다.


유방암 진단 가족 수가 많아질수록 유방암 위험도는 높아지고, 1명의 1도 가족이 유방암에 진단된 경우 더 젊은 나이에 진단됐을 때 유방암 위험이 더 높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대물림되는 유전적 변이가 확인된 유방암을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한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가 대물림되면서 유방암이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유방암이 가족 내에서 여러 건 진단되는 원인 중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인자 중 가장 강력한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5~10%는 이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 유전적 원인 중 대표적인 변이가 ‘BRCA1’과 ‘BRCA2’ 유전자 변이로 전체 유전성 유방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유전성 유방암은 미국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로도 유명하다.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사망하고, 이모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을 보였던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암 진단을 받기 전 유전자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BRCA1 유전적 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다.


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유방암이 생길 평생 위험도는 87%, 난소암이 생길 평생 위험도는 50%로 알려져 있다.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낮추기 위해 암이 아직 생기지 않은 유방조직을 제거하는 ‘위험 감소 유방 절제술’과 ‘위험 감소 난소 절제술’을 받았다.


우리 몸의 세포 내에서는 계속 유전자 복제가 일어나고 있다. 원래 BRCA1/2는 이런 일상적인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생긴 오류를 수정해 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이다. 이때 BRCA1/2에 변이가 생기면 ‘비정상 단백질’들이 생성되는데, 비정상 단백질은 복제에서 생기는 오류를 수정하지 못하게 되고, 복제의 오류가 적체되면 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 유전자 변이는 아들·딸 구분 없이 50%의 확률로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가계 내 유전자 변이가 대물림될 경우 가족 중 여러 사람이 유방암 진단을 받거나 젊은 연령에 유방암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가족력이 없어도 양측 유방암, 여러 종류의 암이 한 사람에서 생기거나 삼중음성 유방암 등의 양상으로 발생한다. 또한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의 위험도 높아진다.


유전성 유방암이 의심되면 우선적으로 BRCA1/2 유전자에 질병과 연관성이 높은 돌연변이가 있는지 검사를 받고, 암에 걸리기 전 집중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혈액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진행된다.


의미 있는 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 일생동안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70~80%,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이 30~40% 정도가 된다. 이것은 일반인에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의 20배에 달하는 높은 확률이다.


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는 ▲집중 검사 ▲약물관리 ▲암 위험 감소 수술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검사보다는 약물, 약물보다는 수술이 암 예방 효과는 더 우수하다. 다만 수술을 시행해도 유방암 위험이 ‘0%’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질병에 걸리기 전에 유선조직을 제거해 암 위험을 낮추는 위험 감소 유방 절제술은 피부와 유두를 보존하고 유선만 제거한 후 보형물을 이용해 복원술을 함께 시행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위험 감소 수술 후 유방암 위험은 87%에서 5%로 상당히 낮아지지만, 피부에 잔존하는 미세한 유선 조직 때문에 차후에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5% 정도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 확률은 위험인자가 없는 보통사람의 유방암 평생 위험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 수술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연령, 결혼 및 출산 계획, 현재의 건강상태, 심리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모든 결정전에 전문가와 심도 깊은 상담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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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 코리아

유방암의 다른 임상적 단서들은 본인이 이미 병에 걸린 후에 알게 되지만, 가족력은 병에 걸리기 전에 유전적 변이를 찾아낼 수 있는 의미 있는 단서다. 의미 있는 가족력을 파악하고 개인의 위험을 알고, 적절한 검진, 예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