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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곱창·등골… ‘지글지글’ 고소함이 익는 소리

by세계일보

소 특수부위 맛집

일산 ‘꿀양집’ 신선한 곱창에 양 푸짐

천안 ‘나정식당’ 쫀득한 등골 맛 별미

부산 ‘남포양곱창’ 씹을수록 고소한맛

서울 ‘부민옥’ 양무침에 소주 한잔 캬∼

서울 ‘원조수구레’ 매콤달콤 양념 일품

신선한 고기부터 가죽, 뼈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온갖 이로움을 제공하는 소. 미식가들에게는 실로 다양한 색채의 맛과 식감을 선사하는 식재료로 인기가 높다. 김새봄의 열여섯 번째 먹킷리스트는 소 특수부위 맛집이다.

세계일보

# 곱창

소 특수부위 중 가장 대중적인 곱창. 전국 각지 먹자골목에 유명한 집은 많겠지만, 최근 눈여겨볼 곳은 일산 대화동 먹자골목의 신흥 곱창강자 ‘꿀양집’이다. 대창, 홍창, 염통 등의 부위도 워낙 수준급 선도와 맛을 자랑하지만, 그중에서도 곱창은 분명 입이 떡 벌지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길게 구불거리는 곱창은 초벌을 거쳐 진한 마이야르 향기를 내며 등장한다. 다시 숯불 위에 놓으며 조심스레 싹둑, 곱창을 자르자마자 곱이 꽉 차다 못해 폭포수처럼 쏟아져 흘러내린다. 신선한 원육일수록 곱창에 차있는 부속물 양이 많다. 한우 곱창을 쓰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꿀양집이 선도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남다른 곱의 양을 보면 알 수 있다. 곱창에서 흘러나오는 크리미한 곱은 일식집에서 먹는 아귀 간 요리 혹은 복어 정소를 연상케 할 정도로 녹진하고 고소하다. 그동안 어떤 곱창을 먹어왔던건지, 새삼 ‘곱창을 이런 맛에 먹는 거였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흘러 넘치는 곱의 맛을 음미 또 음미할 수 있어 행복하고, 또 부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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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양집 곱창구이

# 등골

대형 백화점이 하나둘 들어서고, 대형 마트의 숫자도 빠르게 증가했졌지만 여전히 유동인구가 많은 천안 중앙시장. 시장 초입에는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맛집 ‘나정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곱창과 곱창전골을 전문으로 하는 나정식당의 또 다른 킥 메뉴는 바로 ‘소 등골’. 흔히 말하는 ‘등골을 빼먹는다’, ‘등골 브레이커’ 할 때 그 등골 맞다. 소의 등골은 하루만 지나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함이 중요하기에 등골을 취급한다는 것 자체가 선도 유지가 굉장히 잘된다는 방증이다. 나정식당은 매일매일 소를 잡아 그때마다 등골을 따로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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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식당 등골

원래 등골은 특수부위 중의 특수부위이기에 수량도 적고 비싸다. 서울의 모 노포에서는 같은 양을 4만원까지 판매하기도 하는데 나정식당에서는 한접시에 단돈 1만5000원이다. 게다가 양도 엄청나다. 보통 셀 수 있을 만큼의 등골이 한입 크기로 잘려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정식당은 오랫동안 찾은 단골들에게 서비스 개념으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히 제공한다. 아무리 서비스라도 세팅은 제대로다. 깻잎을 살포시 깐 그릇에 마늘, 고추와 함께 깨소금 팍팍 뿌려 실려 나오는 등골. 핑크빛 윤기가 얼마나 아리따운지 젓가락을 대기 아까울 정도다. 말캉거리고 쫀득한 등골에 참기름으로 기름칠을 듬뿍, 소금 콕 찍어 마늘, 고추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이만 한 보양식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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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양곱창

# 양깃머리

예로부터 전국에서 최고로 신선한 양곱창은 부산으로 갔다. 국내 최대 양곱창 골목이 있어 소비량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자갈치로 59번길을 통째로 걸쳐 앞뒤 양옆으로 50여 곳에 이르는 양곱창 전문점이 모여있다. 이 중 ‘남포양곱창’은 수준 높은 맛으로 골목 안 전문점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이 맛의 비결은 바로 기가막힌 밑간과 양념 덕분. 마늘과 후추 등으로 미리 밑간한 양곱창은 구워서 먹었을 때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 후추의 맛 한올 한올도 허투루 존재하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월이 묻은 가스버너 위의 특양.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쇠기름이 불과 만나 타오르기 때문에 이모님의 현란한 굽기 스킬은 필수다. 완벽하게 잘 구워진 양은 쫄깃하면서 아삭한, 조개의 관자 같은 식감과 맛이 난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길게 이어지는 고소함의 여운이 남다르다.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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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민옥 양무침

# 벌집양

‘Since 1956’. 서울 중구 한복판에서 묵묵히 소나무처럼 66년을 영업한 ‘부민옥’이다. 점심이면 인근 직장인들의 소중한 밥집, 저녁이면 소주 한잔 걸치는 맛집이 되는 을지로의 진짜배기 맛집이다. 부민옥은 육개장, 전, 곰탕을 파는 멀티 한식주점이지만 넘버원을 꼽으라면 단연 양무침이다. 퇴근시간 무렵이 되면 양무침에 육개장 한 그릇 놓고 소주 한잔 회포를 풀러 들르는 직장인들이 몰려든다.


하얗게 잘 삶아 부들거리는 양무침은 나오는 순간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뽀얀 양무침에 연한 초록빛 쪽파, 큼직하게 올라간 붉은 고추는 그 자태가 아주 시원시원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노포의 노련함과 맛에 대한 자신감이 음식에서 비친다고나 할까. 취급이 까다로운 양은 자칫 잘못하면 냄새나기 십상이지만, 손질을 얼마나 잘했는지 잡내 하나 없이 야들야들하기만 하다. 감칠맛과 간은 황금비율,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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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수구레 낙지수구레볶음

# 수구레

소의 가죽 껍질과 소고기 사이에 있는 아교질인 수구레. 껍질 바로 밑 피하층과 같은 부위이다. 요즘 많이 시판되지 않는 특수부위다. 먹을 것 없던 시절 소에서 나오는 부속물들을 최대한 조리해 먹다 보니 다루게 된 부위로, 쫀득하고 탄력이 아주 높은 것이 특징이다. 소 한 마리에서 정말 소량만 나오고 취급 방식도 달라 수구레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재료다.


방화동의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잔잔히 빛을 풍기는 곳, 수구레로 이름좀 날린다는 ‘원조수구레’는 ‘수구레 볶음’을 메인 메뉴로 하고 있다. 즉석에서 양푼에 수구레를 비롯해 콩나물, 깻잎 등과 양념을 함께 빨갛게 무쳐서 버너 위의 불판에 바로 굽는 방식으로 사실 이렇게 먹으면 어떤 재료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매콤달콤 양념은 시간이 지나며 콩나물의 채수가 빠져나오고 보글보글 끓면서 화합을 이룬다. 수구레에 붙어있는 지방은 씹는 맛과 감칠맛을 더해준다. 특히 이 야무진 맛의 양념에 기가 막히게 삶은 국수로 만든 비빔국수가 아주 별미인데, 마니아들은 이 모든 과정이 국수를 먹기 위한 과정이라고 얘기한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