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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쫄깃 붕장어회·불맛 산낙지… 신선한 바다향 가득

by세계일보

중식당 남풍의 ‘어자 해삼’

날치알 소스 절묘한 맛


일번지횟집 ‘붕장어회’

초장·콩가루 고소한 맛


삼바리 ‘산낙지 숯불구이’

살결 ‘탱글’… 매콤한 맛

세계일보

부산을 떠올리면 흔히 생각나는 계절은 여름이다. 하지만 부산의 진면목은 사실 겨울을 향해 가는 길목에 있다. 날이 본격 쌀쌀해지는 이맘때에는 각종 금어기에서 자유로워 어족자원들이 풍부하다. 습도가 떨어져 불쾌지수도 낮다. 청명한 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직면하는 기쁨이 고스란히 진미를 즐기는 기쁨을 높여준다. 김새봄의 스물한 번째 먹킷리스트는 ‘부산 해산물 맛집’이다.

#부산 중식당의 탑클래스라는 자부심

부산 해운대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부산에서 가장 뷰가 좋은 파라다이스호텔. 이 장관에서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겠느냐마는 전석수 셰프가 지휘하는 중식당 남풍은 뷰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전 셰프는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창의적인 중식을 통해 부산 내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중식과 한국식 터치의 정점은 통해삼이 들어간 시그니처 요리 ‘어자 해삼’에서 빛을 발한다. ‘건강한 중식’을 추구하는 전 셰프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보통 중식에서 해삼 요리는 데쳐서 소스에 함께 볶아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 셰프는 해삼을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어자해삼’에서 ‘어자’는 날치알을 뜻한다. 해삼에 날치알 소스를 올려내는 요리라고 보면 된다. 잘 불린 건해삼에 다진 새우를 넣고, 전분을 묻혀 바삭하게 튀겨낸 후 톡톡 터지는 날치알을 소스에 은은하게 중화해 뿌렸다. 눈내리듯 흘러내리는 날치알 소스가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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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풍 어자해삼

계절에 따라 관자나 전복 등을 함께 내는데 근래는 송이철에 접어들어 자연산 송이를 곁들이고 있다. ‘겉바안촉’ 식감에 해삼 특유의 쫄긴한 맛, 특별한 비주얼까지 팔색조 매력이 다양한 메뉴. 소스에 점점 촉촉해지는 바삭한 해삼을 베어물면 고개를 빼어드는 통통하게 익은 다진 새우가 식감의 반전을 준다. 향긋한 해삼 바다 향과 쫄깃한 텐션, 새우살의 탱글함 모두 인상적이다.

#부산 하면 붕장어, 붕장어는 칠암

부산 사람들은 붕장어회를 즐겨먹는다. 바닷장어, 아나고 등으로 불리는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지만 특히 남해안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유명한 곳이 바로 부산 기장 일광면 칠암리 ‘붕장어마을’. 이 일대는 붕장어 전문식당이 수십곳 줄지어 촌을 이루고 있다. 칠암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 물살이 거칠다. 이곳에서 잡힌 붕장어가 살이 알차고 쫀득쫀득한 이유다.


부산에서는 붕장어를 잘게 썰어 민물에 여러번 씻어 빨간 망사에 담아 짤순이에 돌린다. 고슬고슬하게 흰쌀밥처럼 담아 초장에 찍어 먹는데, 지방이 많은 붕장어회는 수분기 없이 짜내도 씹을수록 녹진한 맛이 난다. 밥대신 밥풀 같은 붕장어회를 수저에 담고 초장을 젓가락으로 찍어 날라 먹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머문다. 상추에 꼬시래기와 마늘, 고추 등과 함께 싸먹기도 하고, 양배추 재래기에 콩가루와 초장을 넣어 섞어서 쌈을 싸먹기도 하는 등 맛있게 먹는 다양한 버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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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리 산낙지 다리

‘일번지횟집’은 후자다. 붕장어회를 주문하면 얇게 썬 양배추에 콩가루가 덮인 재래기가 함께 나온다. 이곳 붕장어회는 완전히 푸석푸석하지는 않다. 기름기와 물기가 아주 살짝 남아 있다. 이걸 초고추장, 콩가루와 함께 버무려 숨이 살짝 죽은 양배추 재래기와 함께 싸먹는다. 아나고의 지방 맛이 녹아들면서 다양한 층의 맛을 낸다. 일번지횟집은 특히 남녀노소 다른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는 초장 맛의 밸런스가 매우 좋다. 지금은 건물을 새로 올려 안 보이지만, 과거엔 가게 입구에 초장을 숙성하는 장독대가 늘어서 있었다. 황금비율에 황금 같은 숙성 기간의 초장. 이 초장 맛 때문에 또다시 칠암을 찾곤한다.

#놀라운 ‘감칠불맛’의 산낙지 숯불구이

해운대 해안가의 횟집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저녁 10시가 되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택가 인근 이자카야 등 늦게까지 문을 여는 술집에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해운대의 청담동이라고 불리는 부촌 ‘마린시티’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 마린시티 중앙에 위치한 ‘오렌지상가’는 특히 활성화된 곳으로 ‘만남의 장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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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지횟집 붕장어세트

처음 ‘삼바리’를 접한 건 부산에서 좀 먹고 마실 줄 안다는 지인들에게 ‘해운대에서 늦게까지 먹고 마실 만한 곳’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서다. 참으로 까탈스러운 그들이 “밤늦게 먹을 만한 곳 중에선 봐줄 만한 집”이라고 공감하면서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지체없이 직행했다.


삼바리는 부산 전체에 여러 군데 분점이 있는 부산 토종 해산물 구이집이다. 조개구이가 유명한 동래에서 조개구이로 이름을 날리며 지금의 인기가 시작됐다. 지금은 조개구이 보다 ‘산낙지 숯불구이’가 청출어람격으로 유명해졌다.


산낙지 숯불구이는 마늘과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고추기름과 함께 버무려 나오는데 모양새가 독특하다. 그냥 이대로 버무려 먹어도 맛있게 느껴질 법한 강력한 호감. 확실한 양념이다. 바로 숯에 올리면 고추기름이 강한 숯과 제대로 만나 불맛이 제대로 난다. 강력한 고소함, 참기름에 첨벙첨벙 찍어도 절대 지지 않는 마성의 고추기름 양념. 덕분에 감칠맛도 어마무시하다. 게다가 직화구이 전문점 답게 화려한 스킬로 빠르게 구워낸 산낙지의 살결은 탱글함 그 이상이다. 여기도 특유의 쌈 방식이 있다. 김 위에 고소한 마요네즈 양념을 찍은 산낙지구이를 올리고 산낙지를 버무렸던 매콤한 다진고추와 마늘을 얹어 먹는 것이다. 매콤한 고추기름이 마요네즈 양념과 어울리면서 융화하고, 진한 끝맛을 남긴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감칠불맛’이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