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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누구나 만족할 수 있게… 문턱 낮추고 품질은 높일 것”

by세계일보

‘플레이버스바이 바프’ 원종민 셰프

3년간 잡지 통째로 외우며 요리 공부

고교 시절 동아리 만들어 대회 수상도

4년여 호텔일 마치고 파스타 가게 오픈

브랜드 개발·인수 작업까지 시야 넓혀

“특정 나라가 아닌 다양한 요리에 중점”

플레이버스바이 바프의 원종민 셰프를 만났다. 원 셰프는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을 쓰는 자리에 요리사라고 써서 제출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요리를 하는 것을 꿈꿔왔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 친구분이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그때 부모님과 같이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막연히 요리를 하는 것이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 품게 됐다.

세계일보

원종민 셰프

이에 더해져 미식가이신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면서 음식을 먹는 경험들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면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니게 됐다.


원 셰프는 처음 요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우직하고 진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처음 요리를 본격적으로 공부할 때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다 보니 조리고등학교를 다니는 다른 사람들처럼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매우 컸다. 그 당시에 쿠켄이라고 하는 요리 잡지가 발행됐는데 조리고를 다니는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를 하기 위해서 3년 동안 잡지를 통째로 외우면서 요리 공부를 준비해 나갔다. 


고2 때 조리 자격증을 취득했고 고3 때 처음으로 주방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처음 만난 셰프가 지금 있을재의 이재훈 셰프였고 매니저가 이재호 소믈리에였다. 고교 때 요리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 동아리가 참여한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겪어 나가고 업장에서 일을 하던 와중에 혜전대학교 호텔 조리학과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대학 재학 당시 다양한 요리 대회를 통해서 여러 동료들과 만났다.


프렌치를 베이스로 요리를 배웠으며 처음 레스토랑의 사수는 이탈리안 요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다 보니 프렌치와 이탈리안 중 어떤 요리를 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일지 많은 고민을 했고, 그중 이탈리안 요리가 더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츠칼튼의 이탈리안 다이닝 업장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업장이 프렌치 느낌이 많이 나는 호텔이다 보니 프렌치 터치가 많이 들어간 이탈리안 다이닝 느낌의 요리를 계속 접하고 만들어왔다. 4년여에 걸친 호텔 근무를 마치고 대학 동기와 함께 모교 앞에서 파스타 가게를 운영했는데, 이 가게가 원 셰프가 만든 첫 가게였다. 


이후 회사에 들어가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배터리 파크, 라디오 베이와 같은 브랜드들을 론칭하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드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후 LF 푸드 R&D 팀의 책임자로 3년 동안 근무해 브랜드 개발 및 브랜드 인수 작업까지 진행을 하면서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회사를 나와서 본인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 여의도에 플러피라는 캐주얼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광화문에 드랍더 미트라는 미국식 비비큐 느낌의 가게, 타파치라는 스페인 음식을 캐주얼하게 풀어낸 가게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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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에스카베체

원 셰프는 현재 바프에서 오픈한 플레이버스 바이 바프에 근무 중이다. 이곳을 준비하면서 나이불문하고 젊은 사람부터 나이가 많은 사람까지 연령층이 다양하고 재방문율이 높으며,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편안하게 와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게 만들고 허들은 낮추면서 퀄리티 좋고 서비스가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현재 플레이버스 바이 바프가 강남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도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계층을 유입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 10시에 오픈하고 브런치로 3시까지 영업을 하고 2시간 브레이크 후에 다이닝급 디너와 와인을 같이 판매 중이다. 점심과 저녁의 메뉴가 완전히 다른 메뉴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바프가 본 매장을 오픈한 지 1년 정도가 되었는데, 그동안 다양한 메뉴의 고민과 함께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처우와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오고 있다. 


점점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요리사들이 요리를 하게 해주는 것이 현재 목표이다. 더 많은 직원을 쓰고, 더 많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모두가 행복해지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그림이다. 프렌치 터치가 가미된 이탈리안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나 특정 나라나 스타일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요리와 형태를 제공하고 있다.


셰프의 역할만이 아니라 운영자의 역할도 같이하고 있다. 이그제큐티브가 되면 요리뿐 아니라 경영을 같이 하면서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성향 자체가 기획하고 브랜딩하는 것을 좋아해서 플레이버스 바이 바프에서 즐겁게 근무하고 있다. 손님들에게는 낯선 음식들을 추천하고 알려주면 손님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음에 왔을 때 자연스럽게 먹어본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고등어 에스카베체이다. 일본 조리법인 시메사바를 이용했는데 시세사바보다 조금 가볍게 절이는 것이 포인트다. 겉은 토치로 살짝 구워내고 솔향이 나는 젤리를 올려서 마무리한다. 솔향이 아주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데 어떤 특정 향이 강하게 올라오면 묻히는 재료가 있을 수 있어서 맛의 조합을 은은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루콜라, 버섯피클, 토마토 피클, 당근 피클을 곁들인다. 식감을 주고 싶어서 당근을 무말랭이처럼 말려서 피클링을 했더니 당근 특유의 향은 더 강하게 나면서 식감도 오독오독하게 재밌게 표현이 되었다. 홀스래디시 크림에 쪽파 오일, 당근 오일의 두 가지 오일을 섞은 소스가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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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갈비 스테이크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양갈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양고기는 육향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데, 1년 미만의 어린 양의 갈비를 사용해서 먹기에 적합한 디시를 제공하고 있다. 큐민이 많이 들어간 당근 라페를 곁들여서 양고기와의 궁합도 좋고 당근 특유의 단맛과 라페의 새콤함이 어우러져서 입안에서의 조화가 매우 훌륭하다. 양주에 체리를 넣은 램주는 산미가 있는 부드러운 단맛으로 양고기를 처음 먹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게 도와준다.


원 셰프의 방향은 매우 확고하다. 앞으로 어떤 계층의 누군가가 와도 만족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원종민 셰프는 요리를 하는 셰프에서 시작을 했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하는 기획자로서 확장하고 발전되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터이다. 숫자를 볼 줄 아는 셰프로서 새로운 도전과 기획을 해나가는 원 셰프의 브랜딩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