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드 VS 의드, 뻔한 맛 ‘차정숙’은 어떻게 웰메이드 ‘김사부’를 제쳤나[SS연예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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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뻔한 맛’이 ‘웰메이드’를 제쳤다. 안방극장을 휩쓴 의학드라마 대전에서 JTBC토일극 ‘닥터 차정숙’ (이하 ‘차정숙’)이 SBS금토극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김사부3’)를 앞지르며 주말극 왕좌를 차지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된 ‘차정숙’ 10회는 전국평균시청률 18.0%를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기준은 18.9%로 근래 보기 드문 호성적이다.


두 의학 드라마가 겹치는 시간대인 토요일 시청률을 기준으로 하면 ‘차정숙’은 지난 13일 15.6%로 ‘김사부3’(12.0%)를 3.6% 포인트 앞섰다. 시즌 3로 돌아온 ‘김사부’는 화려한 등장과 달리 시청률 답보상태에 빠졌다.


지난 달 15일과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두 드라마의 시청률 추이만 놓고 보면 놀라운 성과다. 첫 회에서 ‘차정숙’은 4.9%, ‘김사부’는 1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검증된 IP로 마니아 팬을 거느린 ‘김사부’와 달리 ‘차정숙’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차정숙’은 오롯이 입소문의 힘으로 안방을 평정했다. 20년차 주부가 죽을 고비를 넘긴 뒤 경력단절의 어려움을 딛고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드라마 주요 타깃층인 3050 여성들의 공감을 사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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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숙’의 주인공 차정숙(엄정화 분)은 의대 교수 사모님이다. 시어머니는 건물주, 아들 역시 의대를 졸업한 뒤 남편과 같은 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한다. 자신도 의대 출신으로 의사 면허증을 보유한 엘리트다.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시어머니는 엘리트 며느리를 가사도우미 취급하고 대학병원 외과과장인 남편은 가정에 무관심하면서도 미대를 지망하는 딸에게 의대 진학을 강권한다. 그러던 중 급성간염으로 죽을 고비를 맞은 차정숙은 자신을 두고 간이식을 망설이는 치사한 남편을 보며 삶을 되돌아본다.


드라마는 20년 ‘경단녀’였던 주부의 인생 이모작을 통해 평범한 시청자들의 ‘인정욕구’를 건드린다. 20년을 ‘엄마’로 살아온 차정숙은 고3인 딸에게 “엄마의 희생이 당연한 거니? 엄마도 한번쯤은 나 자신으로 살아보고 싶다. 지금 엄마에게 필요한건 너희들의 응원과 지지다”라고 항변한다.


레지던트 면접에서는 “두 아이를 키워내고 대수술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정말로 괜찮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고 의사로서 소명을 강조한다. 나이가 많다고 구박하는 병원 간부에게는 “나이가 많다고 실수까지 무능으로 취급받는 건 억울하다. 나는 아직 배울 게 많은 1년차일 뿐이다”라며 ‘경력단절’에 대한 차별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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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와 동료의사 최승희(명세빈 분)의 불륜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는 주요 소재로 작용한다. 서인호는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던 최승희와 불륜도 모자라 혼외자까지 둔 뻔뻔스러운 인성의 소유자다. 전형적인 막장 코드지만 드라마는 이를 코믹한 터치로 영리하게 풀어나간다.


차정숙의 주치의이자 같은 병원 동료인 로이킴(민우혁 분)이 자신의 아내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질투심에 불타는 서인호가 차정숙과 부부사이임을 커밍아웃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쓴웃음을 안긴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된 차정숙이 서인호의 얼굴을 케이크로 짓이기는 모습은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레지던트 선배이자 아들 서정민(송지호 분)의 여자친구인 전소라(조아람 분)가 차정숙을 위로하는 장면은 공감을 자아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막장 드라마가 갖고 있는 모든 요소가 다 얽히고 설켰지만 이를 유쾌한 선악구도로 풀어낸 게 드라마의 인기비결”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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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숙’은 의학드라마의 표피를 쓴 판타지코믹물에 가깝다. 그래서 의학용어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제작발표회에서 김대진 PD가 “의학용어 자막이 필요없다”고 자신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정통 의학드라마인 ‘김사부’가 한 회 20개 넘는 의학용어 자막을 사용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의학정보 전달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7일 방송된 7회에서 극 중 예비 장인·장모가 크론병을 앓고 있는 사위에게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 있나.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라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환자 분들의 고통과 우울감을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뒤늦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민원도 수십 건 접수됐다. 심각한 의학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불특정다수의 대중이 시청하는 드라마인 만큼 질환에 대한 묘사를 보다 세심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정 평론가는 “‘차정숙’이 의학 드라마보다 판타지 가족극에 가깝다 보니 의학 드라마로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남은 회차의 의학감수를 받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시대적 감수성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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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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