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1500경기, 고장난 무릎...'황제' 페더러는 왜 그렇게 떠나야만 했나

[트렌드]by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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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가 지난 2018년 1월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를 누르고 우승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 무대가 됐다. AFP 연합뉴스

테니스 선수로는 환갑 나이인 40세가 될 때까지, 24년 동안 무려 1500경기를 치렀다. 무릎은 버티지 못하고 고장났고, 여러차례 수술을 받았다.


코트복귀 의지는 강했으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8차례나 우승한 윔블던에서 뛴 뒤 멋지게 은퇴선언을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4대 그랜드슬램 중 마지막 대회인 US오픈에도 올해 출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만 19세인 스페인의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지난 11일(현지시간) 2022 US오픈 남자단식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로 등극해 ‘빅3 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그리고 나흘 뒤 ‘테니스 황제’는 마침내 코트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올잉글랜드클럽 코트에서의 폼나는 은퇴식을 꿈꿔왔던 그는 왜 이 시점에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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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는 잔디코트인 윔블던에서는 유독 강해서 8번이나 남자단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3, 2004, 2005, 2006, 2007, 2009, 2012, 2017년 때 장면이다(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AFP 연합뉴스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20회 우승, ATP 투어 단식 103회 우승에 빛나는 로저 페더러(41·스위스). 그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를 발표해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슬픔과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다.


페더러는 “나의 가족과 그 너머에게, 사랑으로”(To my family and beyond, With love)라는 글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리며 이달 23일 열리는 2022 레이버컵 이후 은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최근 나의 몸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나는 지난 24년 동안 1500경기 이상을 뛰었다. 이제 나는 경쟁 경력을 끝낼 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테니스 경기에서 나는 여러분을 사랑하며, 결코 여러분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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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의 2003년 7월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 때 모습.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이다. EPA 연합뉴스

페더러는 지난 3년 동안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2020년 이래 11차례 그랜드슬램에서 단 3번 만 뛰었다. 2021년 시즌 세번째 그랜드슬램인 윔블던 이래 코트에 나선 적이 없다. 당시 남자단식 8강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츠(헝가리)에 진 것이 마지막 경기였다. 2020년 받은 두차례 무릎수술에도 더 많은 수술이 필요했다고 발표한 그였다.


페더러는 이번에 은퇴를 선언하면서 “투어가 나에게 준 모든 것을 놓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씁쓸한 결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동시에 축하할 것이 너무 많다. 나는 나 자신을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테니스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았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랫 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에서 그것을 했다”고 위안했다.


그는 “나는 결코 잊지 못할 많은 서사시(epic)와 같은 경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았다. 우리는 열정과 강렬함으로 공정하게 싸웠고, 나는 항상 게임의 역사를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말 감사한다. 우리는 서로를 밀어 붙였고, 함께 테니스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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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의 지난 2021년 윔블던 남자단식 8강전 때 서브 모습. 그의 그랜드슬램 코트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EPA 연합뉴스

1981년 8월8일생인 페더러는 1998년 만 16세의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고, 2003년 윔블던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윔블던에서는 무려 8번이나 남자단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은 36살 때인 2018 호주오픈에서였다.


페더러는 2004년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으며, 무려 310주 동안 이 자리를 지켰다. 2004년 2월2일부터 2008년 8월18일까지 237주 연속 1위로 군림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스탄 바브링카와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남자단식 은메달을 따냈다.


호주오픈 6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8회, US오픈 5회 등 총 20회 그랜슬램 남자단식에서 우승했는데, 빅3의 일원인 라파엘 나달(22회), 노박 조코비치(21회)에 이어 역대 3위다.


페더러의 은퇴 무대인 레이버컵은 오는 23일 영국 그리니치의 O2아레나에서 개막돼 3일 동안 진행된다. 페더러는 앤디 머리, 나달, 조코비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카스퍼 루드와 함께 유럽 대표팀 소속으로 유럽 외 전세계 팀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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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레이버컵 출전 당시의 페더러. AFP 연합뉴스

페더러의 은퇴 발표 이후 안드레아 가우덴지 ATP 회장은 “그는 놀라운 새로운 성장시대를 이끌었고, 우리 스포츠의 인기를 높였다.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분야를 초월한 선수는 거의 없다”고 그의 공적을 치하했다.


세계적인 코치인 패트릭 무라토글로는 “페더러의 은퇴는 한 시대의 종말인가”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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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는 20차례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AFP 연합뉴스

<로저 페더러의 업적>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20회 우승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결승진출 31회

ATP 투어 단식 103회 우승

310주간 세계랭킹 1위. 237주 연속 1위

ATP 마스터스 1000 시리즈 단식 28회 우승

ATP 파이널 6회 우승

데이비스컵 1회 우승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kkm100@sportsseoul.com​

2022.09.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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