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향년 91세로 별세…"평생 신세 많이 졌다" 국민 배우의 마지막 한마디

▲ 이순재. 제공| KBS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25일 소속사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유족이 빈소를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호적상 생년은 1935년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1960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본격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방송사 HLKZ-TV부터 시작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한국 방송사의 역사이자 산증인이다.

대표작으로는 '사랑이 뭐길래', '허준', '하이킥' 시리즈 등이 있다. '사랑이 뭐길래'는 최고 시청률 65%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등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로는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잠시 정계에도 진출해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이하 민자당) 소속으로 서울 중랑구 갑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을 지냈고, 1993년 민자당 부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1996년에는 정계를 은퇴했다.

고인은 지난해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지난해 10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 이순재. 제공| 아이엠티브이

그의 활동 중단 후 건강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근형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꺼려하셔서 직접 뵙질 못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얘기를 듣고 있는데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언급했고, 정동환 역시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후 "지금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이순재의 근황을 전하며 "그분이 자리에 안 계신 게 너무 가슴 아프다. 건강이 회복되길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순재 측은 최근까지도 "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재활 치료 중일 뿐 다른 이상은 없다. 재활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작품 활동도 재개할 생각"이라고 회복에 시간이 걸릴 뿐 밝은 모습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전했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2024 KBS 연기대상'에서 '개소리'로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령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자리가 이순재의 마지막 공식석상이 됐다.

이순재는 TV 앞의 여러 시청자에게 마지막 감사 인사를 남겼다. 평생을 시청자들의 사랑 속에 산 그는 마지막 인사 역시 시청자와 함께해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자리까지 와서 격려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고, 후배 배우들은 기립박수로 존경의 뜻을 표했다.

▲ 이순재. 제공|KBS

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