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트레킹 BEST 5 - 가을을 걷는 길
경북 김천 황악산 |
새순이 돋아나는 봄 숲이 설렘으로 넘실댄다면, 일 년의 세월을 잎사귀에, 골짜기에 담고 있는 가을 숲은 성숙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여행 전문 기자·트레킹 전문가와 <SRT매거진>은 특히 가을에 걷기 좋은 전국의 5개 트레킹 코스를 선정했다. 첫 문을 여는 것은 김천의 황악산, 여기 보이는 이미지처럼 아니 그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유독 고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올해, 고단한 마음을 따스하게 품어줄 그곳으로 떠나보자.
BEST 1 ‒ 경북 김천
가을에 전성기를 맞은 듯 빛나는 황악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황악산. 가을이면 골짜기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다. |
황악산은 경북 김천을 대표하는 산이자 산림청이 선정한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다. 백두대간의 허리 부분에 해당하며 해발 1111m의 비로봉을 위시해 백운봉과 신선봉, 운수봉이 직지사를 품고 있는 모양새로 산세가 뻗어나갔다. 학이 자주 찾아오는 산이라 해서 황학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짧지는 않지만 산세가 험하지 않아 등산 초보자가 도전하기에 무리가 없다.
산을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산 곳곳의 계곡이다.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폭포와 연못을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특히 직지사 서쪽 200m 지점의 천룡대부터 펼쳐지는 능여계곡은 황악산의 대표적인 계곡. 봄에는 진달래, 벚꽃, 산목련이 흐드러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그림 같은 절경을 보여준다.
(좌) 황악산 등반의 출발점이 되는 직지사 (우) 황악산 정상에서는 뜻밖의 길동무를 만날지도 모른다. 정상에서 다정하게 어울리던 염소 한 쌍 |
황악산 산행의 출발점에는 ‘천년고찰’ 직지사가 있다. 신라 눌지왕 2년(418)에 아도화상이 창건했으며,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한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우리에게 친숙한 절이다. 천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사찰답게 여러 점의 문화재도 간직하고 있다. 석조약사여래좌상, 대웅전 앞 3층석탑 2기(문경 도천사지 동·서 3층석탑), 비로전 앞 3층석탑(문경 도천사지 3층석탑), 대웅전 삼존불탱화 3폭 등 국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다.
- 등산 코스
- 제1코스 왕복 10.2㎞, 5시간 소요 : 직지사 > 운수암 > 직지사삼거리 > 백운봉 > 정상(황악산 비로봉) > 형제봉 > 신선봉 > 망봉 > 직지사
- 제2코스 편도 6.7㎞, 3시간 30분 소요 : 직지사 > 운수암 > 직지사삼거리 > 정상(황악산 비로봉) > 형제봉 > 바람재
- 제3코스 편도 5.8㎞, 3시간 소요 : 직지사 > 운수암 > 운수봉 > 여시골산 > 괘방령
- 교통 : 김천(구미)역에서 시내버스 KTX11번을 타고 약 1시간 30분 소요.
산에서 내려오는 길, 놓치지 마세요 사명대사 공원
국내 최대 높이의 목탑인 ‘평화의 탑’은 밤이면 조명으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우며 나라를 지켜낸 사명대사. 그는 국방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해 팔공산성, 금오산성, 용기산성, 남한산성 등을 수축했다. ‘호국승려’ 사명대사가 큰 뜻을 품고 출가한 사찰이 바로 황악산 초입에 위치한 직지사다. 김천시는 대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산자락에 그의 이름을 딴 공원을 개장했다. 이곳은 국내 최대 높이를 자랑하는 평화의 탑과 더불어 김천시립박물관, 건강문화원, 솔향다원 등의 시설을 갖춰 사색하고 배우고 체험하는 여행이 가능하다.
사명대사공원의 랜드마크는 단연 공원 중앙에 위치한 평화의 탑이다. 황룡사 9층 석탑을 쏙 빼닮은 41m 높이의 탑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목탑이기도 하다. 1층에 들어서면 탑을 짓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사명대사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각 자료를 만날 수 있다. 공원의 규모는 14만3695㎡로 방대하지만 발걸음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공원의 진가는 해 질 녘부터 드러나니까. 환하게 빛을 내는 평화의 탑과 함께 밤산책을 즐기며 호젓함을 느껴 보자. ‘인생샷’도 잊지 말 것.
(좌) 건강문화원에서는 한옥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우) 사명대사공원에는 메타세쿼이아길도 조성되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
사명대사공원을 찾을 때는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공원 내 건강문화원을 이용하면 한옥에서 하루를 묵을 수도 있기 때문. 규모에 따라 2~18명까지 머물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가족여행이나 워크숍에도 적합하다. 숙박 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한옥에서 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평화의 탑이 내려다보이는 솔향다원에서 다도를 즐기거나, 건강문화원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서늘한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양반의 풍류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
- 위치 : 경북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길 130
- 문의
- 대표번호 : 054-421-1511
- 여행자센터 : 054-421-1500
- 건강문화원, 숙박동 : 054-421-1557
- 코로나19 확산으로 휴관 중. 재개장 일정은 추후 공지 예정.
BEST 2 ‒ 울산
도심과 가장 가까운 트레킹 코스, 태화강국가정원
초화원 |
2019년 7월 개원한 태화강국가정원은 울산의 중심지인 중구와 남구에 걸쳐 있는 총면적 83만5452㎡의 정원시설이다. 울산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는 1급수 생태하천 태화강을 끼고 있는 국내 최초 도심 속 수변생태정원으로 유명하다. 생태·대나무·계절·수생 등 6개 주제를 가진 20개 이상의 정원과 각종 관람시설 및 편의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중구 태화동 일원(명정천~용금소) 48만4998㎡ 규모의 태화지구는 십리대숲, 은하수길, 초화원, 국화정원, 무궁화정 원, 작약원, 대나무생태원, 야외공연장과 함께 9.24km의 산책로와 1.1km의 실개천을 갖추고 있다. 남구 삼호동 일원 35만454㎡를 아우르는 삼호지구는 조류생태원, 보라정원, 은행나무정원, 숲속정원과 4.5km의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다. 넓은 규모에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만큼 느긋하게 걸으며 주변 풍광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적당하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 불리는 태화강을 끼고 있어 풍부한 생태·역사·문화 자원을 접할 수 있는 건 덤. 생태환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태화강을 따라 조성된 태화강국가정원은 도심 속 휴식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푸른 대숲은 해 질 녘에 찾으면 한층 더 낭만적이고, 태화루에서 바라보는 태화강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름에는 대숲을 찾아 날아드는 백로, 겨울에는 밤하늘을 수놓는 떼까마귀의 군무를 감상해보자. 강을 따라 조금만 더 발걸음을 옮기면 태화강을 헤엄치는 연어와 황어가 트레커를 반기고,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단지에 각종 철새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도심 속 최고의 생태체험 정원이란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대나무정원의 낮과 밤
십리대숲 |
십리대숲, 은하수길, 대나무생태원 등으로 구성된 대나무정원은 대나무를 주제로 다양한 경관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에 주민들이 홍수를 대비해 조성한 대밭이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대나무 군락지가 됐다. 4.3km에 이르는 십리대숲에는 약 50만 본의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천천히 거닐다 보면 어느덧 마음에 평화와 고요가 찾아온다. 밤의 대나무숲은 낮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로 방문객을 맞는다. 십리대숲 내에 2000㎡의 규모로 조성된 은하수길은 색색의 불빛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야간정원이다. 540m에 이르는 LED가 삼색 빛을 반짝이며 아름다운 은하수를 재현한다. 색색의 불빛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길을 걷다 보면, 정말 은하수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도심 속 은하수 길을 연출하는 이색적인 야간정원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걸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자. 일몰 후 밤 11시까지만 운영한다.
형형색색 다른 풍경 연출하는 태화강 변 |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형형색색의 초화류로 구성된 계절정원은 초화원, 작약원, 향기정원, 국화정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태화강 변의 초화원은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가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노란 물결의 국화정원은 가을이면 만개하는 10만 송이의 국화 향기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올가을 꼭 방문해야 할 트레킹 코스로 손색이 없다.
24종의 무궁화가 만발, 무궁화정원 |
무궁화정원은 1만㎡의 면적에 울산 출신의 세계적인 무궁화 육종가 심경구 박사가 육성한 품종의 무궁화만 식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개념 재배법을 도입해 매년 7~9월이 되면 무궁화꽃이 온 정원에 만발한다. 울산 지명 품종 11종, 특허 품종 11종 등 총 24종의 무궁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궁화의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 위치 : 울산 중구 태화강국가정원길 154
- 문의 : 052-229-7561
BEST 3 ‒ 경북 울진
건강한 도보 여행의 첫걸음, 울진 금강송 숲
소나무 명소로 널리 알려진 울진은 전국 최고의 울창한 숲과 우수한 형질의 울진 금강소나무 숲을 보유하고 있다. 울진 금강송은 금강산과 태백산맥을 따라 울진·봉화 일대와 강릉·삼척을 비롯한 백두대간 지역에 분포하며 황장목, 적송, 춘양목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지난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금강송은 울진 서면 소광리 일대 백병산과 삿갓재의 1800ha에 거대한 소나무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데, 500년생 소나무가 생장하는 훌륭한 자연생태 체험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숲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품은 숲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금강송은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 품종 과는 달리 재질이 곧고 단단하며 껍질과 속이 붉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 소나무와 다른 금강송을 감상하며 즐기는 트레킹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금강송에코리움
힐링과 휴양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금강송면 소광리(솔평지) 일원에 약 16만㎡(5만 평)의 규모로 조성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을 방문해보자. 이곳에서는 숲을 통한 쉼과 여유, 그리고 치유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금강송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1시간 코스의 금강송숲길 트레킹 체험을 비롯해 힐링 프로그램, 테라피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 위치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십이령로 552
- 문의 : 054-783-8904
- 홈페이지 : https://pinestay.com
BEST 4 - 전북 진안
물 맑고 전망 좋은 운장산
운장산 |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물처럼 깨끗한 계곡을 품고 있는 운장산(해발 1126m)은 전북 진안 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조선의 성리학자 송익필 선생이 은거했던 오성대가 있던 곳이라 해서 선생의 자인 운장(雲長)을 따 운장산이라 불린다. 과거에는 주줄산 혹은 구절산이라 불렸다.
운장산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과 응회암으로 이루어졌다. 암벽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물이 맑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평야 지대이기 때문에 정상에 오르면 전망이 좋다. 정상에는 상봉, 동봉, 서봉 등 3개 봉우리가 거의 비슷한 높이로 서 있다. 서봉은 일명 동재봉이라고도 하며 암봉으로 되어 있다. 서봉 아래에 오성대가 있으며, 부근에는 북두 칠성의 전설이 내려오는 칠성대가 있다. 능선에는 기암괴석과 산죽(山竹), 북쪽 비탈 면에는 인삼과 버섯이 많다. 산허리에서는 감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이 주는 풍부한 피톤치드를 마시며 등산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 위치 : 전북 진안군 주천면 운장산(대불리 2038)
- 문의 : 063-430-2443
BEST 5 ‒ 강원 정선
오지에서 즐기는 트레킹, 노추산
노추산 |
노추산은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사이에 있는 해발 1322m의 산이다. 정선읍에서 조양강 변을 지나 아우라지 나루터를 바라보며 좌회전 후 송천계곡으로 접어든 뒤 약 10km를 더 가면 송천이다. 이곳이 노추산으로 가는 길의 초입이다. 노추산은 대기리에서 조고봉이나 늘막골 구절리에서 사달골이나 대성사를 거쳐 오르는 세 가지 등반 코스가 있다. 이 가운데 구절리에서 산판길을 따라 대성사-이성대-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노추산이 있는 구절리는 정선에서도 오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니 충분한 여유를 갖고 트레킹을 준비할 것. 노추산과 그 일대 정선 오지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힐링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 위치 :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노추산로 912-2
- 문의 : 정선군 관광안내소 1544-9053
동강이 빚어낸 풍경, 상정바위산
‘정선아리랑’ 가사에 ‘남산’이란 지명이 등장한다. 바로 상정바위산이다. 아우라지에서 보면 상정바위산이 남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남산이라고 한다. 상정바위산은 해발 1006.2m의 산이다. 그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정상에서 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조양강과 삼면이 강물로 쌓인 월천마을 풍경으로 유명해졌다. 동강이 돌아가면서 연출한 지형이 한반도와 닮은꼴을 형성한 것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능선이 완만해 쉽게 오를수 있는 데다 주위 경관이 아름다워 편안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 위치 :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문곡강변길 505
- 문의 : 정선군 관광안내소 1544-9053
글 김은아, 오인숙 사진 임익순, 각 지자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