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돼지국밥 지도
돼지국밥, 경상도를 품다
국밥은 말 그대로 국과 밥이 결합된 형태다. 밥은 미리 짓고 국을 끓여 그 국물에 식은 밥을 토렴해 내준다. 바삐 움직이는 시장이나 터미널, 공장지대 중심으로 인기를 끈 것만 보아도 국밥은 시간이 부족하던 이들에게 꽤 경제적인 음식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고기와 고깃국물을 먹을 수 있는 데다 ‘혼밥’ ‘혼술’하기에도 간편하니 말이다. 사골을 푹 끓인 국밥이라면 지친 이들의 속을 더욱 든든하게 지켜준다. 변변한 약이 없던 시절부터 몸이 아프거나 허하면 고기와 뼈를 우린 국물로 약을 대신해왔기 때문이다.
순댓국밥, 선짓국밥, 콩나물국밥, 소머리국밥 등 하고많은 국밥 중 대표는 단연 돼지국밥이다. 부산과 경남의 대표적 향토 음식인 돼지국밥은 음식점만 2013년 4월 기준 부산 710개, 대구 324개, 경남 795개, 경북 281개로 집계될 만큼 이 지역의 돼지국밥 사랑은 식지 않는다.
부산, 돼지국밥의 중심지
돼지국밥집은 부산을 비롯해 울산, 밀양 등에서 찾아볼 수 있고 대구, 경주, 포항 등지에도 제법 많다. 그런데도 부산을 가히 돼지국밥의 중심지로 꼽는 이유는 돼지국밥의 변천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40~50년대에는 돼지머리와 순대 등을 넣었고, 1960년대 이후에는 순대가 귀해지면서 돼지고기 앞다릿살과 내장, 허파, 간 등이 사용되다가 1980년대 이후부터는 내장과 돼지머리가 사라지고 삼겹살을 사용하는 집이 많아졌다. 요즘엔 항정살을 넣는 국밥집까지 생길 정도로 돼지국밥은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할매국밥
195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범일동의 할매국밥은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국밥집 중 하나다. 전형적인 이북식 돼지국밥으로, 맑은 국물이 포인트다. ‘돼지국밥계의 평양냉면’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 지금은 작고하신 창업자 최순복 할머니가 고향인 평안도에서 먹던 방식으로 돼지 살코기로 맑은 국물을 내어 밥을 말아 팔았다. 등뼈와 다리뼈를 넣고 끓인 육수에 삼겹살을 넣고 한 번 더 끓인 국물이 특징.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30분
- 주소 부산 동구 중앙대로 533번길 4
- 전화번호 051-646-6295
- SRT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송정3대돼지국밥
부산 서면시장 골목에는 밀양가산돼지국밥, 포항국밥, 경주국밥, 수영국밥 등 돼지국밥집이 나란히 자리한다. 이 가운데 송정3대돼지국밥은 1946년에 시작했으니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가게 입구의 돼지뼈를 넣어 끓이는 커다란 솥에서 김이 펄펄 솟아오른다. 솥에는 하얗고 탁한 국물이 끓고 있고, 밥 위에 삼겹살•항정살 등 살코기를 넣어 토렴해준다. 보기엔 하얗지만 국밥을 풀면 빨간 양념장이 섞여 국물이 빨갛다. 삶은 소면이 나오며, 간장 베이스의 양념장을 함께 주어 살코기를 찍어 먹는다. 이 집은 다른 돼지국밥집들과 달리 중국 여행객들이 꽤 방문한다. 외국인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비교적 먹기 편한맛 덕분으로 보인다.
- 영업시간 24시간
- 주소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68번길 29
- 전화번호 051-806-5722
- SRT 부산역에서 차로 20분 거리, 부산지하철 1•2호선 서면역 1번 출구
합천일류돼지국밥
부산에서 가장 큰 돼지국밥집으로 사람들로 늘 붐빈다. 부산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곳. 국물 색을 보아서는 고기만 넣어 끓인 집보다는 맑지 않지만 뼈를 많이 넣어 끓인 탁한 국물도 아니다. 뼈와 고기를 잘 배합해 끓인 국물에 수육을 넉넉하게 넣고 마지막에 다진 마늘과 양념장을 올려주는데 이 맛이 이 집의 특별한 맛을 만든다. 약간 슴슴한 편인데, 새우젓과 부추를 더하면 충분하다. 독특한 점은 돼지’우동’이 있다는 것. 돼지국물에 밥을 넣느냐 우동면을 넣느냐의 차이다. 제주고기국수와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맛이다.
- 영업시간 24시간
- 주소 부산 사상구 광장로34
- 전화번호 051-317-2478
- SRT 부산역에서 차로 20분 거리, 부산지하철 2호선 사상역 1번 출구 방향
밀양, 돼지국밥의 발상지
밀양은 돼지국밥의 성지 혹은 발상지로 불린다. 역사는 일제강점기의 무안면 무안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성달씨가 밀양 무안면 시장터에 국밥집 ‘양산식당’을 운영하다 며느리 김우금 씨를 거쳐 현재 세 아들(최수도•수용•수곤)이 동부식육식당•제일식육식당•무안식육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밀양은 영남대로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오가는 뜨내기가 많았다. 그들이 한 그릇 간단히 먹기에 돼지국밥은 더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소뼈를 고은 육수를 섞고 돼지고기 살코기만을 얇게 저며 넣은 무안식 돼지국밥 맛을 안 사람들을 통해 여기저기 입소문이 퍼지다 보니 그 이름이 쉽게 전해졌을 것이다. 현재 밀양의 돼지국밥집 3곳은 조금씩 특색이 있다. 제일식육식당은 소국밥, 소곰탕, 비계가 붙은 돼지 살코기를 넣은 돼지국밥을, 무안식육식당은 쇠고기 양지 육수에 돼지고기 살코기를 넣는다.
동부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의 돼지국밥은 부산에서 흔히 보던 부추 대신 파가 제법 많이 올라간다. 그도 그럴 것이 국물 맛이 돼지국밥보다는 쇠고깃국밥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국밥 국물을 낼 때 쇠고기 양지 육수를 섞고, 암퇘지 살코기를 아주 얇게 썰어 넣어 맛이 담백하다. 암퇘지를 쓰는 이유는 돼지고기 잡내가 없다는 것이 주인 최수도씨의 말이다. 이 집은 무엇보다 깔끔한 국물 맛으로 음미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런 후에 따로 내주는 다진 양념과 새우젓으로 간을 해 먹는다.
-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8시 30분
- 주소 경남 밀양시 무안면 무안중앙길 5
- 전화번호 055-352-0023
- SRT 동대구역에서 차로 1시간 거리
대구, 대구만의 돼지국밥스타일
대구는 1940년대 서성로에서 돼지국밥촌이 형성됐다. 이곳에 지금은 사라진 ‘서성옥’이 대구 돼지국밥의 발상지로 꼽힌다. 그후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리면서 이 주변에 10여 군데가 넘었지만 지금은 8번식당과 이모식당, 밀양돼지고기식당만 남았다. 돼지 머리를 푹 삶아 만드는 초창기 돼지국밥의 형태도 아직 남아있다.
밀양돼지고기식당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돼지국밥집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돼지국밥의 원형을 지키고 있다는 평이다. 지금이야 고기마다 부분육이 공급되어 원하는 부위만 사용할 수 있지만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원하는 부분만 따로 받기는 어려웠다. 밀양돼지고기식당은 여전히 돼지 한 마리를 사용한다. 국물은 돼지 등뼈, 돼지족, 정강이 등을 기본으로 우리며, 여러 부위의 살코기를 넣어준다. 이 집 국밥은 먼저 뽀얀 국물을 즐길 것을 추천한다. 그런 다음 국밥 속에 있는 다진 양념을 섞으면 꽤 칼칼하다.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8시
- 주소 대구 중구 서성로13길 14-3
- 전화번호 053-257-5830
- SRT 동대구역에서 차로 25분 거리
삼정돼지국밥
부산에서는 돼지머리를 이용한 국밥이 사라지고 있지만, 대구에는 아직 초창기 돼지국밥의 특징이 남아있다. 돼지머리를 삶아서 비계 부위는 벗겨내고 살코기만 사용한다. 봉덕시장안에 한양•삼정•김천•청도 등 5개 국밥집이 모여 있고, 이 중 삼정돼지국밥은 이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이곳은 붉은 다진 양념과 함께 된장을 올려준다. 된장 덕분에 국물의 끝 맛이 구수하다. 돼지국밥 한 그릇에 돼지머리에 붙어 있던 다양한 살코기를 맛볼 수 있고, 돼지 귀를 따로 낸다.
-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
- 주소 대구 남구 봉덕로 115
- 전화번호 053-473-4810
- SRT 동대동대구역에서 차로 20분 거리
글 문경옥 사진 임익순 참고도서 박정배<음식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