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도시 대전의 탄생

넓고 평탄해 ‘한밭’이라 불리던 대전은, 근대의 아픔을 딛고 희망찬 과학·첨단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의 역사는 국가보다 길다

근대도시 대전의 탄생

‘거주자가 수십 호(戶)에 지나지 않는 적막한 한촌(寒村)’. 1932년 호남일보사에서 발간한 <충청남도발전사>에 묘사된 20세기 초 대전의 풍경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이어 1914년 호남선 철도가 완전히 개통되자 대전은 일약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이에 조선 총독부는 회덕에 있던 군청을 대전 원동으로 이전한다. 철도 부설과 함께 이주한 일본인이 많아 식민 통치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1917년 통계를 보면 조선인 1813명, 일본인 5080명으로 일본인이 3배 정도 많았다. 이른바 근대도시 대전의 탄생은 철도 부설, 그리고 그와 함께 유입된 일본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셈이다. 광복 직후에도 대전역에는 여전히 호남·장항·경부선이 지났다. 플랫폼은 초만원이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후루룩 먹기 좋은 가락국수와 칼국수가 대전의 명물이 됐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 분….” 대전을 상징하는 노래 ‘대전 부르스’의 도입부다. 노래 속 완행열차는 사라지고, 대전에는 SRT가 지나간다. 근대도시 대전의 역사는 100년이지만, 대전의 역사는 국가보다 길다.

대전역

지금 대전역 자리에 역사가 들어선 것은 1918년이다. 2층 규모의 최신식 목조 건물로 식당까지 갖췄으며, 대구역을 본떠 형태와 규모가 거의 같았다. 지방 철도역 중 부산, 신의주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였으나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 오늘날 대전역은 2003년 신축한 것. 대전도시철도 1호선 대전역과 연결돼 있다.

대한민국 3대 빵집의 위엄, 성심당

근대도시 대전의 탄생

성심당은 군산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빵집’으로 꼽힌다. 2011년 글로벌 미식지침서 <미슐랭 가이드>에 실렸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문했다니 ‘성심당 가려 대전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스테디셀러는 팥소가 든 소보로빵을 통째로 튀긴 ‘튀김소보로’와 부추가 듬뿍 들어간 ‘판타롱부추빵’.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이던 성심당은 낡은 판자촌에서 대전과 함께 성장했고, 고아원에 빵을 나눠주는 선행으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Flying Pan’, 디저트 전문점 ‘성심당케익부띠끄’ 등을 운영하는 대전 향토기업이 됐다. 성심당의 성장은 대전의 성장이다. ‘보문산 메아리’, ‘한밭의 노래’, ‘대전부르스떡’ 등 대전의 문화를 담은 성심당의 빵들이 더욱 사무치게 와 닿는 이유다.

  1. 성심당 본점 : 8:00~23:00(연중무휴)|대전 중구 대종로480번길 15|1588-8069
  2. 성심당케익부띠끄 : 8:30~23:00(연중무휴)|대전 중구 대종로 480|042-220-4153

걸어서 원도심 문화산책

대전역 주변은 옛 충남도청을 비롯해 근대문화 유적이 많다. 대흥동과 은행동, 대전의 옛 원도심을 슬렁슬렁 걸으며 눈과 입과 마음을 채웠다.

 

들어는 봤나 두부두루치기, 진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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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앱을 찍고 가도 한 바퀴 정도 돌 법한 골목길에 숨어 있는 진로집. 그럼에도 60년 가까이 장수하는 비결은 ‘고향의 맛’이다. 1960년대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오징어두루치기를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징어 가격이 들쑥 날쑥하고 일정한 공급도 어려워 고민 끝에 저렴하고 영양가 높은 두부로 두루치기를 하게 되었다고. 대전 사람들의 소울 푸드, ‘두부두루치기’가 탄생한 순간이다. 새빨간 외양만큼 맛은 상당히 매운 편. 매운 음식에 약하다면 ‘순한맛’으로 꼭 부탁하자. 칼국수 하나 시켜 면은 두루치기에 섞어 먹고 국물은 매울 때 떠먹을 것.

11:00~22:00|두부두루치기 小 1만 원, 칼국수 4000원|대전 중구 중교로 45-5 (대흥동)|042-226-0914

4대째 내려오는 평양냉면, 사리원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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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는 오래된 맛집이 참 많은데 창업주 상당수가 6·25전쟁 실향민이다. 대전시 영업허가 ‘1호’ 업소인 사리원면옥도 이 중 하나다. 1952년 황해도 사리원 태생인 김봉득 일가에서 시작돼 4대째 내려오고 있는 이 평양냉면집은 적당히 탄력 있는 면과 담백한 국물이 일품. 대전과 세종시, 서울 시청에도 ‘사리원’이란 지점이 있지만 ‘사리원면옥’을 쓰는 건대흥동 본점이 유일하다. ‘김치비빔냉면’ 역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메뉴.

10:00~22:00|냉면 8000원, 김치비빔냉면 9500원, 갈비탕 1만1000원|대전 중구 중교로 62|042-256-6506

삶은 여행이다, 도시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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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참 어려운 세상, 도시여행자는 여행자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Life is travel, travel is life’라는 모토로 청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층은 흥미로운 책이 가득한 서점이다. 책을 읽고 싶다면 이곳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매년 9월 즈음 여행과 예술, 삶이 함께하는 ‘시티페스타’를 주관한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 지역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꿈꾸는 곳. 도시여행자 같은 곳이 더욱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월~목요일 12:00~22:00, 금요일 12:00~24:00, 토·일요일 13:00~21:00|대전 중구 보문로260번길 17 1층|010-9430-2715

마음이 공간을 바꾼다, 문화공간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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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흔해 빠진 모텔이 될 수도 있었다. 그때 박석신 대표는 생각했다. ‘이곳에 화가와 건축가, 조각가와 시민이 모이면 어떨까?’ 그렇게 쓰레기로 방치됐던 여관 주차장은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방문 당시 서한겸 작가의 개인전 <많은 여행과 큰 외로움>이 열리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는 삶의 찰나들을 몸의 여행을 통해 끊임없이 그려내고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들어와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고, 역시 자유롭게 떠나갔다. 예술로 담장없이 소통하는 것, 그것이 문화공간 주차의 매력일 것이다.

대전 중구 보문로254번길 36|042-254-5954

여린 녹빛처럼 순정한 맛, 눈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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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봄의 마늘싹을 보고 ‘눈록빛’이라 찬탄한다. 눈록(嫩綠)은 ‘어리고 예쁜 초록’, 즉 봄의 새순처럼 여린 녹빛을 말한다. 문패 하나 덜렁 간판이라 달아두고 이리 어려운 한자를 적어놨으니,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여긴 뭐 하는 집이여?’ 하고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지사. 눈록식당은 ‘저염식 슬로푸드 한식당’이다. 더덕구이덮밥, 잔새우 시래기밥, 눈록LA갈비 등의 식사와 ‘오늘의 막걸리’를 판다. 오래된 호프집 구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도 재밌고 하나하나 정성 가득한 밑반찬도 감동이다.

11:30~21: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더덕구이덮밥 8000원, 눈록LA갈비 小 2만2000원|대전 중구 목척1길 18|010-3053-3829

유성온천, 족욕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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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심부에서 약 11km 떨어져 있는 유성온천. 조선 태조가 새 도읍지를 물색하기 위해 계룡산에 들렀다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알칼리성(pH 8.4)을 띠는 42~65℃의 온천수는 피부병과 관절염, 신경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성명물문화공원 안에 유성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 족욕체험장이 있으므로 기회가 된다면 꼭 발을 담가보자. 발을 씻고 말릴 수 있는 편의시설도 함께 마련돼 있다.

동절기 7:00~21:00, 하절기 7:00~22:00|대전 유성구 봉명동 574|042-611-2128

글 이현화 사진 임익순 참고도서 <모던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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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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