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먹방 ON : 식샤를 합시다
일본의 대표적인 식도락 여행지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삼시 세끼보다 훨씬 많은 먹부림을 즐기며.
“주말 끼고 일본 여행 어때?” 친구의 한마디에 득달같이 여섯 명이 짐을 꾸렸다. 이젠 누구나 미식 여행을 즐기는 시대. 더욱이 후쿠오카는 1시간 남짓 짧은 거리, 저렴한 항공권, 산책하기 좋은 강변과 다양한 먹을거리를 갖춰 5일 근무 직장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후쿠오카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먹방 스위치는 켜졌다. 편의점 음식부터 오래된 맛집, 아기자기한 디저트 카페, 나카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거리 포장마차 야타이 등 먹을 것이 넘치니 나의 위대(胃大)하지 못함이 그저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다이어트 의지는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맛을 향해 진격, 또 진격!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3일의 여정 속에서 우리를 만족시켰던 곳 만 엄선했다. 그럼, 어디 한번 먹어볼까?
달콤쫀득고소한 장어 한 점 - 요시즈카 우나기야 吉塚うなぎ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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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문을 연 이래 145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장어 맛집. 미식가들이 후쿠오카를 방문할 때마다 한 번씩은 ‘찍고’ 가는 마성의 공간으로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일본 최초로 장어 양식에 성공한 시즈오카와 일본 제일의 장어 양식지 가고시마, 미야자키에서 자란 장어만을 고집한다. 장어의 맛은 수질과 먹이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원산지의 식재료를 사용해 계절에 상관없이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둘째, 대대로 내려오는 양념 소스와 먹기 좋게 구워내는 노하우가 있다. 비법은 당연히 공개불가. 며느리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나카스 강변이 내려 다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고슬고슬하게 익은 밥 위에 장어를 얹어 한 입 먹는다. 달콤쫀득한 맛, 뒤이어 올라오는 고소함까지 잘 어우러진다. 달짝지근한 양념을 장어없이 흰 쌀밥에 살살 비벼 먹어도 꿀맛! 비법만 전수하면 한국에서 백종원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 11:00~21:00 (마지막 주문 20:30) 매주 수요일 휴무
- 우나기동 1900~3100엔, 우나쥬 3100~4300엔, 우나기 가이세키 우메 6200~8900엔
- 2-8-27 Nakasu, Hakata
- 092-271-0700
김현중 (메리앤비 마티덤 코리아 이사)
- 맛 : ★★★★★
- 가성비 : ★★★
- 분위기 : ★★★★
- 한줄평 : 장어의 품격,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비싼 가격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명란이 축제처럼 터진다 - 멘타이쥬 めんたい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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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의 도시에서 명란 요리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후쿠오카의 명물이자 대표 특산물인 일본식 명란, 멘타이코(明太子)는 사실 우리나라 명란젓이 원조다. 어린 시절을 부산 초량에서 보낸 가와하라 도시오 사장이 일본으로 돌아와 멘타이코를 개발해 대성공을 거둔 것. 후쿠오카 곳곳에는 수많은 명란 전문 음식집이 있는데, 그중에서 후쿠오카 최초의 멘타이코 요리 전문점인 멘타이쥬가 제일 유명하다. 대표 메뉴는 따뜻한 밥 위에 다시마로 돌돌 만 명란을 얹고 특제 가케다레 소스를 뿌려 먹는 명란덮밥. 기호에 맞게 소스의 맵기도 선택할 수 있다. 짭조름한 명란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밥이 야속할 정도. 명란덮밥만큼 인기 있는 메뉴는 명란과 10여 가지 채소로 넣어 자작하게 끓인 국물에 면을 찍어먹는 쓰케멘으로 한멘세트를 주문하면 덮밥과 쓰케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 7:30~22:30
- 멘타이쥬 명란덮밥 2780엔, 멘타이 니코미 쓰케멘 1680엔, 한멘세트 2880엔
- 6-15 Nishinakasu, Chuo
- 092-725-7220
박주미 (에이시아 대표)
- 맛 : ★★★★
- 가성비 : ★★★
- 분위기 : ★★★
- 한줄평 : 비주얼에서 한 번, 맛에서 한 번, 결국 반하고 말았다.
맞춤형 돈코츠라멘 - 이치란 一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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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천국 일본에서 3대 라멘을 꼽자면 된장으로 맛을 낸 삿포로의 미소라멘, 간장을 넣은 기타카타의 소유라멘, 그리고 하카타의 돈코츠라멘이 있다. 돈코츠라멘은 돼지 뼈를 우려낸 진하고 뽀얀 육수가 특징으로 후쿠오카에 본점을 둔 이치란이 1960년대부터 그 맛을 선보이고 있다. 단출하게 면과 육수가 기본이고, 기호에 따라 파와 마늘, 차슈(삶은 돼지고기 슬라이스), 김, 버섯, 반숙 달걀 등 각종 재료를 첨가해 먹는 방식. 전체적인 간, 기름진 정도, 매운 비밀 소스, 면의 익힘 정도 역시 선택 가능해 나만의 맞춤형 돈코츠 라멘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한국어 메뉴도 마련되어 있으니 주문 걱정은 붙들어 매시길.
- 24시간
- 돈코츠라멘 890엔 + 기호에 맞게 토핑 추가
- 5-3-2 Nakasu, Hakata
- 092-262-0433
김정원 (SRT매거진 기자)
- 맛 : ★★★
- 가성비 : ★★★
- 분위기 : ★★
- 한줄평 : 내 입맛을 정확히 알면 맛은 몇 배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시 주문해야 할걸?
전설의 데미글라스 소스 - 만텐보시 満天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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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식 함박스테이크는 우리나라에 많은 체인점을 양산하며 원조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독일 함부르크식 스테이크가 미국에선 햄버거가 되고, 일본 후쿠오카에선 돌판 위에 구워 먹는 함바그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국인에게는 오픈 전부터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가는 기와미야 식당이 유명하지만 가벼운 한 끼 식사를 위해서라면 만텐보시를 추천한다. 1978년 도쿄의 작은 비스트로로 시작해 일본 전역에 지점을 낸 경양식집으로 두툼하고 육즙 가득한 함박스테이크와 촉촉하고 보드라운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등의 메뉴를 내놓는다. 특히 매장에서 직접 만든 짙은 갈색의 데미글라스 소스는 만텐보시의 자부심. 에스파뇰 소스에 송아지뼈와 힘줄, 채소 등을 넣어 1주일 동안 걸쭉하게 끓여내 맛의 깊이를 더한다.
- 11:00~23:00
- 오므라이스 1730엔, 함박스테이크 1730엔, 원플레이트믹스(두 가지 요리 선택) 2160엔, 셰프 추천 세트 2580엔
- 9F Hakata st. Hakata
- 092-415-1147
김정한 (페이퍼 아티스트)
- 맛 : ★★★★
- 가성비 : ★★★
- 분위기 : ★★★
- 한줄평 : 입에서 육즙이 터진다, 이것이 함바그로구나!
오징어회, 날것 그대로 - 가와타로 河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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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싱싱한 오징어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 1960년에 문을 연 가와타로는 오징어를 산 채로 썰어 내놓는 이카이키츠쿠리(イカ活造り) 요리를 처음 개발한 곳으로 후쿠 오카에는 본점이, 규슈의 작은 어촌 마을 요부코에는 분점이 자리한다. 카운터석, 테이블석, 개별 룸 등 다양한 좌석이 있지만 중앙의 오징어 수조와 오픈형 키친을 바라보며 앉은 카운터석이 가장 인기 높다. 오징어는 성질이 급해 단시간에 썰지 않으면 색이 변하고 딱딱해진다. 때문에 뜰채로 오징어를 잡아 올리자마자 능숙한 솜씨로 칼집을 내는데,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기대감이 더 크다. 투명하고 고운 속살을 드러낸 오징어는 천연 마타이치 소금에 찍어서 한 입, 레몬을 뿌린 소금에 찍어서 한 입, 마지막으로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서 한 입 먹는 게 순서.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에 고소함까지 입안 가득 퍼진다. 회를 즐긴 후 남은 부위는 바삭한 튀김이나 소금구이로도 맛볼 수 있다.
- 평일 12:00~14:30, 17:00~23:00 주말 11:45~14:30, 17:00~23:00 예약 필수
- 오징어회 1500엔부터(100g), 오징어 활어회 정식(점심) 2400~2800엔, 오징어회 코스 요리(저녁) 5000엔~1만 엔
- 1-6-6 Nakasu, Hakata
- 092-271-2133
윤희성 (FCA 코리아 트레이닝 매니저)
- 맛 : ★★★★
- 가성비 : ★★
- 분위기 : ★★★★★
- 한줄평 : 일본에서 가장 특색 있는 규슈 지방의 요리, 맛과 문화를 동시에 흡입한 느낌적인 느낌.
폭신폭신 말랑말랑 - 그램 GRAM
SNS 먹방러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막강 비주얼의 수플레 팬케이크. 2014년 오사카에 처음 오픈해 일본을 넘어 홍콩과 태국까지 진출한 그램의 대표 메뉴로 우리나라에 때 아닌 팬케이크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3단으로 쌓아올린 두툼한 팬 케이크, 그 위로 달콤한 슈거 파우더와 버터까지 올라간다. ‘구름 팬케이크’라는 별명처럼 폭신하고 말랑말랑한 식감이 특징. 메이플 시럽과 생크림까지 곁들여 먹으면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하루 3번, 오전 11시, 오후 3시·6시에 20개씩만 한정 판매하기 때문에 미리 대기해야 성공률이 높다. 주말에는 조금만 늦어도 못 먹는다고! 후쿠오카에는 게고 공원을 사이에 두고 2개 매장이 있다.
- 10:00~20:30
- 프리미엄 팬케이크 950엔, 프렌치토스트 800엔, 커피 400~600엔
- 1-11-1 Tenjin
- 092-791-8572
정지유 (메종드램 대표)
- 맛 : ★★★
- 가성비 : ★★★
- 분위기 : ★★
- 한줄평 : 서울 연남동 수플레 팬케이크보다는 훨씬 맛있고 구름보단 아닌. 구름을 맛본 적은 없지만.
글·사진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