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싱글들에게 반짝이는 위안을

[여행]by SRT매거진

“지금 행복하기!” 책을 읽다 짧은 문장에서 울컥했다. 막연한 미래의 행복만을 기다리며 일상을 허덕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어진 시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일까.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마음 살피기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즐거워하는지를 아는 것 말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보물을 찾는 여행을 떠났다.

오렌지빛 호수를 바라보다, 세종호수공원

세종호수공원의 세호교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멋진 포토존이다

첫 여행지로 ‘한국에서 가장 큰’ 세종시의 세종호수공원을 골랐다. 그만큼 더 넓은 품으로 나를 안아줄 것만 같았다. 축구장의 62배 크기로, 공원 전체를 둘러보려면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린다. 흐드러지게 핀 꽃과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산책로는 걷는 즐거움이 있다. 덱(Deck)을 따라 물 위를 걸으며 다양한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물꽃섬도 조성되어 있다. 호수 옆, 장남평야의 이름을 딴 정자 장남정에 오르면 호수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세호교를 건너 은빛해변으로 향했다. 낮 동안 뜨거웠던 해는 지면서도 오렌지빛 여운을 남긴다. 어두워지면 국립세종도서관과 호수공원, 수상무대섬에 조명이 들어온다. 푸른 밤을 점점이 밝히는 불빛이 평온하다.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소리가 들리는 곳”, “한밤에 온통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한 곳”.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 호도’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복잡한 런던 거리를 걸으며 유년의 추억이 있는 이니스프리섬을 그리워하는 시인을 생각하며 호수의 찰랑거리는 소리에서 위안을 얻는다.

도전하는 용기를 충전하다, 청주 수암골

청주 시내의 일몰과 야경을 볼 수 있는 수암골 전망대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청주 수암골은 6·25전쟁 후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로, 고향을 떠나온 피란민들은 주위의 재료로 얼기설기 집을 만들었다. 이곳은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 팔봉제과도 이곳에 있다. “도전을 즐기는 사람만이 진정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던 김탁구. 도전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돌다리만 두드리고 있지는 않은지 명대사를 곱씹어본다. 수암골은 2007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가 있는 마을로 바뀌었다. 바닥에는 걸으면 음악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피아노 건반이, 방치됐던 연탄재에는 익살스러운 미소가 생겼다. 담벼락을 따라 넘실거리는 붉은 장미와 능소화가 골목까지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한다. 달동네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달과 가까운 동네라는 풀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 힘든 오르막길마저도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사람들은 난간에 기대어 풍경을 감상한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고 푸른 장막이 둘린 하늘, 그 아래 사람들이 밝힌 별들이 도시를 밝힌다.

나와 데이트하기, 단양 수양개빛터널

색색의 조명으로 가득한 단양의 수양개빛터널 산책로는 마치 동화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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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SNS를 훑어보다 한 사진에 시선이 꽂혔다.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케 하는 불빛 사이에 서 있는 연인이다. 장소는 단양의 수양개빛터널, 검색해보니 ‘취향 저격’의 장소다. 연인들의 성지 같은 곳에 혼자라서 궁상맞아 보이는 건 아닐지 근심도 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기로 해놓고 남들의 시선부터 신경이 쓰인다. 오늘만큼은 나 자신과 데이트를 하며,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아껴줄 것이다. 터널에 들어서자 반짝이는 빛 망울이 눈에 들어온다. 줄로 매달아놓은 작은 조명들이 천장의 영상과 만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SNS에서 본 그곳이다. 주위 연인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좋아한다. 사랑이 눈부신 것은 서로가 스며든 것일 테다. 영롱한 빛처럼 말이다. LED장미꽃이 늘어서 있는 넝쿨 통로를 지나면 신나는 음악과 미디어 파사드가 빚어내는 화려한 레이저쇼가 펼쳐진다. 사람들은 빛의 향연을 온몸으로 즐긴다. 이 시간만큼은 나도 빛을 즐긴다. 스스로 빛나지 않은 별이 없듯,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는다.

희망의 달을 품다, 충주 중앙탑사적공원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옆의 달은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올 때 사진에 담으면 더욱 멋있다

보물찾기의 마지막 목적지는 충주 중앙탑사적공원. 탑의 정식명칭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으로 통일신라 때 나라의 남쪽과 북쪽 끝에서 두 사람이 똑같이 출발했고 중간에 마주친 곳에 탑을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곳은 요즘 SNS에서 핫한 장소이기도 하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주인공 윤세리와 리정혁, 5중대 부대원들이 재회하는 장소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2km의 무지개길은 밤에 걸어야 더욱 운치 있다

그중에서도 야경이 멋진 곳은 탄금호 무지개길. 오색 조명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비추고, 도로 옆에 설치한 달이 수면 위에 반사되어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드라마에서는 또 다른 커플, 서단과 구승준의 키스신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사랑의 불시착 벤치’로 알려진 곳에 앉아 마음 속 보물들에 대해 생각했다. 소설 <연금술사>에 나온 글귀가 떠올랐다.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 즐거운 마음,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며 아주 사소한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있을 때 나의 보물은 발견된다.” 보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글·사진 유정열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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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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