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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사회 초년생에게도 힐링이 필요해

bySRT매거진

고등학생 때는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취업이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행여 실수나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회 초년생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딘 당신에게도 힐링이 필요하다.

걸을수록 정신이 맑아지네

진천 생거진천자연휴양림

시원한 계곡이 어우러진 생거진천자연휴양림

돌아보면 나의 이십 대 후반은 마음만 급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답답했다. 혼자만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할까. 행여 당신도 그런 마음이라면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은 진천 무제산 자락 동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 옆으로 ‘숲속의 집’이 들어서 있다. 마지막 집을 지나면 곧 임도가 시작되는데 마치 긴 나무 터널을 걷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쩌면 사색은 눈을 감고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포행(布行)은 참선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이내 송림정이라는 팔각정이 나온다. 이곳부터 무제산 정상까지는 불과 1km 거리. 정상을 밟아도 좋고 발길을 돌려도 괜찮다.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든 당신은 다시 사색에 잠기게 될 테니까. 어느 쪽이든 휴양림에 다시 도착했을 때면 마치 먼 길에서 돌아온 수도승처럼 맑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불편함 속에서 얻는 편안함

영동 송호국민관광지

송호국민관광지는 아름다운 솔밭뿐만 아니라 금강의 풍경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송호국민관광지의 솔밭. 푸른 잔디 위에서의 하룻밤은 꿈만 같다

송호국민관광지는 넓은 솔밭에 자리한 캠핑장이다. 그 흔한 덱도 없다. 모든 캠핑 사이트의 바닥은 풀밭이다. 가장 자연적인 캠핑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굵직 굵직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솔밭은 매우 아늑하다. 더욱이 솔밭 뒤에는 유유히 금강이 흐른다. 강을 건너온 바람은 소나무 사이를 지나면서도 소리가 없다. 캠핑의 매력은 불편함 속에서 얻는 편안함이다. 솔밭과 금강 사이에 자리한 여의정(如意亭) 옆에는 이름도 없는 돌부처가 서 있다. 가슴에 손을 모은 부처의 얼굴은 코 이외에는 알아볼 수가 없다. 불편함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처럼 투박함 속에서 느끼는 인자함이다.

체험이 있으니 즐거움이 두 배

증평 좌구산자연휴양림

좌구산자연휴양림 내의 명상구름다리. 구름다리 위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만약 역동적인 여행을 선호한다면 좌구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휴양림뿐 아니라 천문대와 줄타기(집라인) 체험까지 가능한 휴양림이기 때문이다. 천문대는 휴양림을 지나 좌구산 중턱까지 올라가야 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으며 인근에 큰 도시가 없어 천체를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또한 줄타기 길이는 무려 1.2km에 달한다. 다섯 번이나 환승하며 좌구산 자락을 하강한다. 처음은 다 어렵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제 맘대로 흐른다. 주말과 월급날은 더디 와도 지나고 보면 1년은 금방이다.

수십 년 손길로 완성된 정원

세종 베어트리파크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손길로 가꾼 베어트리파크. 꽃과 나무들이 아름다운 정원이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마지막 힐링 장소. 바로, 베어트리파크다. 이곳은 1991년부터 이미 수목을 식재하기 시작했으니 30년 가까이 가꿔온 정원이다. 정원을 산책할 때는 꽃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하늘매 발톱, 지리대사초, 해국, 꿩의비름…. 아무것도 아닌 풀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서야 내게로 와서 진정한 꽃이 된다.


이곳에는 여러 동물도 살고 있다. 특히 반달가슴곰은 베어트리파크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 처음에 몇 쌍 기르던 것이 지금은 대를 이어서 수십 마리가 되었다. 수목이 자리를 잡듯 동물들도 뿌리를 내린 것이다. 먹이를 달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과 던진 먹이를 입으로 완벽하게 받아내는 동작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한편 안쓰러운 마음도 숨길 수는 없다.


힐링을 마쳤으면 이제 다시 사회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결과물만 재촉하고, 자기들 하기 싫은 일은 다 나에게 떠넘기는 것 같기도 하다. 더욱이 사회 초년생인 주제에 모르는 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도 시달린다. 그리고 결국 사수가 원수가 되는 날이 오고 만다. 혹시 그런 날이 찾아오면 다시 숲으로 가길 권한다. 숲은 언제나 안식을 선물한다. 숲은 생명의 근원이다. 숲이 어머니의 품속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글·사진 박동식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