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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해안을 벗 삼아 걷는
남해 다랭이길

bySRT매거진

2020 올해의 해안누리길 선정

높은 산과 넓은 바다가 조화를 이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다랭이길의 초입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2020년 올해의 해안누리길로 경남 남해군 홍현리 일대의 ‘다랭이길’을 선정했다. 가천다랭이마을에서 홍현보건소까지 이어지는 약 4.4km의 아름다운 해안길.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숲길과 선인들의 지혜와 고단함이 고스란히 담긴 다랭이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호젓하게 걷기에 더할 나위 없다.

명승 제15호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

‘해안누리길’은 해양수산부와 한국 해양재단이 선정한 걷기 좋은 해안길로서 자연 그대로의 길과 이미 조성된 바닷길 중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해양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보행 가능한 길이다. 현재 총 58개 노선으로 10개 시·도 및 39개 시· 군·구에서 해안누리길을 경험할 수 있다. 올해의 해안누리길로 선정된 남해 ‘다랭이길’은 명승 제15호로 지정된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이하 ‘다랭이논’)과 함께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해안누리길을 만들어낸다.


남해는 예로부터 꽃이 많아 ‘화전(花田)’이라 불렸다. 대한민국 끝자락에서 느낄 수 있는 이곳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에는 꽃밭이란 별칭에 걸맞은 아름다움이 구석구석 뭉근히 배어 있다. 도시와는 다른 시간의 흐름은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다른 차원으로 우리를 옮겨놓는다. 도시에서의 시간보다 몇 배는 더 느리게 갈 것 같은 착각 속에 터벅터벅 느린 발걸음을 옮겨본다.

다랭이와 배미

다랭이는 다랑이의 사투리이고, 배미는 논두렁으로 둘러싸인 하나하나의 구역을 말한다. 다랭이는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으로 된 좁고 긴 논배미를 뜻한다. 수확이 끝난 다랭이논에는 마늘이나 유채를 심는데, 유채꽃으로 물드는 봄 풍경도 장관이다.

켜켜이 쌓아올린 다랭이논의 신비감

하늘에서 바라본 남해 다랭이길 전경

가천다랭이마을 관광안내소 앞. ‘아름다운 다랭이마을’이라고 적힌 표지석 앞에서 오늘의 걷기 여행을 시작한다. 파란색 화살표와 리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는다. 10월 중순, 대부분의 가을걷이가 끝난 시기. 민머리를 드러낸 다랭이들 사이로 문득 노랗게 익은 벼 이삭이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는 서너 배미를 만난다. 이 한 줌의 땅을 얻기 위해 옛사람들이 흘린 땀과 수고로움을 떠올리면 새삼 가슴이 먹먹해진다. 허투루 놀리는 땅이 없을 만큼 작은 배미 하나도 소중히 여겼던 곳. 100여 계단이 넘는 다랭이 논둑의 수많은 돌 옹벽을 보며 새삼 마음이 벅차오르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좁은 바닷가 땅 대신 가파른 비탈에 석축을 쌓아 계단식 논을 만들고, 한 뼘이라도 더 논을 넓히기 위해 석축을 90도 각도로 곧추세운 덕에 산비탈을 따라 유연한 곡선의 논두렁이 완성됐다. 선인들의 수고로운 노동과 자연이 빚어낸 풍경은 짧게 혹은 길게 반복되고 이어지는 등고선이 되었다. 걷기 여행에서 의도하지 않게 쉬어가는 것이 이러한 풍경 때문이 리라. 길 따라 수없이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들을 가슴에 담는다. 갈림길의 다랭이마을 표지목을 지나 좀 더 아래로 내려가면, 동백나무와 로즈메리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이어진 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 탁 트인 절경과 마주한다. 작은 탄식과 함께 눈앞에 쏟아지는 풍경. 오른쪽으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일렁이고, 왼쪽으로는 겹겹이 쌓인 다랭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을 따라 돌아갈 때마다 변검술 하듯 바뀌는 풍경이 가히 장관이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 펼쳐지는 해안 풍광과 다랭이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연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남해의 대표적인 명소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파도 소리와 함께 걷는 해안숲길

정자에서 바라본 망망대해의 남해 앞바다

첫 번째 정자에서 시작해 다랭이마을을 빙 둘러 두 번째 정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보는 남해 바다는 또 새롭다. 장쾌한 바다 조망에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시간. 남해에서 흔치 않게 망망대해의 남해 앞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 멀리 노도와 금산을 왼편에 두고 눈앞에 수평선이 아스라하다.


여기까지 산책하듯 느긋하게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야 한다. 본격적인 걷기 여행의 시작이다. 두 번째 정자에서 홍현마을까지 약 3km의 해안숲길이 이어 지는데, 길이 좀 더 험하고 오르내림도 심해진다. 해안숲길을 걷기 위해서는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신고, 스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혼자 걷는 것보다는 2인 혹은 3인씩 짝을 이뤄 걷기를 권한다. 다랭이길을 알리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좀 더 험하고 오르내림이 심해지는 해안숲길 발걸음을 뗄 때마다 들리는 파도 소리가 도보 여행길의 동반자가 된다

숲길로 들어서도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해안 풍경은 여전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숲길은 그야말로 이색적인 체험. 숲길과 바닷길을 함께 걷는 듯한 묘한 이질감이 신선하 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들리는 파도 소리는 여행길의 동반 자가 되어 때로는 가까워졌다가 때로는 멀어지며 애간장을 태우기 일쑤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숲길로 접어들다 문득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와 기암괴석의 조화는 빼놓을수 없는 해안숲길의 매력. 중간중간 마련된 전망쉼터에서 잠시 쉬거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랭이마을 동쪽 끝에서 시작한 길은 그렇게 앵강만을 타고 돌아 홍현마을까지 길게 이어진다. 다랭이길은 걷기 좋은 구간이 즐비한 남해 해안길 (남해바래길) 중에서도 이용객 수와 만족도가 가장 높은 황금 코스로 꼽힌다. 특히 그 안의 해안숲길은 남해를 찾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간 중 하나. 감탄을 자아내는 경관 포인트가 한두 곳이 아니다.


90분에서 120분가량 소요되는 다랭이길은 17.7km의 남해 바래길 10코스 앵강다숲길의 후반부 약 3km, 남파랑길 42 코스 일부와 중복된다. ‘남해바래길 2.0’ 전용 앱을 설치한 후 ‘길 따라가기’를 선택하면, 코스 이탈 시 알람이 울려 보다 안전한 걷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카페 톨

  1. 위치 :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679번길 17-27
  2. 시간 : 월 11:00~15:00, 금~일 11:00~17:00 (화~목 휴무)
  3. 메뉴 : 오디 라떼(에이드), 유기농 요구르트, 다랭이 모히또, 드립 커피, 남새뜰 루꼴라 샐러드 등
  4. 전화 : 010-5177-852

해바라기 맛집

  1. 위치 : 경남 남해군 남면로679번길 17-8
  2. 시간 : 8:00∼20:00
  3. 메뉴 : 갈치조림, 해물된장찌개, 톳멍게비빔밥, 멸치쌈밥, 해물칼국수, 콩국수 등
  4. 전화 : 055-862-8743

Info.

  1. 다랭이길 경로 : 가천다랭이마을 관광안내소 → 다랭이마을 → 가천암수바위 → 다랭이바다 정자 → 해안숲길 → 전망쉼터(벤치) → 홍현마을 → 홍현보건소(홍현버스정류장)
  2. 출발지 :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 702 가천다랭이마을 관광안내소
  3. 대중교통 :
    1. 출발지까지 - 남해읍에서 가천행 군내버스 이용
    2. 도착지에서 - 홍현보건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남해읍행 군내버스 이용
  4. 문의 : 남해군 문화관광과 055-860-8658, 한국해양재단 02-741-5278
  5. 숙소 추천 : 다랭이마을 공식 홈페이지(https://darangyi.modoo.at) 내 ‘마을민박’ 메뉴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6. 남해바래길 2.0 개통 : 10주년을 맞아 2020년 새롭게 리모델링한 ‘남해바래길 2.0’은 남해군 관내 10개 읍면을 모두 관통하는 총 231km로, 본선 16개 코스와 지선 3개 코스로 구성됐다. 본선 코스는 섬 전체를 연결하는 순환형 종주길이다. 반면, 지선 코스는 코스별로 원점 회귀가 가능한 단거리 순환형 걷기 여행길로 자가용 이용이 편리하다. 남해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걷기 여행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해 걷기 여행길 고도화 사업(남해바래길 2.0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 오인숙 사진 임익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