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안

[여행]by SRT매거진

겨울 신안을 칠하는 색은

따뜻한 빨강, 신비로운 보라

지금 신안엔, 바다정원 애기동백 훤하고 반달 섬엔 보라가 물들었다. 까치가 물어다주었나, 황새가 날개를 폈나. 겨울 신안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 세계에서도 찾아온다. 들어가 볼까. 겨울 신안으로.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팡팡, 폭죽이 터지듯 전남 신안에 연이어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에 신안이 포함되어 등재되었고, 12월에는 퍼플섬(반월·박지도)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1 한국관광의 별’ 본상을 수상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신안 곳곳마다 보라색 현수막이 나부끼며 국내외에서 날아든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런 좋은 소식을 널리 전하기까지 물심양면 힘쓴 손길은 한둘이 아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전 하고, 주민 삶과 어우러지게 매일 가꾼 덕이다. 그런 정성도 잠시. 어떤 이는 신안을 간다고 하 면, 마치 오지의 섬을 찾아가는 것처럼 걱정이 태산이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배를 타고 신안 이 섬, 저 섬을 볼라치면 신분증을 꼭 제시하고, 비상연락처도 알려줘야 한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또, 배를 타지 않고도 신안의 아름다운 면면을 볼 수 있는 곳도 사방에 널려 있다. 신안이 달리 천사(1004)섬으로 불리겠는가.

다도해 바다정원을 너른 마당 삼은 천사섬 분재 공원을 일 년 만에 찾았다. 그사이 좀 더 여물어 진 모습이 반갑다. 천사섬 분재공원은 압해도에서 가장 높은 산, 송공산 자락에 위치한다. 규모가 12만2340㎡ (약 3만7000평)에 달하는 공원을 천천히 거닐어보자. 알뜰하고 다채로운 풍경이 걷는 맛을 돋운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분재원이 자리한다. 마치 고명한 학자가 가 꾼 정원에 초대 받은 것 같다. 수석이며, 분재 하나하나 예술작품에 다르지 않다. 한겨울 푸른 하늘에 닿을 듯 가지를 뻗친 곰솔이며, 모과나무 분재는 어떻게 가꿨기에 저리 창창하고, 노란 열매까지 맺었을까? 정성이 8할이리라.

입구부터 공원 윗자락에 이르기까지 3000만 송이 달하는 애기동백꽃 무리를 천천히 걸으며 찬찬히 들여다본다. 애기동백과 동백은 같은 차나무과에 속하지만 꽃 모양도, 낙화하는 모습 도 다르다. 애기동백꽃은 꽃잎이 얇고 활짝 열리며 피어나는 탓에 늦겨울이 아닌 초겨울부터 1월 말까지 볼 수 있다. 같은 겨울이라고 해도, 날씨 영향에 따라 만개한 애기동백, 소담한 눈 을 머리에 인 애기동백까지 방문 시기마다 다른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보통 2월부터 꽃을 피우는 동백보다 개화 시기 가 빠른 애기동백은 멀리서 보면 색이 진한 무궁 화 같기도 하고, 해당화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통꽃으로 고개를 떨구는 무궁화, 동백과 달리 애기동백은 꽃잎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대지에 하얀 눈이 쌓일 적에는 붉은 순정일지, 눈물일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한 장면이다.

1월 31일까지 천사섬 분재공원에서는 애기동백 개화를 축하하며 섬겨울꽃축제를 진행한다. ‘또 왔쏘! 반갑쏘잉’ 애기동백꽃길에 어여쁜 플래카드가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천사날개 포토존, 소원의 숲, 전망대 포토존까지 알뜰하게 꾸며졌는데, 축제라 하여 요란하고 소란스럽지 않아 애기동백과 참 잘 어울린다 싶다. 전망대 포토존에는 관람객들이 애기동백 엽서 쓰는 데 골몰해 있다.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그 앞의 커다란 우체통에 엽서를 부치면 무료 로 발송까지 해준다. 애기동백무인카페에서 저 아래 바다정원을 서서히 물들이는 해를 바라본 다. 나도 편지를 써볼까?


‘또 일 년 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널 봤으면 좋겠다.’

바람대로 되길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다.


보라가 정답이었어


신안은 섬마다 지닌 특징적인 자연환경이나 이야기를 ‘색’으로 부여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중 ‘퍼플섬’은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 등으로 세계 언론에 소개되고, 여 러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올 정도로 화제 가 되었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2015년 전라남 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며 섬 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섬에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지와 꿀풀 등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보라색을 콘셉트로 퍼플섬이 탄생한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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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겉만 보라가 아니다. 마을 주민부터 관광객까지 보라색으로 서로가 소통하는 방법도 유쾌하다. 보라색 의복을 차려입었다면 소정의 입장료가 무료다. 기꺼이 보라색 섬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고 온 통 보라 천지인 세상을 만나니 퍼플섬이 이 아니 좋을쏘냐. 그게 아니더라도 보라색 옷을 입 고 섬 곳곳을 둘러보는 경험은 꽤 흥미롭다. 기자도 집에 있는 보라색 옷 을 입고 갔는데 여기저 기서 관심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따뜻한 계절에는 보라색으로 티를 맞춰 입은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퍼플교에 한바탕 웃음꽃이 퍼지는 순간이다.

380m 길이의 부잔교인 ‘문브릿지’를 건넌다. 바닷물이 밀려들 때인지 찰랑찰랑 발끝에 기 분 좋은 파동이 느껴진다. 문브릿지는 안좌면과 반월도를, 퍼플교는 반월도와 박지도 구간 (915m), 박지도와 두리 구간(547m), 육지와 연 결돼 안좌면과 박지도를 연결하는 세 갈래로 나뉜다. 퍼플섬에 방문했다면 두 다리를 지나 마을 안까지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다리만 보고 가 면 퍼플섬의 제 매력을 반도 못 느끼고 가는 것. 반월도 둘레길은 4m 거리로 약 2시간, 박지도 둘레 길은 2.1km 거리로 90여 분이 소요된다. 각 섬에서 자전거나 전동카트를 이용할 수도 있으니 여정에 참고하자.

보라색 전동카트에 몸을 실은 여행객들이 반월도 당숲을 지난다. 멀리서도 그 위용이 느껴지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반월도는 인동 장씨의 집성촌으로 60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삶을 꾸렸다. 마을 의 안녕과 풍어를 바라며 주민들이 가꾼 당숲에는 팽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바다와 마을 사 이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당숲을 지나면 이윽고 어깨산(견산) 들머리가 보인다. 전동카트를 탈걸 그랬나 싶으면서도 걷기 잘했다 싶은 순간들은 매 순간 나타났다. 어느 지붕 하나 놓침 없이 한결같은 보라.

색이야 어떻든 말든 열심히 풀을 뜯던 풀밭 위 의 흑염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왕왕 짖기 시작 한 멍멍이, 우연히 만난 마을 안의 작은 동백숲,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산책 중인 동네 어르신, 비닐하우스에서 담소를 나누는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가슴에 고이 접어 담았다. 이윽고 당도한 마을식당에서는 기대하던 보라 색 밥을 맛봤다. 국화, 버섯, 치자, 말린 비트 외에 여러 약재를 우려내어 만드는 퍼플밥. 코끝 에 전해지는 냄새는 찻잎을 우린 듯 은은하다. 혹시 쓰지 않을까 염려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밥 두 공기를 먹을 만큼 맛도 좋고, 색도 고우니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예전에 이런 다리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다니셨어요?”

옆자리에 앉은 손님이 반월도 마을식당 주민에 게 묻는다.

“그때는 아침나절에 나갔다가 해가 지면 돌아 와야 했어요. 배를 타고 다녀야 했으니까. 퍼플 교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찾는 분들도 많고요.”

“정말 그렇네요. 어떻게 섬을 보라색으로 꾸밀 생각을 했는지, 직접 와보니까 참 보기 좋아요.” 덩달아 훈훈해지는 대화 소리를 귀담아듣고 다시금 발길을 옮긴다. 왕왕, 잘 먹고 나왔냐. 네모난 구멍으로 고개를 뺀 앞집 개가 안부를 묻는다. 하늘이 푸르러 좋고, 갯벌이 풍만해 좋다. 삶의 모양 그대로 보라색이 어우러져 참 좋다.

AROUND

밥도 보라


마을 주민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퍼플섬 마을식당은 반월도와 박지에 자리한다. 기자는 반월도 마을식당에서 보라색 밥을 맛봤다. 가장 기본인 백반을 주문했는데 은은한 약재 냄 새가 전해지는 보라색 밥은 물론이고, 찬 하나하나 정갈하고 담백해 마음까지 든든히 채웠다. 여름에는 마을 카페에서 보라색 아이스크림에도 도전해봐야지.


박지마을 061-271-3330, 반월마을 061-275-7018

섬초를 아시나요


“신안 비금도와 도초도에서 나는 시금치를 섬초라고 불러요. 섬초로 직접 만든 칼국수는 우리 식당이 전문이지요.”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의 해원(식당) 사장님이 음식을 건네며 꼼꼼 한 안내를 잊지 않는다. 싱싱한 낙지가 푸짐히 들어간 낙지비빔밥이며, 매일 만드는 겉절이 김치까지 알차다. 천사섬 분재 공원 바로 앞에 자리하니 들러보자.


전남 신안군 압해읍 수락길 315 061-262-5533

꼬숩다


“오매. 이 떡 겁나게 꼬숩네잉.” 신안 압해도의 꼬숩다 카페에 들러 떡 한 입 먹고 이런 감탄사를 내뱉으면? 당신은 여행 레 벨 상위 고수. 꼬시다, 꼬시름하다, 꼬습다 등등 고소하다를 뜻하 는 우리 지역 방언이 참 정겹다. 카페 바로 옆집은 사장님 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천재떡방앗간’이 자리한다. 주문과 동 시에 그날그날 만든 시루떡, 모싯잎송편, 앙꼬절편을 맛본다. 그 자리에서 호박소 넣은 시루떡 맛보고 집에도 사갔당께요!


전남 신안군 압해읍 압해로 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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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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