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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Cover Story #성남

bySRT매거진

친구의 동네를 여행했어

성의 남쪽으로, 일상 밖의 일상

쉬어가라고 겨울이 있나봐. 함께하면 더 따뜻하니까 이 시린 날 우리는 세상을 걷고 있나봐. 나 사는 동네를 똑 닮은 너희 동네를 여행했어. 성의 남쪽에서 닭죽을 먹고, 오리들이 평화 롭게 헤엄치는 공원을 산책했어.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SRT수서역에서 성남까지 얼마나 가까운데, 걸어와도 될걸?” 몇 해 전 판교로 직장을 옮겨 한동안 생활한 친구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친구의 말대로 수서역에서 성남은 아주 가까웠다. 서울 서초구에서 시작되어 탄천으로 유입되는 세곡천 저편은 서울, 이편은 성남으로 경계가 나뉘고, 탄천습지생태원에서 잠실의 롯데월 드타워가 아주 잘 보이니 그 거리가 얼마나 가까울지 짐작이 간다.


성남으로 놀러올래?


친구가 사는 동네를 여행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가까운 벗이 내가 사는 동네를 여행하고 싶다고 하면, 나는 어디를 소개해줄까? “성남은 뭐가 유명해? 가서 뭘 하면 좋아?” 나는 등잔 밑이 어두운데 성남을 여행하듯 일 년을 보낸 친구의 대답은 거침이 없다. “성남은 위성도시로 계획돼서 중원구, 수정구, 분당구마다 특징이 다른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 젊은 직장인, 부부가 많아서 문화시설도 다양하고, 큰 공원에는 주말마다 나들이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


정작 친구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 더 이상 성남에 머물지 않으면서도 겨울 주말여행으로 가까운 성남을 권하는 것이다. 나 사는 동네를 똑 닮은, 골목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것만 같은 성남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담아 볼까?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느라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성남은 서울이 다 수용할 수 없는 기능 일부를 분담한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수도 서울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조력함으로써 서로가 잘 살아가는 공생의 관계를 이룩하는 것이다.

서울 주변으로 형성된 위성도시 중 성남이 분담한 주요한 기능은 주거기능이다. 그래서일까, “이불 밖은 위험해”라며 겨울의 거리가 한산할 줄 알았는데 단란한 가족 구성원들이 어디서든 눈에 띄었다.


성남은 시계 방향으로 수정구, 중원구, 분당구로 나뉜다. 성남시청이 자리한 중원구, 서울 강남·서초구와 가까운 곳이 수정구, 판교·분당 신도시는 분당구에 속한다. 수정구 단대동에는 닭죽촌민속마을이 자리하는데 남한산성 남문 (지화문) 아래에 있어 산행을 마친 이들이 내려 와 든든하고 푸짐한 닭죽 한 그릇 맛보는 것이 성남 여행의 정석처럼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4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은 광주시를 중심으로 성남·하남시에 걸쳐 있다.

특히 정문인 지화문은 앞서 말한 닭죽촌민속마을에서 약 4km 거리로 아주 가까워 성남을 통해 남한산성을 산행하는 발길이 잦다. 성남 전체를 한 바퀴 순환하는 성남누비길을 따라 맞춤한 산책도 즐길 수 있으니 이곳을 방문한다면 참고하자. 산행으로 땀을 빼고, 닭죽으로 원기까지 보충 했으니 멀지 않은 거리의 봉국사로 걸음을 옮긴다. 놀이동산의 특급열차를 탄 듯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내리면 소담한 도심 속 산사가 드러난다. 입춘을 앞두고 탑돌이를 하는 아주머니는 어떤 소원을 품고 계실까? 산사는 고려 현종 19년(1028)에 창건하였으나 폐허가 되다시피 한 것을 조선시대 중수하였다. 그 뒤 현종 15년 (1674)에 요절한 명혜, 명선 두 공주의 명복을 빌기 위해 중창하고 봉국사라 이름 지었다.

우리 같이 살자. 어울려 살자


짙은 초록색 머리에 윤기가 돈다. 수컷 청둥오리 옆에 수태(나무에 난 이끼)를 두른 듯한 암컷 청둥오리가 얌전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 예쁜 오리가 있네.”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엄마가 손짓을 한다. 겨울철새인 청둥오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떠나온 나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우리나라에 머물며 텃새화가 되었다. 아이는 그럼에도 이 청둥오리를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았을 것이 다. 무서우면서도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해 한 걸음을 옮기니 말이다. 청둥오리도 언젠가 도시의 비둘기처럼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닐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인간에 의해 기후가 변화하고, 서식지 환경까지 달라졌으니 그들이 마음껏 헤엄치고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터전을 인간이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1만여㎡ 규모의 탄천습지생태원은 자연과 일상 의 순환으로 생동감이 넘쳤다. 청둥오리가 마음껏 머물러도 좋은 안전하고 깨끗한 이곳은 2009년 10월, 수정구 태평동 일원에 하천생태 계를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계절에 따라 코스모스, 연꽃이 앞다퉈 피어나 시민들이 애정하는 쉼터이자 갈대, 초화류, 개구리, 잠자리, 오리가 마음놓고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성남에는 탄천습지생태원뿐만 아니라 분당구의 율동공원, 분당중앙공원도 저마다 특색이 달라 시간을 들여 방문해봄직하다. 율동공원 은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유원지 성격의 공원 으로 유명하다. 현재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번지점프는 운영하지 않지만, 율동저수지를 중심으로 2.5km의 산책로를 걷는 것만도 매력적 이다. 여기에 공원 주변에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베이커리, 카페 등도 포진해 있어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그러고 보니 분당중앙공원에도 멋스러운 호수가 자리한다. 돌마각이란 이름의 2층 누각에 오르면 하얀 눈이 아직 녹지 않은 분당호가 드러나고, 아까 본 청둥오리들이 이곳에서 유유자적 헤엄치는 것도 볼 수 있다. “중앙공원은 가을에 오면 정말 예뻐. 근데 겨울도 괜찮지?”


분명 성남에 사는 사람이 친구를 데려온 것이 분명하다. 누각 앞에 친구를 세워두고 연신 사진을 찍어주는 이가 입에 침이 마르게 중앙공원 자랑을 늘어놓는다.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니 만추의 풍광이 영화 같을 것이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호수에 분홍 꽃잎을 떨어뜨리고, 청둥오리는 꽃길을 헤엄치겠지? 한편 분당중앙공원은 1980년까지 한산 이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산 역사적인 장소기도 하다. 분당신도시 개발로 살림집이 모두 철거되고 수내동 가옥 한 채가 공원에 남았다. 문간채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채가 드러나는데 새로 이엉을 얹었는지 초가지붕이 반듯하다. 대청마 루에서 바라보면 방금 건너온 대문 너머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는 풍경이 바라보인다. 안채, 사랑채, 건넌방, 외양간, 헛간, 굴뚝이며 지금이라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만 같은 부엌의 가마솥까지 잘 보존되어 기분이 묘하다. 1980년 대면 그리 먼 세월도 아니니 이곳에서 향수를 느끼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리라.

어린이들은 겨울 추위도 아랑곳 않고 빙판 위에  얼음을 깨고, 놀이터에서는 웃음소리가 떠 가질 않는다. 종일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며 1만 보를 채우고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성남을 여행하며 카페를 안 가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많은 사람에게 익히 알려진 정자동 카페거리, 신분당선 판교역이 개통되며 자연스럽게 조성된 백현동 카페거리도 성남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아닌가. 지난해 5월부터 운영을 했다는 정자동의 한 카페는 내부를 상큼한 색들로 장식해 인상적이다. 친절하고 열정적인 두 명의 남자 사장님이 운영 하는데 반려동물도 입장할 수 있어 더 큰 사랑을 받는 듯하다.

추천해준 음료와 디저트도 카페만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어 좋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일하고 계시는 거예요? 일요일인데요?” 사장님이 취재를 나왔다는 내게 물었다. 사장님도 일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놀란 눈으로 물어보셔서 웃음이 났다. 서울과 너무도 가까운 성남에서 나는 이방인인 듯, 로컬인 듯 경계를 즐기고 있다. (어쩌면 사장님보다 더 성남 구석구석을 여행했는지 몰라요)


2월 6일로 종료했지만 시간이 맞는다면 신구대학교식물원의 꽃빛축제도 보러 가길 추천 한다. 가는 길목에는 대왕저수지가 자리해 있고, 주변에 맛집도 즐비하니 가족, 연인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참 좋다.

AROUND 성남시 수정·중원·분당구

수정구, 사랑이네 생선구이


신구대학교식물원의 야경을 촬영하러 가는 길, 커다란 호수가 눈에 띄어 차를 멈췄다. 이름은 딱히 낭만적이지 않지만 대왕저수지 덕분에 우연히 맛있는 로컬 식당을 발견했다. 무려 연탄불에 구운 생선구이라니! 다음 날 브런치처럼 즐긴 생선구이는 종일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적푸리로 27      0507-1413-9295

수정구, 옛날 욕쟁이 장마담집


성남을 대표하는 음식, 닭죽. 이름 그대로 닭고기를 푹 고아 죽처럼 훌훌 떠먹을 수 있으니 몸보신이 절로 되는 느낌이다. 장마담집은 ‘닭죽촌민속마을’에서도 원조에 속하는 집. 메뉴에 ‘닭도가니’를 주문하면 닭죽 주문 완료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 460      0507-1458-5701

중원구, 카페애디아 플라워


색색의 꽃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겨울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녹이기 충분하다. 천장까지 줄기를 뻗은 초록식물은 그 어떤 소품보다 맵시가 난다. 플라워 카페로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카페에서 은은한 쑥 향이 밴 수제 케이크와 음료를 맛봤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반나절이라도 느긋하게 쉬어 가리.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울로15번길 22-2 070-8886-5152

분당구, AMP COFFEE


“사장님, 여기가 정자동 카페거리예요?”, “음, 정자동은 맞지만 말씀하시는 카페거리는 대로변으로 좀 더 나가셔야 해요.” 아무렴 어떠랴. 기자는 이 카페를 찾은 자신을 하염없이 칭찬 하며 추천받은 긴 이름의 게이샤 커피 등을 주문했다. 다른 테이블의 귀여운 강아지 손님 한 번 바라보며, 토마토 바질 치즈 케이크는 참 맛있는 디저트라고 확신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불정로65번길 6      0507-1399-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