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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독자가 반한 여행지 #전남 담양

bySRT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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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담양을 기다리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담양을 찾았다던 정지은 씨. 그는 뜨거웠던 날씨 탓에 제대로 담양을 즐기지 못했다며 봄날의 담양 여행을 추천했다.


글 손유미 사진 신중혁

정지은 :: KBS미디어 기자로 근무하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 

담양으로 여행하게 된 동기는? “명소와 먹거리가 많을 거라는 기대감에 담양 여행을 떠났다.” 

담양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지난여름 더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담양을 즐기기 못해, 나 대신 누군가 제대로 담양을 만끽해주길 바랐다.”

담양 여행에 팁을 준다면? “관방천 근교를 오전·오후로 나누어 여유롭게 거닐 것을 추천한다.”


담양에서의 오전 산책

죽녹원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휘청거리는 푸른 산등성이를 보면서 죽녹원에 다다랐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해 2003년 5월 개원한 대나무 정원으로,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이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곧장 샛초록의 대나무 숲이 바람과 넘실대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서로 부대끼고 있었다. 나무 길을 따라 난 산책로는 총 2.2km.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같은 여러 키워드로 조성된 산책길이 있으며 전망대와 갤러리도 있다. 나무 숲이라 비에 덜 젖을 수 있어서 우산을 잠시 접어두고 30여 분 동안 천천히 산책을 했다. 긴 대나무가 어찌나 빼곡하게 들어섰는지 하늘을 올려다보면 삥 둘러 싼 대나무 사이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봄비와 땅, 대나무의 숲 냄새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아주 강력한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제대로 체득한 것 같았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061-380-2680

담양국수거리


죽녹원을 나와 관방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면 담양의 국수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50여 년 전 시장이 북적이던 장소로 사람들의 요깃거리를 위한 국수가게가 하나둘 생겨난 것이 국수거리의 시작이라고 한다. 지금은 비록 시장이 사라지고 국숫집들만 남았지만 쭉 늘어선 국수거리의 풍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국수거리의 맛집을 두고 다들 의견이 분분하나 사실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먹더라도 구수하고 담백한 멸치육수와 매콤새콤한 비빔국수의 맛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기존에 알던 국수와 다른 점은 소면보다 살짝 굵은 면발로 국수를 만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름진 부침개와 댓잎물에 삶았다는 약계란은 국수와 함께 먹어봐야 할 메뉴다. 무척이나 아쉽게도 날씨 탓에 관방천을 바라보며 평상에서 국수를 먹진 못했으나, 뜨끈한 육수로 속을 달랬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 담양국수거리

담양제과


떡갈비와 대통밥, 국수만큼 담양의 대표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신흥 음식은 바로 대나무 케이크다. 대나무 통에 담긴 대나무 케이크는 에스프레소 시트와 대나무 시트가 겹겹이 쌓인 티라미수 형태로 맛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대나무 통에 케이크를 만들었다는 것과 담양에서 나고 자란 댓잎을 이용해 대나무 우유, 댓잎차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아이디어로 담양을 대표하는 디저트를 개발했다는 것이 놀랍다. 이런 독창성을 인정받아 담양제과의 상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경력도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담양제과는 여러 미디어에 소개됐으며 덕분에 찾는 이들도 많아 얼마 전 매장도 확장 이전했다. 꾸준히 새로운 담양만의 디저트를 만들고자 하는 주인장의 소명에 따라 앞으로의 담양제과가 더 기대된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추성로 1318 /  010-94 89-2371

관방제림


관방제는 관방천에 있는 제방을 뜻한다. 위치는 담양국수거리의 대각선 맞은편이자, 죽녹원 입구와 나란한 관방천을 따라 오르면 꽤나 가깝다. 총 길이 6km에 이르는 관방제가 유명한 이유는 약 2km에 걸친 거대한 풍치림 때문이다. 사실상 이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심은 풍치림을 관방제림이라고 부르는데 이 면적이 4만9228㎡에 다다를 뿐만 아니라 여기에 심긴 나무의 추정 수령이 족히 300~400년에 달한다. 그런 엄청난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으니 그야말로 절경이 따로 없다. 그래서 관방제림은 1991년 11월 2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담양을 대표하는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3월에 마주한 관방제림은 스산했다. 고목에는 싹은커녕 휑한 가지만 무성했다. 그래도 촉촉이 젖은 나무와 나무 아래 올라오는 초록을 보며 짙푸른 관방제림의 풍광을 상상했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37 061-380-2812

메타세쿼이아길


대나무 산책로만큼이나 유명한 담양의 플레이스는 바로 메타세쿼이아길이다. 지금은 산책로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본디 이 가로수길은 1972년 국도 24호선으로 군청에서 금성면 원율삼거리까지 5km 구간에 나무를 식재하면서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후 이 길 바로 옆에 새롭게 국도가 뚫리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현재 가로수의 길이는 8.5km로 길을 사이에 두고 10~20m의 메타세쿼이아가 나란히 서 있다. 사실 메타세쿼이아길을 담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본 적이 있으나 그 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담양에서 마주하니 나름 새롭다. 지금도 물론 멋진 풍광을 자랑하나 아직은 앙 상한 나무만 있어, 단풍이나 푸르름이 가득한 웅장한 메타세쿼이아길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관광객이 드문 비시즌에도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여간 서운하지 않을 수 없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학동리 633

해동문화예술촌


1960년대부터 전통주조 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던 해동주조장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문화예술촌이 들어섰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해동주조장은 담양읍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그 명맥을 이어오다 아쉽게 2010년 폐업했다고 한다. 해서 2017년부터 원도심 활성화를 위 한 일환으로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더불어 막걸리를 빚던 누룩방과 우물, 발효실 등을 공간 여기저기에 그대로 살리고 재현해 이곳이 과거 주조장이었음을 여실히 알린다. 지붕과 우물, 양조장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이곳이 여전히 해동주조장 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분명 담양과 전라남도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되었을텐데 하고 말이다. 비교적 최근 양조장이 문을 닫았다는 것과 다시금 부는 전통주 바람이 아쉬움을 키우지 않았나 싶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1길 6 061-383-8246

신식당


과거 <무한도전>의 애시청자로서 이 식당은 가히 성지에 가깝다. 덕분에 이 집 떡갈비에 얼마나 지극한 정성이 들어가는지도 익히 잘 알고 있다. 작은 골목에 다다르자마자 어디가 떡갈비 집인지 후각으로 바로 알아 차릴 수 있었다. 1909년부터 4대가 이어 한다는 이곳 떡갈비는 국내산 한우를 사용한다고 한다. 갈빗대와 살을 분리해 다진 뒤 갖은양념을 해 다시 뼈에 붙여 굽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담양떡갈비’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정말 수십 개의 식당이 앞다투어 나오지만 담양에서는 이곳 신식당과 덕인관이 가장 오랜 세월 떡갈비를 고수한 집이다. 과거 신식당은 화로에 떡갈비를 구워 상에 냈으나 요즘에는 참나무나 대나무 숯으로 구워 낸다고. 오랜 세월 굳건한 음식 솜씨를 인정받아서인지 식당 입구 앞에는 갖가지 다양한 맛집 인증 마크가 즐비하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중앙로 95 061-382-9901


담빛예술창고

기분 좋은 배부름과 함께 담빛예술창고로 향 했다. 이곳의 옛 이름은 벽면에 쓰인 ‘남송창고’ 로 개인의 양곡 보관창고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폐건물의 모습으로 있다 2014년 문화재 생사업의 일환으로 꾸려졌다. 최근 이곳에서 ‘풍화 아세안의 빛’이라는 전시가 SNS에서 화 제가 되면서 함께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담빛 예술창고는 많은 외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 되었다. 아쉽게도 특색 있는 사 진을 남길 수 있는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그래 도 좋은 문화공간을 소개하고, 차 한 잔을 할 요량으로 공간을 찾았다. 문을 열자 ‘지금은 음료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안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잠시 후 너른 공간 가득 파 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 시간에는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음 료를 팔지 않는다고. 심지어 벽면을 가득 채우 는 엄청난 크기의 파이프오르간은 대나무 파 이프오르간이란다. 30분간 이어지는 오르간 연주 소리는 우박과 비를 피해 다녔던 담양에 서의 모든 추억을 아름답게 덮어버렸다. 하필 오늘 담양행을 감행했다는 아쉬움의 자책이, 연주로 인해 운이 좋아 만끽할 수 있었노라며 행운의 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75 061-381-8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