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we go #경북 영주, 반짝이는 시간을 길어 올린다

[여행]by SRT매거진

HERE WE GO #3

경북 영주, 반짝이는 시간을 길어 올린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되어도 두근두근 설레는 날을 보내야지. 힘차게 걷고 말갛게 웃으며 좋은 글을 낭랑하게 외우면서. 경북 영주를 걷는다. 내성천을 따라, 영주호를 굽어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무섬마을 고택에 머물며 반짝이는 시간을 길어 올린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영주의 추억창고가 리뉴얼했다 ‘무섬마을 둘레길’

이제는 서로 소식을 모르는 옛 벗과 함께 밤기차를 타고 영주의 부석사를 향했던 겨울이 떠오른다. ‘친구야, 만나자. 나 어디로든 가야겠어.’ 지금 생각하면 참 기쁜 우리 젊은 날이었지만 당시 내 마음에는 불이 나고 있었다. 스스로 데일까 싶어 한겨울 의리 있는 친구와 찾은 부석사에서 치르르- 불은 꺼졌다. 덕분에 영주는 낮은 기온, 눈, 부석사, 무량수전, 친구, 기차여행으로 각인되었는데 이번 여정을 통해 추억 창고가 리뉴얼을 했다.

무섬마을 목재 덱(Deck)을 따라 걷는 길에는 굽이굽이 내성천이 내내 벗이 되어준다. 내성천은 낙동강 지류의 하나로, 경북 봉화군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영주, 예천을 지나 문경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자갈 위를 흐르는 강물, 커다란 돌덩이를 피해 내성천이 흐른다. 강물 흐르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무섬마을을 휘감아 도는 둘레길은 자연스럽게 마을 안으로 객을 인도한다.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의 우리말 이름이다. 내성천이 마을 뒤편을 휘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섬과 같은 데 기인했다.

2013년 중요민속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된 무섬마을은 조선 중기, 반남박씨와 선성김씨의 집성촌으로서 현재도 48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해우당고택, 만죽재고택 등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 등도 잘 보존되어 있다. 어느 한가한 시간, 무섬마을 고택에 하루 머물며 느린 시간을 만끽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찾아들겠다. 마을 끝에 다다르면 무섬자료전시관, 무섬마을 전통가옥의 특징과 내성천 강변에서 이뤄진 전통 고기잡이 ‘겨메기’ 등 향토문화에 대한 전시물이 다채롭다. 무섬마을 처마 아래 목련 나무가 화사하다. 곧 하얗게 피어날 목련 꽃을 그리며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둘레길 목제 덱에서 멀리 물 위에 떠 있는 마을을 다시 한 번 그려본다. 언제고 또 올 수 있겠지. 시원하게 펼쳐진 둘레길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홀로 자전거 하이킹에 나선 이들이 차례로 지난다.

“그림 같은 마을과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내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내친김에 영주시 공공자전거를 빌려 타고 도심까지 이어지는 바이크 문화탐방로를 달려보자.”

영주는 자전거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를 대표하는 것이 바이크 문화탐방로다. 서천 구간(4.0km)에서 풍기 소백산역(16.7km), 순흥 소수서원(12.5km), 문수 무섬마을 구간(11.2km)으로 현재 총 44.4km로 조성되어 있으며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영주 도심에 자리한 자전거공원도 퍽 상징적이다. 유유자적 도심을 흐르는 서천을 사이로 산책과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시민들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영주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자전거공원은 외지인도 편리하게 자전거를 대여해 이용할 수 있다. 장애물 없이 걷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도시, 영주. 그 안에는 청정한 자연, 빛나는 문화재,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골고루 영글어 있다.

걷기 여행의 또 다른 묘미 ‘영주호 힐링코스’

무섬마을을 기준으로 약 5km 거리에는 영주다목적댐부터 진월사전망대에 이르는 ‘영주호 힐링코스’가 걷기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총 12개 구비로 이뤄진 코스에는 강동·동호·동막 마루 등 영주댐 수몰로 사라진 마을 이름을 딴 구간부터 자전거도로, 영주호오토캠핌장도 담겨 있다. 기자는 9번째 구비, 용천루 출렁다리 일대를 선택했는데 ‘섬과 연결된 용천루 출렁다리를 통해 영주호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출렁다리가 이름만 그러하지 실제로 출렁거릴 줄은 몰랐는데, 다리 중간쯤에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무진장 애를 썼다. 봄인가 하였는데 겨울이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그런 날, 영주호 한 가운데 세운 출렁다리가 매서운 바람에 출렁인다. 오만가지 무섬증이 발바닥부터 기어올라 외마디 비명이 새어나온다.

  “이 안에 풍경이 너무도 근사하여 출렁다리를 용기 내어 건너길 잘했다 싶다. 영주호 수면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 광활하고 푸른 영주호에 흰 구름도 흩어진다.”

영주호 힐링코스라는 명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나. 이 숨겨진 곳을 어찌 알았을까. 새들은 일찍부터 둥지를 틀고 제 세상을 보내고 있다. 현재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일원에는 용마루공원Ⅰ·Ⅱ가 조성되어 영주호 생태관광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용천루 출렁다리(용미교, 용두교)를 기점으로 두 공원 모두 둘러볼 수 있는데, 거센 강바람을 맞으며 출렁다리를 지나 만날 수 있는 곳이 용마루공원Ⅱ.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걸어도 부담 없는 산책로를 여유롭게 걸으면 (구)평은역사에 당도한다. 1941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2013년 영업을 종료한 평은역사는 영주댐 수몰로 인한 이설철도 개통으로 폐역하게 되었다. 목조와 콘크리트로 지어져 건물 자체의 희소성은 없지만 영주댐 수몰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용마루공원Ⅱ에 복원되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외관을 하얗게 칠해 햇빛에 반짝이는 평은역사를 뒤로 하고 용마루공원Ⅰ로 향한다. 다시 또 출렁다리를 건너야 함에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용왕님이 안타까이 보셨는지 강바람이 훨씬 잦아들었다. 영주댐전망대가 자리한 용마루공원Ⅰ은 제법 경사진 오르막 코스를 자랑한다. 어느덧 오후 햇살이 영주호에 내려앉은 시간, 스마트 폰의 숫자는 이미 만 보를 넘어섰다고 알리고 있다. 들숨과 날숨 속에 까닭 없이 불안함 마음도, 잡념도 어느새 흩어지고 없다.

:: OTHERS 영주, 싱가포르부터 365시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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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태극당’


Since 1980 ‘향토뿌리기업’이라는 현판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태극당. 영주를 대표하는 ‘백년가게’다. 빵지순례지로서 태극당에서 인기가 높은 빵은 뜻밖에도 떡!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사이즈의 인절미에 카스테라 가루를 고루 덮은 ‘카스테라 인절미’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경북 영주시 번영로 154

054-633-8800

영주의 맛 ‘랜떡’


영주365시장의 핫플, 영주 시민도 외지인도 줄 서서 먹는 떡볶이집이다. ‘랜드로바(금강제화 브랜드)’ 매장 앞에 떡볶이집’을 줄여서 ‘랜떡’이라고 한다. 떡볶이, 어묵 각 3개씩만 담아도 그릇이 넘치는데 가격은 2000원. 떡볶이에서 감칠맛이 나니 자꾸 생각난다.


경북 영주시 중앙로83번길 26-2

훈훈한 마음까지 담아 ‘코피카야’


맛있는 음식에 돈 주고도 못 사는 훈훈한 마음이 덤으로 얹히는 코피카야. 영주 도심의 서천 너머 영주종합터미널, 영주온천랜드 가까이 자리해 있다. 사장님이 싱가포르에 다년간 머물며 익힌 현지 요리는 우리 입맛에도 딱 들어맞는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사과카레는 맛있기로 소문난 영주사과가 듬뿍 들어가 있다.

여러 번의 연구 끝에 돼지고기보다 닭가슴살이 영주사과에 잘 어울림을 판단, 삼발소스로 조리한 마늘쫑도 화룡정점이다. 코피카야에서 직수입하는 김관관 커피는 마가린과 옥수수가 섞여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코피(커피)에 버터와 카야 잼 넣은 토스트부터 나시고렝, 락사 등 이국적인 별미도 다양하다.


경북 영주시 대동로13번길 2-3

054-632-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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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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