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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황정민·현빈의 첫 ‘교섭’

by스타투데이

스타투데이

‘교섭’ 스틸. 사진I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명한 호불호와 논쟁 여지가 다분한 입체적 소재를 안정적이고도 평면적으로, 명쾌하게 완성했다. 다 갖춘 모범생이지만 임팩트는 없다. 임순례 감독표 무해한 그러나 무매력의 범죄물, ‘교섭’이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현장 상황에 맞게 본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박대식(현빈)은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강조하지만, 정재호(황정민)는 이를 외교적으로 최악의 패라며 일갈한다. 내내 충돌하던 이들은, 결국 ‘희생자를 만들 수 없다’는 공동 목표로 목숨을 걸고 의기투합한다.


지난 2007년 7월 발생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소재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주인공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다.


메가폰은 논란 가능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실제 사건이나 인질들보단 ‘인질 구출’이라는 목적을 위해 달리는 ‘교섭단’에 초점을 맞춘다. 스토리는 쉽고,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무리한 반전이나 복잡한 꼬임도 없다.


딱 떨어지는 상업 영화 공식을 반듯하게 적용했다. 합리적 교섭 작전 속에 액션의 볼거리와 진한 휴머니즘을 녹였다. 정해진 살해 시한 안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생겨나는 긴장감도 괜찮다. 분명 갖출 건 다 갖췄다.


두 주인공의 정신, 작품 속 메시지도, 모두가 바라는 바를 담았다. 불타는 사명감의 인간적인 공무원, 고독한 ‘다크 히어로’급 만능 국정원, 그 어떤 리스크보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대통령, ‘그래도, 논리와 말이 통하는’ 빌런 등. 이상적인 방향성, 최선의 안들만 모으고 모으니 당연히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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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스틸. 사진I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애초에 그 사건의 시작이 호불호가 갈릴 소재라 그런지, 일을 벌린 당사자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동정’이 깔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로 투입된 주인공들이 하나 같이 목숨을 걸고 이상향대로 착착 맞아 떨어지니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몰입감이 덜하다. 이쯤되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판타지를 보는 것도 같다. 희망적 감동이나 통쾌한 카타르시스보단 다소 오글거리고 유치하게 느껴진다.


범죄물의 쾌감 지수도 그리 높지 않다. 뻔한 플롯 때문이다.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는 별개로 황정민과 현빈의 대치와 공조, 소소한 티키타카는 진부하다.


‘환기구’ 역할을 하는 강기영의 ‘호감 에너지’ 역시 예상한 대로 쓰인다. 결정적 상황에서 전환점을 만드는 (인질 가족의 눈물 등) 신파적 요소나 과거의 트라우마, 히어로급의 투철한 직업 의식 등에 기댄 전개는 올드하다.


안타깝게도, 완벽한 두 주인공의 더 완벽한 공조에도 카타르시스가 적고, 교훈적인 메시지에도 여운이나 감흥이 없다. 적재적소의 볼거리로 경로 이탈 없이 목적지에 무사 도착하긴 했지만 어쩐지 무미건조하다.


황정민의 빛나는 열연이 담긴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그나마 이 영화의 킬링포인트. 그런데 이마저도 아는 맛, 황정민의 숱한 대표작들에서 봐온 그 뜨거운 에너지다. (말리진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일부러 권하거나 굳이 또 경험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오는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