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풍요로운 주문도 여행
강화도 외포리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주문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지만 휴전선이 코앞이니 마음으로 먼 섬이다. 지정학적으로는 서해의 입구에 위치해 뱃길로 서울로 들어오거나 서울에서 나가거나 역이나 휴게소 같은 섬이다. 예부터 먼 바다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채비를 점검하고 먼 바다에서 들어올 때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며 멀지 않은 여정을 마무리할 여유를 찾는 섬이었으리라.
섬답지 않게 넓은 논 풍경은 평화롭다. 이북 땅이 지척인데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고 초록의 평야는 마치 땅위에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바다와 끝이 안 보이는 갯벌에서는 해산물이 풍부하게 잡힌다. 백합조개의 산지로 유명하다. 마침 잡아온 농어의 씨알이 굵고 실하다. 소라도 많이 잡힌다.
저수지에 물이 빠져 수량은 많지 않았으나 황새, 왜가리들이 모여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 섬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섬으로 간다는 것은 얼핏 단절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하다. 땅으로 연결된 육지에서 벗어나 물의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로 둘러싸여 고립되고 절연된 느낌을 주나 섬만의 정취에 빠지면 그런 생각은 어느덧 사라진다. 섬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순수의 땅이다. 혼탁한 도시의 모습이나 도시의 무채색에서 풍기는 삭막함과는 거리가 멀다. 배를 타고 어느 섬으로 가든 떠나온 실제의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길다. 그만큼 멀리 떠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 마음 안에 순수세계 - 유토피아로 들어가는 것이다. 섬에 들어서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편안해진다. 정화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