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화목토' 아직은 질리지 않는 박민영표 로맨틱 코미디

올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에서 얽히고설킨 복잡한 연애를 보여줬던 박민영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tvN 새 드라마 [월수금화목토]는 [김비서는 왜 그럴까], [그녀의 사생활]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반길 만한 기분 좋게 설레는 로맨스가 기대되는 드라마다. 

이미지 tvN

일단 설정부터 흥미롭다. 계약 결혼 마스터가 미스터리한 장기 고객과 슈퍼스타 신규 고객 사이에서 삼각 로맨스에 휘말린다는 이야기.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은 있지만, 그 익숙한 재미가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이며, 캐릭터들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결혼은 사랑에 빠진 두 인물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관문이자 완벽한 해피엔딩을 상징한다. 그런데 [월수금화목토]의 주인공 최상은에게 결혼은 직업에 불과하다. 그는 베테랑 계약 결혼 마스터다. 결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만 지불하면 혼인신고도 기꺼이 한다. 상은은 만족해하는 고객들을 보며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 일을 하다 보니 부작용도 생기고, 20대 후반에 이혼 경력이 12번인 서류를 보니 씁쓸한 기분도 든다. 


드라마는 상은이 은퇴를 결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홀가분하게 일을 정리하던 상은은 이상하게도 5년 차 장기 고객 정지호가 신경 쓰인다.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5년이란 시간 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그저 월수금 저녁에 그 남자의 집에서 조용히 식사를 했을 뿐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 시간이 되려 상은에게 휴식이 되었던 것 같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공과 사의 경계가 흐려지는 감정의 변화가 둘의 관계를 흥미롭게 한다. 언제나 프로페셔널하게 고객들을 대했던 상은은 계약 종료 통보를 망설이는 자신을 보면서 혼란에 빠지고, 지호는 상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상은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공적인 관계에 싹트는 사적인 감정은 자연스레 설렘을 유발한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둘 사이에 새로운 남자가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지호가 사는 고급 빌라에 인기 스타 강해진이 이사 온 것이다. 그는 상은이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과거를 알고 있고, 그 시절 상은은 그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해진은 수상해 보이는 아랫집 남자와 상은의 관계에 호기심을 보이며 상은의 삶에 끼어든다. 해진은 지호의 질투심을 자극하며 로맨틱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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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들의 연기도 드라마가 가진 큰 매력이다. 먼저 박민영은 역시 박민영이다. [김비서가 왜 이럴까] 이후 엇비슷한 캐릭터를 맡고 있는 것 같지만, 식상함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계약 결혼 마스터로서 완벽한 능력자의 모습과 은근히 허술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공존하는 캐릭터를 밝고 능청스러운 코미디를 더해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보는 즐거움도 배가한다. 


고경표의 코믹 연기는 물이 오른 듯하다. 극 초반에는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더니 ‘판사’라는 정체가 드러난 뒤에는 캐릭터의 무심한 성격을 건조한 유머로 표현하며 엉뚱한 매력을 드러낸다. 특히 지호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미세하게 변화하는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김재영은 전작 [너를 닮은 사람]과 전혀 다른 능글맞은 연기로 자기중심적인 톱스타 해진을 얄밉지 않게 그려낸다. 박민영이 끌고 고경표, 김재영이 든든하게 받쳐주니 극이 매끄럽게 흘러간다.


또 하나 최상은의 전 고객이자 룸메이트인 우광남(강형석)도 빠질 수 없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자 주인공의 게이 남자친구는 해외 작품에서 흔하긴 해도 한국 작품에서는 상당히 드물기에 둘의 관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상은과 광남의 캐나다행은 좌절됐지만 두 사람의 우정을 계속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월수금화목토]는 4회 엔딩에서 해진이 폭탄선언을 하면서 삼각관계를 본격적으로 예고했다. 재벌가의 결혼 비즈니스에 질린 상은과 해진, 사회성이 턱없이 부족한 무심한 성격 때문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지호, 이 세 사람이 만들어갈 로맨스가 우리를 설레게 해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광남에게도 멋진 사랑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2022.10.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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