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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무려 7번! 칸 레드카펫 최다 배우 송강호의 영화들

by테일러콘텐츠

글. 곰솔이

이미지: CJ ENM

지난 5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떠들썩한 일이 발생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배우 송강호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 방문했던 [밀양]을 시작으로 15년간 4번이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올해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송강호는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할 수도 없고, 하는 배우도 없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좋은 작품에 꾸준히 도전했다. 그만큼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 누구보다도 다채롭게 빛나는 중이다. 무려 7번이나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이는 한국배우 중 최다 기록이다) 그의 작품 중, 개봉을 앞둔 [브로커]와 개봉 준비 중인 [비상선언]을 제외한 다섯 작품을 모아본다.

괴물 – 강두 역

이미지: (주)쇼박스

[괴물]은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다.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방문할 정도로 평화로웠던 한강, 그곳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사람들을 깔아뭉개고, 무차별적으로 물어뜯으며 공격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딸 현서(고아성)를 괴물로부터 빼앗기자, 아빠 강두(송강호)와 삼촌 남일(박해일), 고모 남주(배두나)와 할아버지 희봉(변희봉)은 현서를 찾기 위한 절박한 사투를 벌인다.


배우 송강호는 외동딸 현서를 위해, 시원치 않은 벌이에도 남다른 부성애를 자랑하는 ‘박강두’ 역을 맡았다. 세상이 선사하는 온갖 시련에도 자신의 딸을 구출하겠다는 믿음이 애처롭지만 하는 행동은 어딘가 어리숙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강인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책임진다. 여러모로 이 가족의 사투를 가장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인물을 연기,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 탈색 머리가 인상적인 캐릭터로 많은 관객들 응원을 이끌어낸다.

밀양 – 종찬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밀양]은 2007년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여인 신애(전도연)가 아들 준(신정엽)과 함께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고향, 밀양으로 향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여인, 하지만 과거에 받아온 상처들이 가득하여, 그는 타인에 대한 감정을 그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소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결과, 자신의 아들이 납치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은 신애의 주변에서, 그를 바라보며 곁을 지킨다.


배우 송강호는 고장 난 차로 인해서 자신의 카센터에 방문했던 여인에게 빠져들게 된 다소 평범한 남자 ‘김종찬’ 역을 맡았다. 신애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가기보다, 주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보호하게 되는 인물로, 극의 서포터로서 더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 외에도,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캐릭터 또한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입증했다. 실제 경상남도 출신으로서 밀양 현지인이라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사투리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이상한 놈 ‘윤태구’ 역

이미지: CJ ENM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2008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다.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과 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1930년대의 제국 열차,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온 세 남자의 운명을 그렸다. 그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과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 그리고 잡초 같은 생명력의 열차 털이범 윤태구(송강호)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보물을 찾기 위한 추격전을 펼친다. 여기에 의도치 않게 이들의 추격전에 가담하게 된 일본군과 마적단까지 맞부딪히게 되니, 그들의 쫓고 쫓기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다.


Aka. [놈놈놈]이라고 불렸던 이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는 ‘이상한 놈’에 가까운 캐릭터, 독고다이 범죄자 ‘윤태구’ 역을 맡았다.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쌍권총을 거느리며 다른 이들보다도 유독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 ‘태구’는, 보물 지도를 처음으로 발견하는 주요 인물이면서도 생존의 의지가 엄청난 캐릭터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특히 ‘이상한 놈’이라는 표현과는 상반된 카리스마를 후반부에 자아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어떤 캐릭터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송강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 중 하나다.

박쥐 – 신부 상현 역

이미지: CJ ENM

[박쥐]는 2009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신부 상현(송강호)가 죽어가는 환자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 개발 실험에 참여하다 수혈받은 피로 인해 뱀파이어로 변해버린다. 이로 인해 그는 영원히 피를 갈구하게 되었지만, 신부로서 살인은 저지를 수 없다는 마음에 나날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날 어린 시절의 친구 강우(신하균)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난 뒤, 상현은 그의 매력에 욕망을 느껴 사랑에 빠져들고, 신부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기로 결심하며 위태로운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


송강호는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신부이자, 뱀파이어가 된 남자 ‘상현’ 역을 맡아, 살인은 물론 금기의 사랑을 하며, 수많은 갈등과 고민,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송강호의 파격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만났던 작품이기도 하다. 우스갯소리로 봉준호 감독이 보는 송강호와는 전혀 다른 결이라며, 뱀파이어와 신부라는 설정을 독특하게 표현해 일명 ‘박찬욱 감독표 송강호 스타일’을 강조한다. 극의 완성도를 위해 전라 노출까지 강행한 송강호의 연기 열정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기생충 – 백수 가장 기택 역

이미지: CJ ENM

[기생충]은 201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다.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피자박스를 미리 포장하는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것으로 입에 겨우 풀칠하며 살던 중, 우연히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의 과외 선생님 자리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큰 딸의 과외 선생님 기우로 시작하여 작은 아들의 미술 심리치료 선생님 기정(박소담), 여기에 가정부 충숙(장혜진)과 운전기사 기택까지,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가족들이 차례대로 위장 취업하면서 위태롭지만 달콤한 꿈을 꾸게 되는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전개되는 작품. 글로벌 IT 기업 CEO의 집안과 전원 백수의 가족, 상반된 이들 사이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변화와 사건이 펼쳐진다.


송강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소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성격의 ‘기택’ 역을 맡았다. 백수 가족의 가장이면서도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태로운 분위기의 변화와 사건의 발단에 놓인 인물로서 긴장감을 선사하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무엇보다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를 비롯해 수많은 대사, 상황들을 현실감 있게 연기하여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가족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임팩트,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극에 잘 녹아냈다. [박쥐] 이후, 송강호가 10년 만에 다시 칸의 레드 카펫을 밟게 해준 작품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 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송강호의 이름을 더욱 세계에 떨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