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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Ⅰ

by미식탐정

사천 한복판에서 된장찌개 맛집을 정리한다면 소용이 없겠지만 여러 인종이 뒤섞인 미국의 중국음식이 전 세계 중국음식 중 가장 맛있다는 말처럼 이제는 많은 인종과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서울의 맥락에서 훠궈를 말해보고자 했다.

 

이채롭기만 했던 서울의 훠궈가 과도기를 지났다. 몇몇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식의 범주에 자리잡았다.

 

첫 훠궈는 북경에서 접했다.

 

첫 번째 방문에는 연필심 맛이 났다. 두 번째 방문에는 화장품 향이 나기도 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세 번째 방문이 되어서야 훠궈의 맛을 느끼고 찾아 먹었다.

 

집 앞에 위치한 T6 라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훠궈집이었는데 화쟈오가 밑에 푹 깔리고 쇠기름 향이 고소한 사천식 훠궈의 전형이였다. 당시 북경의 한인들이 가장 자주 찾는 훠궈집은 민바오(民宝)라는 곳이었는데 홍탕의 농도가 T6만 못해서 자주 찾지 않았다. 학기 중에는 줄기차게 북경 시내의 훠궈집을 탐방을 하다 방학 때는 사천출신 친구를 따라 사천의 훠궈를 맛보기 위해 사천성의 청두(成都)를 방문했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Ⅰ

사천의 훠궈

사천 현지의 훠궈는 북경의 훠궈와 다르다. 

 

씨뻘건 국물로 매혹적인 자극을 하는 북경의 훠궈와는 다르게 인위적이지 않은 홍탕의 비쥬얼이 눈길을 끈다. 범접하기 힘든 내공의 훠궈는 화쟈오를 강조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독촉을 하지 않는다. 사천의 훠궈는 그 맛이 남다르다. 고추를 중심으로 맛이 날개를 피게 된다. 홍탕과 차분한 대조를 이루는 마장(땅콩소스)도 인상적이다. 한나절 내내 입술이 얼얼한 북경의 훠궈와는 다르다. 먹고나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도 없을 뿐더러 김밥천국 같은 분식집에서도 훠궈를 파는데 맛이 있다. 더운 지방에서 충분히 익어 복합적인 맛을 내는 고추와 싱싱한 화쟈오 덕이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Ⅰ

화쟈오와 사천고추

홍탕의 농도는 훠궈의 중심이다. 중국에서 먹는 홍탕의 농도는 일반적으로 검붉은 색을 띄는 반면에 한국의 홍탕들은 대부분 선홍색 국물색이다. 중국의 것은 쇠기름 그 자체라고 보면 좋고 한국의 것은 육개장처럼 겉만 기름이라고 보면 된다. 훠궈를 먹은 후에 오는 대체할 수 없는 포만감과 권태로움은 풍부하고 고소한 고추기름과 한 끼에 받아들이기 힘든 다채로운 재료들로 인한 것이다. 

 

강렬히 각인된 훠궈의 인자를 지니고 한국에 와서 최대한 본토에 가까운 훠궈를 찾으러 다니게 됐다. 초기에 가장 입맛에 만족스러웠던 곳은 불이아였다. 샤오훼이양도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훠궈집인 본토의 맛이라기 보다는 고추장 맛에 가까웠다. 더이상 방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을 찾게 됐다. 대림이나 구로쪽 훠궈를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가장 본토에 가까운 훠궈를 요리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차이나타운의 중국음식이 가장 맛있지 않은 이치다. 돈이 돌고 돌아서 돈인것처럼 음식은 여러사람이 음식을 먹고 테이블 회전이 원활해야 비로소 음식이 활기를 띄고 맛이 돈다. 막상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고하거나 현지인이 운영을 한다고하면 밍밍하면서도 이도저도 아닌 맛에 당황스럽다. 실제로 중국인이 가장 많은 안산에서 먹는 훠궈는 훠궈 맛을 논하기 힘들 정도로 야릇한 맛이난다.

 

서울의 훠궈를 세가지로 분류를 하면 중국식, 서울식, 반중국식으로 나뉜다.

#1 중국식 훠궈

가장 현지맛을 가장 잘 재현하면서 현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곳은 두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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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하이디라오

명동 하이디라오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한국에 상륙한 대표적인 가게다. 명실상부 중국 대륙에서 가장 대중적인 가게 중 하나인데 중국에서의 성공비결은 ‘서비스’였다. 대기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친절하게 응대한다. 특제면을 테이블 앞에서 반죽을 늘어뜨리며 만드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하이디라오를 다시 찾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서비스는 제공을 하지만, 하이디라오가 한국에서 갖는 의미는 중국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것에 있다.

 

처음 명동에 입점한 날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방문을 했는데 맛에 기복이 없다. 토마토 탕을 비롯한 여러가지 탕을 고를수가 있고 본토의 굵은 당면을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홍탕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하는 재료인 새우 완자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홍탕/ 백탕 두가지 다 훠궈의 탕으로써 부족함이 없고 재료들도 이만하면 흠잡을 것이 없는데 유일한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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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복원홍중어양샤브성

대림의 훠궈는 대부분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져 있다. 정확히 입맛에 맞췄다기 보다는 현지인들이 눙치면서 만들어낸 홍탕과 백탕이다. 재료들도 성의 없이 준비가 되고 마장은 양념통에서 DIY로 짜먹으니 맛이 있을리 없다. 

 

홍중어양샤브성은 이런 대림의 맥락에서 보자면 군계일학이다. 고소하면서 맵고, 알싸한 홍탕을 기성품화 시키지 않으면서 훌륭히 만들어낸다. 말캉한 선지를 세트메뉴에 포함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게의 내공이 설명된다. 선지는 해장국 외에 홍탕에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2 반중국식 훠궈

반중국식은 서울의 맛에 희석된 사천의 맛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림과 봉천동, 건대 일대는 현지 분위기를 느끼러 가기에는 좋지만 훠궈만을 위해 방문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저그런 한국식의 맛이 지겨워서 더 나아가기 위해 먹기에는 좋다. 현지 맛을 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실망을 안긴다. 내공과 정성이 부족한 맛이다. 홍탕의 점도가 인위적으로 끈적이면서 상당히 신경질적인 홍탕의 맛이 난다. 내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먹고 난 후의 복통은 피하기가 힘들다. 마장도 고소함으로 되직하기 보다는 되직하기 위해 되직한 형태의 마장이다. 고소함 보다는 마늘과 고수를 섞어야 비로소 마장스럽게 먹을만하다. 재료들의 선도가 대체로 좋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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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서대문양꼬치

연남동 서대문양꼬치의 훠궈는 홍탕의 알싸함 보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매콤, 담백에 포커스를 맞췄다. 사실 이 곳은 훠궈보다는 다른 요리들이 뛰어나서 굳이 훠궈를 먹을 필요를 느끼지는 못한다. 다만 훠궈에 넣어먹는 특제 면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된다. 현지에서도 보기 힘든 면이다. 홍탕과 특별히 잘어울리는 이 특제면은 훠궈의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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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삼국지

현지의 홍탕맛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 재료의 상태도 좋았던 연남동의 삼국지샤브는 점점 질이 떨어진다. 초기에는 사장님이 있고 없고에 따라 맛의 기복이 큰 편인데 최근에는 사장님이 있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을 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채소와 두부피가 나오던 세트는 점점 양이 줄고 홍탕은 점점 묽어져서 서대문양꼬치만큼의 점도와 매운 맛을 낸다. 심지어는 담백함은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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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황산샤브샤브 

종로 황산샤브는 현지 맛을 표방하지만 도심 한 가운데서 희석된 형태의 훠궈다. 날카로운 맛을 내는 홍탕이지만 그 날카로움마저 무뎌져서 재료들에 스미지 못한다. 재료들의 상태 좋지 못한 편이라 홍탕과 재료가 다 난감한 가운데 마장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여느 마장과 다르게 여러 양념이 가미된 마장이다. 땅콩과 파, 청양고추까지 있어 부족한 훠궈 맛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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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수미가양꼬치

사당 수미가양꼬치의 훠궈는 첫 맛이 강한 듯 하면서 추진력 없이 무너지는 형태의 홍탕이다. 재료들이 든든히 뒷바침이 되어 주지도 못하고 소스도 마찬가지도 약한 편이다. 다만 타고난 조리실력이 좋아서 추진력이 없는 홍탕이라도 꿋꿋이 먹을 수 있다. 볶음밥을 의외로 잘 볶아서 훠궈와 함께 먹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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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허가마라샹궈

건대 허가마라샹궈의 훠궈는 마라샹궈를 전문으로 해서 녹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건너편에 무한리필 훠궈 복만루보다는 맛이 뛰어난 편임에도 무한리필이라는 심적 안정감으로 인해 손님은 복만루 쪽에 많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훠궈집에서 대부분 신경질적인 맛의 홍탕을 내는 한편 이곳은 잘 다듬어지고 칼 끝이 무딘 홍탕과 백탕을 선보인다. 대파가 들어가서 뒷 맛이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