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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by미식탐정

#3 서울식 훠궈

서울식은 첫 방문을 하거나, 아직은 훠궈라는 음식이 생소할 때 방문할 곳인데 주로는 한국인이 운영을 하는 곳이거나, 한국 현지의 입맛에 거부감없게 향신료를 배제한 맛을 내는 곳이다. 주로는 쇠기름 맛이 강하지 않은 곳을 말한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신천 마라샹궈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가장 잘 정제한 곳은 신천의 마라샹궈다. 가게 오픈 초기부터 쭉 방문을 했는데 고소하게 볶은 향의 홍탕이 인상적이었다. 좁은 가게를 누비고 나니며 사장님이 자신만의 비법으로 마장을 직접 만들어준다. 그 정성에 마장 맛이 더욱 살아난다. 삭힌 부추 비롯하여 다진마늘, 고추기름등이 가미되어 고소함이 증폭된다. 최근 방문에는 미세하게 홍탕의 고소한 맛이 줄어든 듯하여 여쭤보니 전 주방장이 일을 그만두게 되어 그랬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복이 크지는 않다. 채소와 고기의 신선도가 훠궈집 중에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불이아

가장 많은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불이아는 시내 곳곳에 있다. 급한 훠궈의 중독을 잠재우기에는 무난하다.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훠궈 맛을 서울에 가장 널리 알리는 공을 세운 곳이다. 모임을 하기 좋은 널찍한 공간과 넓은 메뉴선택의 폭이 큰 것이 강점이다. 초창기 훠궈집으로 샤오훼이양과 비교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비교불가다. 샤오훼이양은 훠궈의 범주라기 보다는 샤브샤브의 범주에 속한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급화를 선언했는지 개업초기보다 가격이 오르고 양은 점점 줄어든다. 잘되는 식당의 전형적인 노선을 따라간다. 강남구청점의 관리가 가장 잘 되있고 나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홍대, 대학로점은 홍탕이 묽다. 따로 화쟈오나 고추기름을 요구하면 잔뜩 짓눌린 형태의 것을 가지고 와서 대충 넣어주는 경우가 있다. 난감하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신촌 홍샤브샤브

신촌의 홍샤브샤브는 가정식 훠궈다. 중국에서 먹었다면 다소 밍밍한 형태의 홍탕인데 매운 것을 추가하면 맛이 살아난다. 기성품 마장은 뻑뻑한 편이라서 아쉽지만 재료들의 상태가 신천마라샹궈만큼 좋아서 상쇄된다. 기복은 있을지언정 가정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프레임이 있는지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맛이 난다. 치킨스톡(백탕)의 맛이 가장 진하다. 가격대비 양이 가장 푸짐한 편이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경리단길 단단

경리단길 단단은 트렌디한 훠궈 맛을 내면서 제법 굵직한 목소리를 낸다. 연화방의 맛을 이어받아 맛깔스러운 홍탕이 인상적이다. 다른 곳보다 개성이 뛰어나서 복합미묘한 맛이 나는 편인데 기복은 어느정도 있다. 어느 날은 매운 맛이 강하고 어느 날은 약재의 맛이 강하다. 재료들이 아기자기 해서 야금야금 먹으며 술을 먹기 좋다. 마장에서는 시큼한 뒷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기성품을 쓰지 않고 따로 제조를 해서 쓴다. 홍탕과 마장에서 다른 곳과 차별성이 있는만큼 맛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있다. 식사류는 연화방만 못해 아쉽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경복궁 마라샹궈

경복궁의 마라샹궈는 자리를 잘 잡았다. 기복없는 맛을 낸다. 툭해도 넘어지지 않고 자신만의 마라를 해석하고 요리해낸다. 마라샹궈가 중심이지만 훠궈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맛을 낸다. 재해석을 했지만 본토에 가까운 것을 표방했는지 진득한 맛이 나는 편이다. 재료들의 신선도는 부족한 반면에 홍탕의 흔들리지 않는 든든함으로 재료들을 식사가 마칠때 까지 끌고 간다. 가장 복합미묘한 홍탕 맛을 자랑한다.

서울의 훠궈(火锅)를 말하다Ⅱ

이태원 마라

이태원의 마라는 앞서 언급한 훠궈들 중에 중국스러운 구색을 잘 갖춘 반면에 맛이 진하지 않다. 고소함으로 묵직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카로운 고추의 맛 때문에 첫 맛 자극적인데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한 경우가 있다. 다른 곳보다 가성비가 뛰어나지 않아 친구들과 훠궈를 먹기에는 좋지 않다. 편리한 내부공간, 주차 덕에 비지니스를 위해 찾기에는 좋다.

 

훠궈는 아직 서울의 맥락에서 설명이 불가능하다. 서울의 훠궈 중에 맛있는 축에 속했던 숙대입구의 경성양꼬치는 이제 훠궈를 팔지 않는다. 이유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라고 한다. 아직도 대중들은 훠궈의 냄새를 꺼려하고 샤브샤브가 가진 담백함에 무게를 두는 편이라 훠궈가 주는 묵직한 매운 맛을 생소하게 생각한다. 고로 이 글을 통해 대중들이 훠궈에 입덕을 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해서 글을 쓰게 됐다. 

 

현재 한국은 먹고 살기 고되고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타나토스(죽음충동)를 생의 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에로스다. 에로스의 연료는 좋은 음식이다.

 

영국의 카레처럼, 한국의 짬뽕처럼 뿌리를 타국에 둔 음식인 훠궈가 한국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맛있는 음식이 한 가지 늘어난다는 건 살아야 할 이유가 한가지 더 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