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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음식산문 #6

여름을 이기는 방법,
마라롱샤

by미식탐정

여름을 이기는 방법, 마라롱샤

한여름의 마라롱샤

올해 한국의 여름은 유난히 덥다. 말복이 지나도 더위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2009년 북경의 더위도 요즘처럼 지독했다. 아침부터 입 안이 바싹 마르고, 어김없이 돌아오는 식사시간에는 핏기없는 끼니를 먹는 일이 지속됐다. 해가 장렬히 떠있는 일과 중에는 철저히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다가, 해가 지면 낮 동안의 무기력함을 날릴만한 음식을 먹기 위해 더위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마라롱샤(麻辣龙虾)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름 길거리 음식이다. 주로 저녁에 야외 포장마차(따파이당:大排档)에서 많이 먹는다. 민물가재를 매콤하고 얼얼한 마라(麻辣. 중국어로 맵다는 뜻. 매운 향신료를 뜻하기도 함)에 넣고 볶은요리인데, 어른 손가락 두개를 합친 정도의 작은 민물가재의 껍질을 까면 손톱보다 조금 큰 속살이 나온다.

 

갑각류의 살에는 마라의 향이 유난히 잘 배는 특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작은 속살은 마라의 맛을 가장 잘 응축한다. 매콤하면서 계속 당기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한국 음식에 비유하자면 포장마차 닭발에 가깝다.

 

무더위가 차츰 누그러드는 초저녁이 되면 광장에는 대형 포장마차가 세워진다. 축제 광장이나 백화점의 푸드코트처럼 각 부스에서 꼬치, 철판구이 등의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판다.

 

마라롱샤 부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보통 계산을 하는데, 크기별로도 가격이 다르다. 계산을 치르고 자리에 와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며 롱샤를 기다린다. 소쿠리에 담긴 롱샤는 뜨겁게 달궈진 웍에서 볶아진다.

 

마라의 향은 다른 향신료들보다 향이 강해서 야외에는 금세 마라냄새가 진동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음식을 기다리며 열대야를 쫓기 위해 옷을 벗고 맥주를 마시는가하면 온 몸이 뜨끈해지는 백주를 마시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쫓는다. 전광판에 조리가 다 된 번호가 나오면 각자의 번호표를 들고 음식을 찾아온다. 대부분 큰 양철판에 롱샤를 한 가득씩 들고 자리로 돌아간다.

 

마늘, 고추, 화쟈오가 수북히 쌓인 마라롱샤에는 아직 웍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 각자 비닐장갑을 끼고 롱샤를 집어 껍질을 까기 시작한다. 다른 도구를 사용하기 보다는 손으로 요령껏 껍질을 벗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생맥주 한잔과 롱샤를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데일 것처럼 뜨겁고 매운 롱샤의 살점을 씹어 넘긴다. 맥주로 헹구면 불이 날 것 같은 입 안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정심을 되찾는데, 시간이 지나면 향신료 덕에 손과 입술 주변부가 얼얼해지면서 취기가 함께 오른다. 

 

마라롱샤는 사천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이렇게 하늘이 훤히 보이는 여름 저녁에 여러 명이 둘러앉아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이때만큼은 먹는 술에 대해서도 묻지 않고 얼마나 먹는 지에 대한 것도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저 먹고 싶은만큼 푸짐하게 먹고 마시고 싶은 만큼 술을 비우면서 묵은 더위를 날리면 된다.

 

먹은지 한 두시간이면 테이블 위에 갑각류의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한 여름밤의 추억도 쌓인다. 그리고 그 뜨겁고 빨간 살점이 익숙해질 무렵, 절정의 무더위도 어느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