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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김은희, '지리산'에서 길 잃었나…흥행 성공에도 못 웃는 이유

by텐아시아

《태유나의 듣보드뽀》

'지리산' 첫회부터 과한 PPL·부실 CG 논란

방영권 판매로 손익분기는 넘었는데…

7%대 시청률에도 부실한 대본 지적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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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포스터./사진제공=tvN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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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가 지금은 너무 잘 되고 있지만, 반드시 한 번은 삐끗한다"


김은희 작가의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장항준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을까. 김은희가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의 혹평으로 작가 인생 최대의 큰 고비를 맞고 있다. 7%대 안정적인 시청률과 손익분기점이 넘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혹평'을 받는 데에는 과도한 PPL과 어색한 CG, 흐름을 깨는 OST의 문제도 있지만, '장르물의 대가'로 인정받은 김은희 작가 특유의 촘촘한 집필력이 '지리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리산'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방송 전부터 높을 수밖에 없었다. '시그널',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에 톱스타 전지현, 주지훈을 주연으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여기에 스튜디오드래곤, 바람픽쳐스와 함께 넷플릭스 '킹덤'을 제작했던 에이스토리가 합세해 작품의 퀄리티에 대한 믿음을 부여했고. 제작비 역시 약 320억 원이 투입돼 '대작'에 대한 기대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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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지리산' 방송 화면.

그러나 베일을 벗은 '지리산'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첫 회 방송 직후부터 수준 이하의 CG와 과도한 PPL로 뭇매를 맞았기 때문. 극의 중심 배경인 지리산 CG가 몰입을 깰 정도로 부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쏟아졌고, 지리산 깊은 곳에 있는 대피소에서 프랜차이즈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과 피부 관리하라고 건네는 콜라겐, 제작비를 후원한 특정 등산복 브랜드로 도배되는 의상 등은 극의 몰입을 제대로 방해했다. 상황과 맞지 않는 팝송 OST는 당황스러움을 유발할 정도.


이에 1회 시청률 9.1%, 2회 10.7%로 상승세를 탈 것 같았던 '지리산'은 3회에서 7%대로 뚝 떨어진 뒤 8회 방송까지 7~8%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나 방송사로서는 '객관적인 흥행'을 거둔 셈이다. 방송사는 7%대 시청률이긴 하지만 현재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중 2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고 PPL 등을 통해 수익을 챙겼다. 제작사는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tvN에 국내 방영권을 208억 원에, 중국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iQIYI)에 해외 방영권을 200억 원대에 판매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아쉬운 건 부실한 완성도로 만들어진 '지리산'을 봐야 하는 시청자들. 그들의 아쉬움은 혹평으로 이어졌고, 시청자들은 PPL 등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대본 자체의 흠이 크다고 평했다.


'지리산'은 2018~2019년 과거와 2020년 현재를 오가며 구성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사건은 지리산에서 독버섯 음료 테러, 감자 폭탄 등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과 그들을 쫓는 서이강(전지현 분), 강현조(주지훈 분)의 이야기다. 여기에 현재 코마 상태에 빠진 강현조가 생령으로 지리산을 떠돌며 하반신 마비가 된 서이강에게 표식을 남기는 판타지적 요소를 설정해 미스터리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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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지리산' 방송 화면.

문제는 이러한 큰 뼈대에서 뻗어 나오는 가지들이 너무나 산만하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스릴러에 웃음 한 스푼을 더하려 했던 김은희 작가의 욕심은 '지리산'의 길을 잃게 했다. 7회에서 강현조가 생령이 된 서사를 러닝타임의 반 가까이를 써가며 무겁게 설명해놓고, 갑작스레 과거로 돌아가 '지리산 국립공원배 장기자랑' 장면을 넣어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렇듯 무의미한 장면은 매회 이어졌다. 6회에서는 서이강의 아역(김도연 분)까지 등장하며 과거의 과거 서사를 보여줬는데, 큰 뼈대와는 관계없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레인저 정구영(오정세 분)과 이양선(주민경 분)의 데이트 장면은 옛날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


김은희 작가는 '지리산'의 큰 뼈대만으론 16부작을 끌고 가기 버거웠던 걸까. 이렇듯 매회 의미 없는 장면과 길어지는 에피소드에 정작 연쇄살인범에 대한 단서는 극이 중반부까지 왔음에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중의 눈은 높아졌다. '시그널', '싸인'에서 보여줬던 치밀한 전개와 차곡차곡 쌓여왔던 복선과 반전에서 오는 쾌감을 바랐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반환점을 돈 2막에서 김은희 작가가 보여줄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삐끗할 수 있고,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 김은희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이 믿고 있는 그의 필력이 끝내는 '지리산'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