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망한다'던 폐업 직전 당구장·노래방 인수해 건대 건물주 반열에 올랐죠
막이오름 건대점 윤영삼 점주는 건대 상권에서 모두의 인정을 받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손대는 모든 사업마다 대박을 쳐 ‘마이다스의 손’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약 20년 전 건대 상권에서 사업을 시작해 큰 자산을 모은 윤 점주의 성공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은 아니었다.
“고향은 충청도 부여예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집안을 일으키고 싶다는 목표가 뚜렷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와 바로 돈 버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온 것은 그쯤입니다. 처음엔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5년 동안 일해 5,000만 원을 모았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총 1억 원으로 개인사업을 시작했어요.”
폐업 직전 당구장 인수해 전국 당구장 TOP 매출 기록
윤 점주가 운영하던 건대 플라밍고 당구장 |
2003년 폐업 직전의 건대 먹자골목에 위치한 지상 5층 당구장을 인수했다. 모두들 얼마 못가 망할 거라고 했다. 원체 자리가 좋지 않아 손님이 없던 가게였기 때문이었다. 2달 뒤, 예상을 뒤엎었다. 전국에 있는 당구장 사장님들이 영업 노하우와 자문을 구하러 몰려올 정도였다. 윤 점주가 인수해 운영하자 대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기존에 있던 칙칙하고 어두운 당구장이 아닌 밝은 분위기의 카페형 당구장을 만들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각종 음료를 구비해 차별화를 꾀했다.
“당구장 사업한다고 하면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어’ 하면서 만만하게 보시잖아요. 거기서부터 차이가 나요. 저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내는 당구장을 만들겠다’는 마인드로 했거든요. 죽기 살기로 했단 말이죠. 가게를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도로에 나와서 전단지를 돌렸고 에어간판을 직접 제작해 설치했어요. 경쟁 당구장보다 저렴한 가격을 걸고 서비스도 후하게 줬어요. 깨끗한 당구장을 만들기 위해 매일 가게를 쓸고 닦았죠. 건대 당구장 중 공용 화장실이 아닌 남녀 분리된 화장실이 있었던 당구장은 저희가 유일했을 겁니다. 대학가 상권은 한번 입소문이 나면 손님이 빠르게 늘어요. 인수한지 2달 만에 동네는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한 당구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지방 곳곳의 당구 동호회에서 찾아올 정도였으니까요.”
평생 사업 파트너인 아내 만나 역할 분담해
윤영삼·황주연 부부 |
당구장을 인수한 뒤엔 모든 시간을 사업에만 매진했다. 명절에는 가족을 찾아보지 못했다. 친구들과도 모두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가진 게 없어 당구장으로 작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윤 점주는 훨씬 먼 미래를 바라보며 큰 꿈을 꿨다. 사업 동반자이자 아내를 만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옥탑방에 살면서 고생을 많이 하던 때였는데, 운 좋게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사업 동반자를 얻은 거죠. 당시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내는 제 비전을 높이 평가했어요. 원래 요가 강사 겸 모델 일을 하던 아내는 결혼 후 직종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좋아하던 운동도 모두 포기하고 저와 함께 자영업에 뛰어들어 함께 일했죠.
당시 윤 점주가 살던 옥탑방(왼쪽)과 아내와의 연애시절 사진(오른쪽) |
성공하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야 합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믿고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이에요. 그런데 가족이 이 일에 뜻이 없다면 함께 해나갈 수 없겠죠. 또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절충해 줄 수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큰 그림을 보고 과감하게 선택을 내린다면, 아내는 디테일한 것을 놓치지 않아요. 예를 들면 매장 안의 소품 하나, 문구 하나까지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아내를 만난 게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생각합니다.”
당구장→노래연습장→닭갈비 식당 연달아 성공
윤 점주는 알짜배기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만을 노렸다. 자금이 충분히 모일 때까진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나 자릿세가 비싼 가게는 사업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2010년 당구장 옆 폐업 직전의 노래연습장을 권리금 없이 인수했다. 월 매출 약 1,000만 원을 내던 곳이었다. 노래방을 인수한 뒤 주 고객인 대학생들에게 집중했다. 요금을 더 저렴하게 낮추고 아이스크림·과자 등의 간식을 배치했다. 서비스도 충분하게 줬다. 깔끔하고 정리 정돈된 가게를 만들기 위해 가게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그 결과 월 매출 5,000만 원 정도를 기록했다. 기존 매출보다 5배 이상 낸 것이다.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합니다. 노래방에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두자 손님들 반응이 좋았어요. 사실 큰돈 들지 않는 투자인데 그걸로 인해 매출이 5배로 오르니 안 할 이유가 없죠. 결국 당구장과 노래방 사업만으로 건대 먹자골목 상권의 건물을 한 채 살 수 있었죠.
경제 서적을 틈틈이 읽는다고 한다 |
비결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고객에게 집중한다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이에요. 저희가 인수했던 당구장과 노래방은 모두 권리금이 없었어요. 다들 ‘망한다’면서 뜯어말릴 정도로 형편없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가게를 넘겨받은 후 온전히 저희 힘으로 매출을 크게 성장시켰으니 자신감이 붙었죠. 건물도 구매하고 시드머니를 충분히 만든 뒤, 본격적으로 요식업종으로 넘어갈 준비를 했습니다.”
믿을만한 브랜드라 판단해 코로나 위기에도 연쇄 창업
막이오름 건대점 건물 공사 사진 |
2017년 백철판 건대점을 열었다. 윤 점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여럿 알아보던 중 우연한 사건에 의해 더본코리아를 신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상담을 하러 더본코리아 사무실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젊은 신입사원부터 직급이 높아 보이는 직원까지, 업무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서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걸 봤죠. '이거다' 싶었어요. 직원들이 회사에 주인의식이 있지 않고선 직급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라면 믿을만하다 판단했습니다.” 현재 윤 점주의 백철판 건대점은 월 매출 1억 5천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
트렌디함으로 무장한 막이오름 건대점 외관 |
2020년 새마을식당과 막이오름 두 개의 가게를 열었다. 코로나19 위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때였지만 윤 점주는 확신이 있었다. “새마을식당은 배달 서비스가 시작된 걸 보고 창업을 결심했어요. 막이오름은 다시 막걸리가 유행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뛰어들었죠. 코로나19 위기로 불안하지 않냐고들 많이 물어보세요. 원래 사업은 남들이 아무도 안 할 때, 관심을 안 가질 때 저질러야 한다 생각해요.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지 다행히 막이오름은 평일에도 계속 만석입니다.”
예비 창업주 분들을 위한 윤영삼 점주의 조언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출근한다는 윤 점주 부부 |
1. 손님일 때와 점주일 때, 가게를 대하는 심정은 변합니다
“사업을 하고 나면, 모든 관점이 사업을 기준으로 변합니다. 저는 허름한 동네 당구장이나 노래방을 가도 이 점포가 한 달 매출을 얼마 정도 만들어내는지 관찰하죠.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창업 아이템이 뜰 것인지 보고 또 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계속 체크하고 매달 서점에 가서 책을 읽죠. 창업 관련 강연을 듣기 위해 강의료도 아끼지 않습니다. 매장과 손님에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따로 떼어내 미래에 어떤 흐름이 있을지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2. 창업 전 ‘이것’ 미리 꼭 챙기세요
“기존 시스템에서 무엇을 조금만 개선하면 좋을지 고민해 창업 아이템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제가 막이오름이라는 브랜드가 흥할 거라 판단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막걸리 가게는 커다란 항아리에 표주박을 띄워 막걸리를 보관하는 시스템이잖아요. 이걸 보면서 평소 너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이오름은 기존의 막걸리 보관 방법을 위생적으로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매장 곳곳에 배치해뒀죠. 노래방에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둬서 손님을 끌어모은 것처럼, 깨끗한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로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판단했어요. 이처럼 창업 전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꼭 거치시길 바랍니다.”
3. 창업 시 마음가짐은 이렇게
“이 가게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죽기 살기로 매달릴 각오를 하시길 바랍니다.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섣불리 창업했다 권리금도 못 받고 폐업하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보여주겠다는 생각 아니면 시작도 하지 마세요. 스스로한테 솔직하게 질문을 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창업을 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인지, 아니면 사장이 돼서 편하게 돈 벌겠다는 심리인지 말이죠.
막이오름 건대점의 다양한 안주 |
저희는 15년 넘게 바닥부터 사업 노하우를 쌓아올린 사람들이라 어떤 일을 해도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위기에도 연쇄 창업을 단행한 거고요. 하지만 현재 전체적인 자영업 상황을 봤을 때, 매우 심각합니다. 점포를 내놔도 나가지 않아요.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부정적으로 여길 것도 아니죠. 이 힘든 시기를 전화위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모두들 크게 도약하시길 바랍니다.”
theborn_offici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