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잡으려고 매장 안 의자 다 앉아봤다는 사장님

[비즈]by 더본코리아

“매장 안 모든 의자에 앉아봤어요? 자리마다 보이는 장면이 다 달라요. 점주가 직접 앉아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저분한 카운터, 직원들의 피곤한 표정, 주방 내부 어수선한 식기류...손님의 입장이 된다는 게 뭔가요? 점주가 손님이 앉는 모든 자리에 다 앉아보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원조쌈밥집 평촌점 정현실 점주

안녕하세요. 평촌점에서 자영업을 시작한 15년 차 점주 정현실입니다. 외식업을 시작하게 되어 느지막한 나이에 요리 자격증 취득하고, 일을 배우고자 강남 유명 한정식집에서 설거지 알바도 했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 지금 여기서 벗과 같은 단골손님들과 함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장사라곤 처음이었던 제가 여기까지 오며 배웠던 것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25년 세월 간직한 가게

원조쌈밥집 평촌점은 1995년에 문을 열었다. 정현실(56) 평촌점 점주의 친오빠인 정훈(58) 전 점주가 세운 가게다.


“친오빠가 논현동 영동시장에서 원조쌈밥집을 운영하던 백종원 대표님을 무작정 찾아갔다고 해요. ‘저도 원조쌈밥집을 운영해보고 싶은데 분점 내는 걸 허락해달라’고 했죠. 당시 백 대표님께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생각이 없으셨어요. 하지만 간절한 눈빛을 한 청년이 찾아와 부탁하니 거절하기 어려웠던 거죠. 그렇게 백 대표님의 도움을 받아 안양 평촌 먹자골목에 20 테이블 이하의 가게를 냈어요.”


누구도 원조쌈밥집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외식 브랜드로 자리 잡을 줄은 몰랐다. 한국인은 손에 올릴 수 있는 음식이면 뭐든 쌈 싸먹는걸 좋아한다. 쌈밥은 채소파와 고기파 모두가 만족하는 메뉴다. 또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1997년 IMF사태가 터진 시기에도 손님들이 찾아왔다. 정현실 점주는 2005년 캐나다로 이민 가는 친오빠에게 가게를 물려받았다.

3대가 찾아오는 동네 맛집

원조쌈밥집 평촌점 정현실 점주

“친오빠가 빌린 돈 대신 가게를 제게 준거였어요. 운영이 어려워져 월 매출 1000만원도 안 나오던 때였습니다. 기사회생을 해보려고 애썼습니다. 가게를 맡기 전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요리 수업을 듣고 자격증까지 땄죠. 강남에 있는 유명 한정식 식당에 찾아가 5개월간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가게를 운영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매출이 오르지 않았어요. 음식 솜씨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손님들은 뭐가 마음에 안 드셨을까 고민했습니다.”

리모델링 당시 사진

매출이 안 나오는 이유는 너무 낡은 인테리어에 있었다. 정현실 점주는 주변에 5000만원을 빌렸다. 그 돈으로 가게를 전부 리모델링했다. 가게를 새롭게 고치고 나니 거짓말처럼 손님이 밀려들어왔다. 한달만에 3000만원 이상 매출이 났다. 2006년 빌린 돈을 전부 돌려줄 수 있었다. 월매출은 3000만~4000만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2012년 평촌 먹자골목 뒷골목에서 앞라인으로 이사했다. 25년 세월 동안 국내 1호 원조쌈밥 분점을 지켜냈다.


“젊은부부가 아기와 같이 밥을 먹으러 옵니다. 그 아이가 자라 걷고, 학교에 가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찾습니다. 나중에 결혼할 여자와 함께 오는 그런 밥집입니다. 한번 본 손님은 절대 잊히지 않아요. 저 손님 깻잎을 좋아했지, 하면서 그 테이블에 깻잎을 더 넣어줍니다. 사람 마음이 깻잎 한장에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손님을 가족이라 대하면 진심은 다 전해집니다. 오랜 단골손님들이 가게를 지켜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식당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안 되죠. 주인이 손님 얼굴을 봐야지 등 돌리고 텔레비전 봐서 가게가 잘 되겠습니까.”

재료 영수증 꼼꼼히 안 봐···계산 말고 장사하라

매장에서 먹는 것처럼 풍성하게 제공되는 배달 서비스

“손님들께 재료 아끼지 않고 넉넉하게, 푸짐하게 주려고 애쓰죠. 재료값은 장부 적을 때나 확인합니다. 평소엔 제대로 안봐요. 매번 확인하면 채소값이 폭등했을 때 마음이 어떻겠어요. 청양고추가 한 박스에 20만원 넘을 때도 있는데 손익계산해보면 움츠러들잖아요. 손님께 나가는 음식도 야박해지죠. 그래서 항상 통 크게 생각하려고 마음먹어요. 손님을 돈으로 계산하면 서로 힘들어요. ‘이렇게 퍼주고도 남나요’라는 말 들으면 그래도 제 마음 알아봐 주시는구나 싶어서 힘이 납니다.”

유행에 맞게 바꾼 가게 내부

정현실 점주는 매장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게가 만들어진지 25년이 됐어도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죠? 유행에 맞게 계속해서 인테리어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좌식 테이블을 의자로 전부 교체했고, 식탁 콘셉트도 수시로 바꿨습니다. 주방 동선 역시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했죠. 그 덕에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점주분들은 5년, 10년 주기로 계획해 매장을 바꿔나가길 추천해요.”

점주 스스로 끊임없는 연구·개발해야 살아남아

15년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음식

“지금 가게 잘되고 있다 해서 안주할 순 없습니다. 매일 연구하고 찾아보는 게 습관이 됐어요. 제일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채널A 서민갑부예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사장님들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계속 배웁니다. 요즘 유튜브에 젊은 자영업자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젊은 분들은 어떻게 가게 운영하는지 참고가 되죠. 백종원 사장님 책도 3번 이상 읽었어요.


쉬는 날엔 맛집을 찾아가 봅니다. 잘 되는 가게 사장님께 이것저것 묻고 조언을 구하죠. 노무나 세무 부분에 있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도 드리고요. 그렇게 해서 친구가 된 음식점 사장님들이 꽤 계십니다.


식당을 잘 운영하려면 주인이 성실하면 됩니다. 부지런해지라고 괜히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시장 가서 에너지 낭비하진 마세요. 푹 자고 밝은 얼굴로 손님들 맞이하세요. 시간을 쪼개 잘 쓰면 됩니다. 저는 오전 10시에 매장에 나와 오후 11시에 마감하고 들어갑니다. 주 6일 출근하죠. 건강관리법은 따로 없어요. 가게에서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손님들 보면서 웃는 게 전부입니다. 일을 한지 벌써 15년이 돼가는데 앞으로 20~30년은 더 하고 싶습니다. 아들이 근처에 인생 설렁탕집을 오픈 준비중입니다. 아들 식당까지 잘 되는 거 보고 은퇴할 계획입니다.”

예비 창업주 분들을 위한 정현실 점주의 조언

1. 손님일 때와 점주일 때, 가게를 대하는 심정은 변합니다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만든 대기 공간

“가게를 내면 꼭 매장 안 의자에 전부 앉아보시길 바랍니다. 점주분들께서 손님의 눈높이와 시야를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점은 초기에 승패가 나누어집니다. 점점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십시오. 완벽하게 준비했다 해도 막상 시작하면 부족한 게 많을 겁니다. 하물며 대충 준비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또 손님들 모두 가족이라 생각하십시오. 하지만 가게는 손님들 집보다 훨씬 깨끗하고, 위생적이고, 예뻐야 합니다. 자신의 집보다 더러운 밥집에 누가 돈 주고 갈까요? 엄마의 마음으로 대하되 더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당에 오면 화장실부터 가시는 손님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이 더러우면 밥을 먹고 싶을까요? 항상 청결과 위생을 최우선 순위로 챙기셔야 합니다.”


2. 창업 전 ‘이것’ 미리 꼭 챙기세요


“스스로 메모하고 연구한 노트가 필요합니다. 차, 화장실, 식탁, 침대 옆에 포스트잇과 볼펜을 항상 준비하세요. 점주들은 아이디어가 날 때마다, 할 일이 생각날 때마다 적어야 합니다. 가게를 열면 여러 일들이 들이닥칩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을 까먹어 사고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식업 창업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어보세요. 세미나도 꼭 들으러 가서 전문가 의견을 메모하십시오. 분명 위기가 닥치는 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담겨있는 노트가 될 것입니다.


3. 창업 시 마음가짐은 이렇게

함께하는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원조 쌈밥집 점주 남매

“함께하는 직원들께 잘해줄 마음을 가지세요. 잔소리 늘어놓고, 싫은 소리 하는 점주 밑에서 오래 일할 직원 없습니다. 단 초반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예의 바른 말투, 대기시간 중 휴대폰 보는 일 없도록 하기 등을 규칙으로 정해놓으세요. 또 직원분들이 그릇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쾅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릇 밑 두번째 세번째 손가락이 식탁에 먼저 닿을 수 있도록 가르치십시오.


배달하는 직원분들께도 항상 감사함을 표현하세요. 여름에는 시원한 보리차, 사이다라도 대접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음식을 고객에게 흔들리지 않게 배달해 줍니다. 또 손님에게 음식 전해줄 때 웃는 얼굴로 대할 거라 생각합니다.


직원분들 너무 바쁘지 않도록 인건비 아끼지 말고 충분히 고용하세요. 잔소리보다는 칭찬을, 함께 해줘 고맙다는 말 많이 해주십시오. 그러면 직원분들이 알아서 내 식당처럼 최선을 다해 일해줄 겁니다.”


문의 theborn_official@naver.com

2020.07.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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