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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 만들어주고 싶어 창업한 제가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죠

by더본코리아

아무런 경력 없는 생초보가 학원비 벌기 위해 뛰어든 일

‘워킹맘’과 ‘사회초년생’. 유지선(41) 한신포차 홍대점 점주는 첫 가게를 열었던 때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실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어 사회에서는 신입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비율은 59.4%에 이른다. 10명 중 6명꼴로 돈을 번다. 갈수록 높아지는 물가, 고정된 임금 탓에 두 팔 걷고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여성이 많다. 13년 전, 가게를 연 유지선 점주도 그랬다.

화이팅 포즈를 취해보는 유지선 한신포자 홍대점 점주

"안녕하세요. 저는 홍대에서 두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유지선 점주입니다. 사회에 첫 발을 갓난 아이와 함께 창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서툰 것 투성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듯 장사할 때도 매뉴얼을 꼼꼼히 뜯어보고, 상대를 이해하고자 자세를 낮추고 애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은 인근 상인분들이 홍대 안방마님이라고 불러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른 나이 아이를 낳았는데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기저귀값·분유값이 이렇게 많이 드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교육비는 얼마나 들까?' 걱정이 많이 됐죠.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일자리를 알아봤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강남으로 이사하자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꿈도 못 꿨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심각한 빈혈·저혈압 등으로 걸핏하면 쓰러지기 일쑤였거든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가맹점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해물떡찜0410에서 밥을 먹었어요. 자기 전까지 생각나는 맛이더군요. 전 지금까지도 몸이 예민한 편이라 위생적이면서 깔끔한 음식만 골라 먹습니다. 해물떡찜은 까다로운 제 입에 잘 맞는 데다 소화가 잘 됐죠. 더 많은 분들과 이 음식을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장사를 시작했어요.”


유지선 점주는 장사가 당시 갓난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 빠르게 창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어려서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창업이 쉬운 게 아닌데 말이죠. 만약 첫 창업 후 실패했더라도 다시 도전했을 것 같아요. 그땐 정말 그 일이 저한테 절실했거든요."

3개월동안 명동만 바라보던 장사 초보, 홍대로 가게 된 이유

한신포차 홍대점

스물일곱살의 유지선 점주는 명동부터 종로까지 3달 넘게 발품을 팔았다. 유지선 점주는 명동을 1순위로 꼽았으나 본사의 추천을 받아 홍대로 눈길을 돌렸다. 마침내 찾아낸 곳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2007년 당시 홍대 부동산 가격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대로변에 인접한 30평 매장은 보증금 7000만원, 월세 350만원이었다. 유지선 점주는 그해 8월 해물떡찜0410 홍대점을 열었다.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손님들은 밀려들었다. 초보 사장님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해물떡찜0410 홍대점 외부 모습, 오른쪽은 2009년 수상한 우수점포상 상패

“장사를 해본 적이 없으니 본사 추천을 많이 받았어요. 그중 홍대에 자리 잡은 게 제일 잘한 선택이었죠. 명동은 자릿세가 너무 비싸고 음식점이 포화상태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반면 홍대 자릿세는 가격대가 적당한 수준이었어요. 또 홍대는 젊은 층 사이에서 뜨기 시작한 상권으로 인기를 막 끌고 있었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나오면 눈에 바로 띄는 자리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해물떡찜0410을 시작으로 장사를 하게 됐는데 좋은 자리 덕분인지 초반부터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어요.”

창업 후 첫 번째 위기, 그리고 시작된 두 번째 창업

한신포차의 인기 메뉴들

첫 가게 해물떡찜0410 홍대점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손님들은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지는 동시에 경쟁도 치열해졌다. 떡찜을 주메뉴로 한 유사업체들이 매장 가까이 들어섰다. 최대 5개 매장이 몇 발자국만 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어딜 가나 해물떡찜을 파는 음식점만 많아지자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처음 가게를 연지 1년이 지나 주변에 유사업체가 많아졌어요. 매출에 타격을 입자 다른 매장을 열어 위험을 분산시켜야겠다 판단했습니다.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한신포차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대학생들은 가벼운 주머니로 늘 새로운 메뉴를 찾거든요. 한신포차는 고정 메뉴만 메인으로 파는 게 아니라 계속 새롭고 저렴한 메뉴를 개발해 내놓습니다. 20대 취향에 딱이죠. 젊은 층은 늘 새로운 걸 찾거든요. 가벼운 주머니로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를 곁들여 술 마실 수 있는 한신포차야말로 이들에게 매력적인 음식점이라 생각했습니다.”

한신포차가 위치한 홍대 상상마당 인근 대로변

홍대 예술의 거리를 지나 상수역 쪽으로 가다 보면 신호등 앞 한신포차 홍대점이 있다. 홍대를 거쳐간 수많은 청춘들이 한신포차에서 웃고 떠들며 20대의 추억을 만들었다.


20대 후반 처음 장사에 도전했던 유지선 점주. 2년만에 여섯 번째 가게인 한신포차 홍대점까지 내면서 인근 상인들에겐 ‘홍대 안방마님’이라 불린다.

13년째 홍대 대표 맛집자리를 지키며 겪었던 고비

매일 가게가 새로 생겼다 없어지는 홍대 길거리. 한신포차 홍대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홍대 골목 상권에서 11년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성공 비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칙대로 한다'라는 유지선 점주의 가치관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룰을 지키려 해도 예상치 못한 돌발사고가 있는 법이다. 2015년쯤 매장에 미성년자가 출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들이닥쳤다. CCTV 확인을 해봤지만 저장 기간이 지나 이미 자동 삭제돼 있었다.


“저희 가게는 모든 손님들에게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요. 설립 이후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말이죠. 하지만 경찰 신고에 따르면 저희가 신분증 검사를 아예 안 했다는 겁니다. 신고자는 몰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직원들을 속여 들어온 당사자였어요. 모든 증거자료를 모아 상대방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결국 무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신적 충격이 컸어요."

미성년자 출입을 통제하는 일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유지선 점주

유지선 점주는 모든 순간마다 매뉴얼대로 대응했다. 위기가 발생한 다음의 대처도 중요했다. CCTV 저장 기간을 늘렸고 매장 입구마다 ‘미성년자 출입 금지’ 팻말을 크게 써 붙였다. 신분증 검사도 더욱 철저히 진행했다. 그 뒤로 같은 사건이 다신 발생하지 않았다.

이직한 직원 회사 망하자 다시 연락해 재입사 권유까지

항상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돕는 직원들

유지선 점주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더 단단해진다"라고 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있어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 사람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점주들은 장사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입을 모아 말한다. 함께 오래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 직원을 고용하면 일정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다들 그만두기 일쑤다. 그러나 한신포차 홍대점에는 6~7년째 매장을 책임지는 베테랑 매니저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유지선 점주가 퇴사 후 고생하고 있는 직원에게 직접 연락해 재입사 권유까지 했다고 한다.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아르바이트이다 보니, 젊은 분들이 잠깐 하다 그만두는 곳이라 생각하시죠. 신입 직원을 뽑아 교육하면 얼마 못가 그만두기를 반복합니다. 다른 직장을 구했다고 말하는 직원을 쉽게 붙잡지도 못하는데요, 고맙게도 저희 매장엔 6년 정도 오랫동안 일해주는 총괄 매니저분이 계세요. 아르바이트를 하다 IT 관련 회사에 입사해 그만뒀던 직원이죠. 이직한 직장이 폐업해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어려워하고 있는 와중에 제가 재입사 권유를 했습니다. 월급도 기본급보다 1.5배 정도 더 얹어주기로 했죠. 깊은 인연으로 성실하고 꾸준히 일해주고 있어요."

“손님들 가족이라 생각해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지선 점주는 아이를 키우듯 가게를 운영해왔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맞이하는 유지선 점주의 마음가짐은 ‘겸손하자’는 것이다.


“아이도 난생처음 키워보고 장사도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 정말 모르겠는 일, 당황스러운 일밖에 없어요. 그럴 때마다 애써 아는척하면서 내 고집대로 하지 않으려 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구나, 물어봐야겠다’ 하면서 본사 매뉴얼을 꼼꼼히 뜯어보는 식이죠. 아이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갑자기 아이가 반항하고 화를 내면 내 자식을 잘 안다 착각했던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백지상태로 돌아가요. 이럴 때면 장사나, 아이 키우는 일이나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자세를 낮추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다 보면 길이 열리거든요.”

생초보에서 월 매출 2억 5000만 원 올리는 ‘사장님’으로

한신포차 홍대점 주방 담당자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10년 넘게 유지선 점주와 함께 일하고 있다.

유지선 점주는 장사를 시작하면서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 아이는 이제 어엿한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절대 못할 것 같았던 사회생활을 해온 지는 13년째다. 2019년 기준 한신포차 홍대점은 평균 월 매출 2억 5000만 원, 영업이익 3000만~4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에서 곧바로‘슈퍼우먼’으로 거듭난 유지선 점주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홍대에 한신포차가 없어지면 앞으로 젊은 친구들이 어디로 가나요? 상상할 수도 없죠. 앞으로 지켜야 할 건 딱 하나입니다. 영원히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거요. 대한민국 예술가와 청춘들, 홍대인들에게 ‘한신포차 홍대점 안방마님’이라 기억될 그날까지 말이죠.”

예비 창업주 분들을 위한 유지선 점주의 조언

1. 손님일 때와 점주일 때, 가게를 대하는 심정은 변합니다


"창업하고 나서야 가게에 계신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손님일 땐 받고만 싶죠. 서비스를 더 줬으면 좋겠고 더 친절했으면 했어요. 하지만 직원분들을 고용하는 점주가 된 이후에야 진심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직원분들은 '돈을 벌어다 주는 존재'라는 것을요.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니 오래 같이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답은 '감사함'에 있었습니다.


처음 가게를 열고난 뒤 1~2년 동안은 직원분들이 자꾸 나가니 어쩔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돈을 10만원~30만원씩 더 주기도 해봤는데 그렇다고 이들을 잡아둘 수 없었어요. 뭐가 문제일까 고민을 하다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기 시작했죠. 티셔츠나 점퍼를 사주기도 하고, 밥 한 끼 먹으러 레스토랑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서로 간의 신뢰가 점차 쌓여나갔습니다. 손님일 땐 몰랐지만, 창업을 해보니 직원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계신지 느꼈어요. 어느 식당에 가나 직원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2. 창업 전 ‘이것’ 미리 꼭 챙기세요


"교육 기간 동안 기본기를 잘 익히시길 바랍니다. 창업 전 예비 점주들이 받는 의무 교육이 있습니다. 위생, 노무, 계약법 등 기본적인 사항을 배울 텐데요, 이 부분을 대충 듣거나 형식적으로 듣고 넘기면 나중에 꼭 사고가 발생합니다. 특히 위생 파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위생분야 교육을 받을 땐 얼렁뚱땅 넘어가기 보다 놓치는 것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서 임하시길 바랍니다.


또 계약 문제와 관련해서는 꼭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시길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초보 점주님들은 고용계약서나, 부동산 계약서 등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죠. 이 경우 확실히 살피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갔다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말죠. 나중에 고용노동부에서 벌금을 맞는다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가게가 명도(건물주가 주거인을 퇴거시키는 행위) 된다거나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요.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전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 명심해 주세요."


3. 창업 시 마음가짐은 이렇게


"음식 장사가 내게 맞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한 다음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식업 창업자분들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셔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길래 창업한다고 생각하시면 힘든 장사 생활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운 공간, 깨끗한 음식을 나눠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하셨으면 합니다. 이 마음이 없다면 다른 분야의 창업을 추천드립니다. 굳이 요식업 창업이 아니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모든 요식업 예비 창업주 분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theborn_offici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