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이 직접 말하는 그리스 PAOK에서의 1년, 그리고 새 출발

[트렌드]by 더스파이크
루마니아 리그 진출 뒷얘기, 그가 몸으로 경험한 유럽 배구와 V리그의 비교

루마니아 리그 라피드 부쿠레슈티에서 해외 리그 2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이다영이 25일 출국했다. 8월 초 출국 예정이었지만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로 유럽 리그 대부분이 소속 선수의 팀 합류 일정을 연기했다. 이다영도 이 바람에 출국을 연기하고 개인 훈련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해외 이적을 놓고 대한배구협회와 오랜 실랑이를 하느라 1017일에야 그리스로 출국했다. 지금은 국제배구연맹(FIVB)이 인정하는 자유 신분으로 해외 진출의 걸림돌은 모두 사라졌다. 이다영은 이미 주한 루마니아 대사관에서 취업 비자도 받았다.

 

 비록 축하를 받고 떠난 해외 진출은 아니었지만, 이다영은 그리스 리그 PAOK의 주전 세터로 역량을 보여줬다. 덕분에 훨씬 좋은 조건으로 루마니아의 명문 팀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다. 부쿠레슈티는 통산 19번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팀이다. 가장 최근의 우승은 2005~2006시즌이었다. 지난 1년여 동안 그에 관해 많은 보도가 쏟아졌지만, 누구도 직접 얘기를 들지는 못했다. 출국을 앞둔 이다영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제 출국이다. 다시 새로운 곳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두렵지 않은가.


두렵지는 않지만 한 단계 높은 리그에서 뛰어야 하기에 느낌이 다르다. PAOK에서 1년을 지내면서 나름 유럽 리그의 특징과 스타일에 적응했다. 이제는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빨리 알 것 같다.”


-유럽 리그의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들블로커의 활용을 높이고 이들을 이용한 빠른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전위를 활용해 백어택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최근 유럽 배구의 스타일이다. 그리스 리그에서는 전위 위주의 공격을 많이 시도했는데 새로운 팀에서는 후위를 많이 활용해야 할 듯하다.”


-5월에 그리스 리그를 마친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아는 언니가 있는 캐나다 밴쿠버로 가서 한 달 정도 지냈다. 이후 런던으로 이동해 며칠 머물렀고 그리스로 돌아가 일주일간 짐을 정리한 뒤 625일 귀국했다. 한국에서는 가족과 시간도 보냈고 어릴 때 알던 친구, 친한 언니들도 만나 수다도 떨며 지냈다. 쉬는 동안에도 훈련은 꾸준히 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감사드린다. 

 -새 소속 팀 부쿠레슈티로부터 따로 훈련 스케줄을 받은 것이 있는지.


아직은 없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볼 훈련을 시작할 것 같은데 그래서 한국에서 어느 정도 준비를 했다. 새 시즌까지 준비 기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PAOK의 많은 이들이 좋아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적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3월 초에 부쿠레슈티에서 연락이 왔다. 파를로 카리시 감독이 나를 원한다고 했다. 그리스 리그에서 올림피아코스를 1위로 만든 감독인데 상대 팀으로 경기를 할 때 나를 잘 봤던 모양이다. 얘기를 나눈 적도 없는데 이 선수를 키워보고 싶다면서 영입 의사를 밝혔다. 기다리면 더 좋은 조건과 다른 리그에서 제안이 올 수도 있었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과 해보고 싶어서 일찍 결정했다. 앞으로 해외 리그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려면 더 배워야 한다. 지금은 실력을 키워야 할 때다. 계약을 마치고 난 뒤 이탈리아와 폴란드 리그의 몇몇 팀에서 영입 제의가 왔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놀랐다. ‘그 팀이 나를?’ 이런 생각이었다.”

-루마니아 리그의 수준과 부쿠레슈티에서 함께 뛸 선수의 정보는 있는지.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 그리스 리그보다 수준이 더 높다는 것만 알고 있다. 부쿠레슈티에서 함께 뛸 2명의 미들블로커는 조금 안다. 한 명은 그리스 리그 파나티나이코스에서 뛰던 선수로 캐나다 대표팀 주장이다. 또 한 명은 예전 VNL에서 만났다.”


-PAOK에서는 시즌 도중에 감독이 교체됐는데.


이전 감독은 나를 영입했고 예뻐했다. 감독이 바뀌고 나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대신 얻은 것도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새 감독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감독 덕분에 이탈리아 배구 스타일을 알았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센터 플레이다. 미들블로커를 이용한 오버 플레이를 배웠다. 미들블로커에게 B퀵을 쏴주는 타임에서 윙 공격수에게 C퀵을 쏴주는 것이다. 2단 연결 때 상대 블로커를 보고 패스하는 것도 배웠다. 세계적인 세터들이 모두 그렇게 한다면서 감독이 엄하게 시켰다.”

-유럽 리그의 훈련 방식도 궁금하다.


“V리그와 비교하면 너무 달랐다. 그리스 리그가 유럽에서 빅 리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수준이 엄청 높았다. 굉장히 힘들었다. 피지컬과 스피드의 차이가 컸다. 특히 스피드가 남달랐다. 훈련은 체계적이면서도 디테일하게 했다. 훈련 시간은 오전, 오후로 각각 나뉘어 1시간 30, 2시간 진행되는데 굵고 짧게 했다. 실전에서 나올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훈련 시간에 그것을 다 할 때까지 집중했다. 훈련 도중 어떤 플레이가 잘못되면 멈추고 모두 모여서 얘기를 한 뒤 그것이 제대로 될 때까지 했다. 훈련도 실전처럼 내용 있게 했고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시즌 때는 경기 끝나고 하루만 쉬고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간 계속 연습했다. 느슨하지 않았고 훈련량은 V리그와 비교해서 더 많다는 느낌이었다.”


-상대 경기장까지 이동 등 코트 밖의 생활도 궁금하다.


루마니아와 팀과 CEV컵 경기 때는 버스로 22시간을 이동했다. 돌아올 때는 무려 25시간이 걸렸다. 모든 선수가 버스에서 자고 가끔 휴게소에 내려서 식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이동이 정말 힘들었다. 아테네에서 경기가 열리면 버스 이동에만 8시간이 걸린다. 경기 끝나면 당일 돌아왔다. V리그와 비교하면 이동이 가장 힘들었다.”

 -PAOK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힘들 때 불러준 팀이어서 더욱 그랬다. 함께 뛰던 선수들도 루마니아 리그에 간다는 얘기에 아쉽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들도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PAOK 회장님과 요르고 선수단 총 관리 매니저가 많이 생각난다. 내가 가장 힘들 때 감싸 안아준 팀이고 사람들이다. 딸처럼 예뻐했는데 짐을 꾸려서 떠날 마음이 좋지 못했다.”


-1년 전 엄청난 비난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되돌아보면.


당시 내가 겪었던 사정과 마음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내 일을 잘해야 나중에라도 뭐라도 한마디 할 수 있다면서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스로 떠날 때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리스에서는 주변으로부터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혼자서 견뎌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버텨냈다. 지난 1년 동안 나를 되돌아보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귀국했을 때는 걱정도 많았는데 공항에서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며 잘 버텼다’ ‘힘내라고 격려해줬다. 정말로 큰 위로가 됐다. 다시 예쁘게 살아보고 싶고 꼭 해외 리그에서 성공하겠다. ”

 

사진 KOVO

2022.08.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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