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호랑이 기운 받을 수 있는 서울 해돋이 명소 4
경복궁, 개운산, 인왕산, 호암산 호압사
개운산에서 바라본 일출 |
2021년도 어느덧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새해가 다가오면 해돋이 명소에 가 소원 빌고 새해 새 다짐을 하고 한다.
다가오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임(壬)은 검은색,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범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는 서울 해돋이 명소 4곳을 서울관광재단이 추천했다.
올 연말, 도심 속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해돋이 명소에 방문해 힘찬 새해를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범 내려 온다! 조선시대 ‘경복궁’
‘경복궁’은 조선시대 범이 내려오던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면 경복궁과 창덕궁까지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태종실록에는 1405년에 호랑이가 경복궁 근정전 뜰까지 들어왔고, 세조실록에는 1465년에 창덕궁 후원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북악에 가서 호랑이를 잡아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선조실록에는 1607년 창덕궁 안에서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니 이를 꼭 잡으라는 명을 내렸다고 쓰여있다. 이후 정조 때는 성균관 뒷산에서 호환이 발생했고, 고종 때는 북악산과 홍은동에서 호랑이를 잡았다.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끊임없이 서울에 호랑이가 등장한 셈이다.
경복궁 일출 |
이런 호랑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경복궁을 방문한다면 색다른 시선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 가서 호랑이상을 찾아보자. 근정전은 2층 구조로 이루어진 월대를 사방으로 두르고 있는데, 돌난간에 사신상, 십이지신상, 쌍사자상 장식을 조각해 넣었다. 그중 십이지상은 쥐, 토끼, 소, 뱀, 말, 호랑이, 양, 원숭이, 닭을 조각했다. 호랑이상은 근정전 월대 1층의 정면 계단 양쪽에 놓여있다. 무서운 호랑이의 모습이 아닌 귀엽게 앉아있는 호랑이를 감상하며 다른 동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경복궁 근정전으로 가는 입구, 근정문 근위대가 지키고 서 있다 |
근정전은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오른쪽 끝으로 이동해 대각선 방향으로 건물의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다. 근정전 왼쪽으로는 인왕산이, 오른쪽으로는 북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근정전을 지나면 경복궁 북측에 있는 향원정으로 가보자. 3년에 걸친 복원 공사를 마치고 11월에 공개됐다. 복원 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남쪽에 있던 다리를 원래의 모습대로 북쪽 건청궁과 맞닿게 옮겼고, 다리는 아치형의 흰색 나무다리로 바꾸었다. 향기가 멀리 간다는 그 이름처럼 육각 2층 정자가 내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3년 만에 복원 공사를 끝내고 모습을 드러낸 향원정과 취향교 |
역에서 20분만 걸으면 인생 일출이! ‘인왕산’범바위
인왕산은 일출 산행지로 인기다.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서야 하는 일출 산행은 어려워 보이지만, 인왕산은 범바위까지만 가더라도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어 등산 초보도 쉽게 일출 산행을 도전할 수 있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하면 범바위까지는 약 20분만 걸으면 도착한다.
인왕산 범바위에서 바라본 일출, 정상에 올라가지 않고 범바위에서도 서울의 도심과 어우러진 멋진 일출 감상이 가능하다 |
일출 시간이 되면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롯데타워 뒤쪽의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른다. 눈앞에 보이는 N서울타워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그 아래로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의 고층 빌딩 또한 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인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앞쪽에 인왕산 기차바위, 뒤쪽에 북한산 |
인왕산은 조선시대 한양을 건설할 때 우백호로 삼고 도성을 수호하는 진산으로 삼았던 곳이다. 인왕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호랑이처럼 보인다고 해 예전부터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 많았다. 전설에 따르면 주민들이 인왕산에 사는 호랑이 때문에 해가 저물면 사람이 문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본 한양도성과 인왕산 범바위 |
이에 어떤 고을의 군수가 자진해서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섰다. 군수는 부적을 통해 늙은 스님의 형상을 하고 있던 호랑이를 불러 데려와 압록강 건너로 떠나라고 말했다. 군수가 스님에게 본 모습을 보이라 하자 집채만 한 호랑이로 변하여 서울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황학정을 지나 인왕산으로 올라오는 길에 금색으로 된 호랑이 동상을 세웠으니 하산 시에 호랑이 동상을 찾아가 보자.
해가 뜨면서 인왕산 정상부를 비추는 햇빛 |
한양 천도와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깃든 ‘호암산-호압사’
호암산은 관악산 서쪽 끝에 있는 해발 393m의 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천 동쪽에 있는 산의 우뚝한 형세가 범이 움직이는 것 같은 형세고, 산에는 험하고 위태한 바위가 있어 호암(虎巖)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금천구에서는 새해 첫 일출 맞이 행사를 호암산에서 진행하며 정상에 도착해 관악산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한다. 해발고도가 낮아 일출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호암사 뒤편으로 이어진 비교적 짧은 등산코스를 통해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암산 깃대봉에서 본 일출 |
호암산 중턱의 호압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정상으로 가는 길과 호암산성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정상을 향해 길을 잡고 암반 구간을 지나면 호암산의 정상인 민주동산 국기봉이 나온다. 돌무더기들이 널려 있고 가장 높은 바위에 세워진 국기봉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볼 수 있다. 관악산 능선에서 해가 떠오르기에 일출 예정 시간보다 10여 분 정도가 지나야 해돋이를 볼 수 있다.
깃대봉 국기봉, 깃대봉은 날카로운 바위가 쌓여있어 추락 위험이 높다. |
해돋이 감상 후 왔던 길을 따라 호압사로 내려온다. 조선 초기,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호압사 창건 유래가 전해져 온다. 궁궐을 짓는 과정에서 어둠 속에서 몸의 반은 호랑이고, 나머지 반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그날 밤, 태조가 상심하며 침실에 들었을 때 한 노인이 나타나 “한양은 좋은 도읍지로다”라고 말하며 남쪽에 있는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호압사의 조용한 풍경 |
노인은 호랑이는 꼬리를 밟히면 꼼짝 못 하니 산봉우리 밑에 사찰을 지으면 그 기운을 누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사라졌다. 이에 태조는 무학대사에게 말을 전해 호압사를 건설하고 궁궐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다. 사찰 마당에 있는 500년 수령의 두 그루의 보호수가 전설 같은 이야기를 입증하는 증인처럼 굳건한 모습으로 사찰을 지키고 있다.
호암산 정상으로 등산하며 데크 계단 끝 지점에서 바라본 풍경 |
호랑이가 사는 산이라 불렸던 ‘개운산’
개운산은 안암동과 종암동, 돈암동을 잇는 산으로 성북구의 중심부에 있다. 해발은 134m에 불과하지만, 소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호랑이가 사는 산이라 불렸다. 개운산 자락 아래에는 고려대학교가 뿌리를 내리고 호랑이를 상징 동물로 삼고 있어 고려대학교 생들을 안암골 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개운산에 실제 호랑이가 살고 있지는 않지만, 호랑이 이야기가 우리 곁에서 머무는 공간인 셈이다.
숲속 도서관 '산마루 북카페' |
성북구는 개운산 입구부터 마로니에 마당까지 이르는 1km 구간을 장애인의 편의와 안전을 배려에 무장애 길로 만들었다. 성북구의회를 지나 산책로 안으로 들어서면 ‘산마루 북카페’가 나온다. 산림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 도서관 형태의 야외 공간이다. 배치된 의자나 평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잠시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쉬어가기 좋다.
따로 정상부가 없는 산이지만 성북구의회 위쪽 높은 지대에 조성된 운동장에 가면 아파트 단지 뒤로 길게 늘어선 북한산과 도봉산의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하산 길에는 산자락에 자리한 개운사에 들러보자.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동대문 5리밖에 영도사를 지었다. 시간이 흘러 조선 후기에 와서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영도사에서 자랐는데, 왕위에 오른 후 ‘운명을 여는 사찰’이라는 의미인 개운사로 절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종은 왕위에 오르기 전 개운사에서 자랐다. 왕위에 오른 후 개운사로 절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
<사진/서울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