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심당 빼고 여행할 것들
대청호의 잔잔한 물결, 로스터리 카페의 향긋한, 두메마을의 귀여운 벽화, 대전이 낳은 거장 이응노, 매콤한 닭도리탕, 대전 여행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들이다.
●대청호오백리길의 공간들
4구간 & 이웃 커피로스터스 & 두메마을
대전 여행의 또 다른 핵심은 ‘대청호오백리길’이다. 호수 길이 80km, 한국에서 3번째 큰 규모의 호수인 대청호에 조성된 걷기 여행길로, 대전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대청호를 공유하고 있는 청주시, 옥천군 등까지 이어져 코스 수만 무려 27개에 달한다. 접근성도 좋고, 볼거리도 많은 구간은 4구간(호반낭만길)과 1구간(두메마을길). 일단 발을 들이면 대청호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물론 걷는 것만큼 드라이브 코스로 활용해도 훌륭하다.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마음에 드는 포인트를 발견하면 차에서 내려서 잠시 걸어보는 방식이다. 여행은 그렇다. 잔뜩 기대하고 간 곳도 좋은데, 우연히 마주친 장소에서 큰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호반낭만길에서는 주산동 전망대와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근사한 공간들을 찾았다. 낭만적인 갈대밭과 봄의 꽃들도 여행자를 반기고 있다. 자연을 즐기는 대전인들의 취향을 볼 수 있는 건 덤. 4구간을 걷다가 대청호자연수변공원 인근에 도착하면 카페에서 잠깐 쉬었다 가기를. 대청호 옆에서 커피를 볶는 이웃 커피로스터스가 때문이다. 1인 로스터리 카페라 주문이 많아지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청호 옆이라 이마저도 여유로운 시간이 된다. 드립커피를 비롯해 에스프레소, 커피 메뉴가 다양하고, 심심함을 달래줄 휘낭시에, 쿠키, 베이글 등도 있다. 카페인과 당 충전으로 다시 걸을 힘이 생긴다.
1구간에서는 작은 예술 마을 두메마을을 발견했다. 곳곳에 근사한 작품과 벽화들이 새겨진 소박한 시골이다. 이현동 생태습지와 맞닿아 있어 도보여행자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처럼 다가올 것 같다. 하늘강 아뜰리에도 있다. 조윤상, 신정숙 예술가 부부가 ‘흙으로 마음을 빚는 도예공방’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곳인데, 공방과 작은 정원을 여행자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공방에서는 그릇, 화분, 도자기 조각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전 민간 정원 1호로 아기자기한 도예품과 정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작 두 가지 코스만 봤는데도 흡족한 기분이 든다. 성심당과 대청호오백리길만 합해도 1박2일 코스는 나올 정도.
●수목원에 핀 예술
이응노 미술관
화창한 주말 오후, 대전인들은 한밭수목원으로 모인다. 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기 위해서. 이후엔 수목원 속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미술관으로 향한다. 수목원은 이응노 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과 접해 있는데, 이번엔 충남에서 태어난 이응노 화가(1904-1989)에 좀 더 집중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 화가였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 <이응노, 파리에 가다>에서도 이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1959년 가족과 함께 파리에 정착한 이응노 화가는 1989년 페르 라쉐즈 묘지(Pere Lachaise Cemetery)에 묻히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파리와 근교 도시에 머물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아스니에르-구르넬-세브르 시대(1959-1967), 퐁트네 오 호즈-파스퇴르 시대(1969-1981), 악소-프레 생 제르베 시대(1981-1989), 화가가 머물던 지역별로 구분했다. 각 시대에 남겼던 대표 작품을 볼 수 있는데, 1980년대에 발표한 ‘군상’ 연작은 이응노 화업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수목원 산책과 미술관 관람을 마치면 근처 회덕향교도 고려하기를. 분명 대단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나름 역사가 있다. 도심 속 향교가 있으면 방문하는 편인데, 대부분 위치선정 능력이 상당하다. 회덕향교도 동네 야산을 근사한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살문, 검은 기와, 뒷산이 색감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조선초기에 세웠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이후 1600년에 다시 세웠고, 200년 뒤인 1812년(순조 12)에 큰 수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홍살문, 외삼문, 전사청(재향을 준비하는 공간), 서재, 명륜당(수업 공간), 내삼문과 대성전으로 향교는 구성돼 있다.
●대전의 매콤함
한영식당
닭도리탕 한 가지 음식으로 오랜 시간 오류동을 지키고 있는 식당이다. 닭도리탕 작은 것과 큰 것, 그리고 볶음밥으로 밥상 구성을 하면 된다. 작은 것도 2.5인분은 돼 성인 남성 2명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대신 기다림이 필요하다. 15분간 식탁에서 잘 끓여내면 양파와 파의 단맛이 스며든 닭도리탕이 완성된다. 부드러운 닭, 포슬포슬한 감자, 달콤한 양파 등을 골고루 집어먹으면 된다. 양념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고, 남은 양념과 고기를 활용해 볶음밥으로 마무리해도 좋다. 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에 자리하고 있어 서대전역에서도, 대전역에서도 접근성이 괜찮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