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마테호른'을 보는 세 가지 방법
체르마트 여행의 이유,
가장 완벽한 마테호른을 보는 세 가지 방법.
●5대호 하이킹과 함께
수네가
4분 30초면 된다. 수네가 푸니쿨라 &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2,288m 높이의 수네가 전망대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건 정직한 ‘ㅅ’ 모양의 마테호른. 군더더기 하나 없이 사진에서 보던 딱 그대로다. 그 옆으로 등산 스틱을 든 하이커들이 야외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홀짝인다. 눈앞에 마테호른을 두고 5대호를 따라 즐기는 하이킹은 그 자체로 수네가의 존재 이유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슈텔리제(Stellisee)와 라이제(Liesee) 호수만 봐도 좋다. 호숫물 색이 뭐랄까, 신이 지구를 만들 때 이곳에만 다른 물감을 풀어놓은 느낌이다. 맑고 찬란하다. 좋은 것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귀하기 때문이다. 5대호 하이킹은 6~10월 한정으로만 즐길 수 있다.
●창문 속에 펼쳐지는 꿈
고르너그라트
스위스의 기차는 낮잠 자기 좋은 장소는 결코 아니다. 잠깐 눈 좀 붙일까 하면 느닷없이 기막힌 풍경이 통창 가득 쏟아지니까. 꿈은 잠 속이 아니라 창문 속에서 펼쳐진다.
고르너그라트 열차도 그렇다. 올해 개통 125주년을 맞이한 고르너그라트반은 스위스 최초의 전기 톱니바퀴 열차다. 체르마트에서 고르너그라트까지 9.3km의 거리를 33분 동안 느릿느릿 잇는다. 표백제 뿌린 듯 새하얀 설산, 거대하고 푸른 하늘. 카메라가 쉴 틈이 없다. 기왕 꾸는 꿈, 달콤할수록 좋으니까.
열차는 오른편 자리를 사수할 것. 목가적인 숲을 지나 고르너그라트 산을 보며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4,000m 이상의 봉우리 29개가 여행자를 둘러싼다. 마테호른부터 고르너 빙하까지 웅장하고 압도적인 장관이다. 한여름에도 겨울 느낌이 나는데, 의외로 춥지 않다. 또 다른 장점 하나, 고르너그라트 열차는 연중무휴다.
●가장 가까이서 보는 마테호른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설레기도 설레지만, 고도가 무려 3,883m다.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 정류장이다. 앉았다 일어나면 숨이 찬다. 약한 고산병 증세다. 높이에 익숙해지면 다음은 뷰에 놀랄 차례다. 몽블랑, 묀히, 융프라우를 포함한 38개 고산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에워싼다.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마테호른은 도저히 현실 같지가 않다. 거대한 컴퓨터 그래픽을 깔아 놓은 것 같기도, 툭 치면 쿵 하고 넘어지면서 영화 세트장인 게 드러날 것도 같다.
스키어들에게도 역시 천국이다. 마테호른을 배경 삼아 스키를 탈 수 있어 한여름에도 반팔과 스키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 곤돌라를 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더위와 추위가 반복되고, 즐거움과 놀라움이 교차되고, 숨이 찼다가 가슴이 뛰는 순간. 이런 일련의 짜릿한 업다운이야말로 체르마트의 정체성 그 자체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스위스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