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치앙마이, 란나 왕국에서의 휴양에 대하여
치앙마이가 돌아왔다.
3년 만에 찾은 란나 왕국의 휴양에 대하여,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에서 답을 찾았다.
About Chaing Mai
세상에는 수많은 신도시가 있지만 도시명까지 ‘신도시’인 곳은 태국 치앙마이가 유일할 거다. 태국어로 ‘치앙(Chiang)’은 ‘도시’, ‘마이(Mai)’는 ‘새로움’을 의미한다. 차마 이 도시와 어울리는 이름이라곤 못하겠다. 치앙마이의 역사는 700년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태국 북부지역은 란나(Lanna) 왕국이 지배했다. 란나 왕국의 첫 번째 수도가 ‘치앙라이(Chiang Rai)’다. 마찬가지로 ‘치앙’은 ‘도시’를 뜻하고 ‘라이’는 당시 왕이었던 ‘멩라이(Meng Rai)’의 이름에서 따왔다. ‘멩라이왕의 도시’라는 뜻이다. 치앙라이는 잦은 홍수로 도심이 물에 잠기기 일쑤였고 당시 ‘버마(미얀마)’의 침입도 잦았던 터라 멩라이왕은 치앙라이 인근에 새로운 도시를 구상한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치앙마이다. 바야흐로 1296년, 이 도시의 역사가 시작됐다.
치앙마이는 보통의 태국과 역사가 다르다. 태국은 단 한 번도 식민지를 겪지 않은 나라인데, 반면 란나 왕국은 1557년 버마의 속국이 된 적이 있다. 1774년 시암 왕국의 도움으로 버마를 내쫓았고, 1932년에서야 치앙마이 전체가 시암에 귀속됐다. 1949년 시암은 ‘태국’으로 공식적인 국호를 지정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치앙마이는 태국이지만 침략의 역사를 지녔다는 것이다. 해자와 성벽이 그 역사를 증명한다. 치앙마이 구시가지 한복판에 붉은 성벽과 이를 둘러싼 해자가 있다. ‘멩라이왕’이 도시를 건축할 때 버마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올린 성곽 중 일부다.
고리타분한 역사 이야기는 이제 뒤로 미루고, 오로지 여행자의 측면에서 치앙마이를 둘러보면…. 사실 한국인에겐 동네나 다름없는 치앙마이다. 폭풍처럼 몰아쳤던 ‘한 달 살기’ 신드롬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치앙마이 님만해민(Nimmanhaemin) 거리는 금요일 저녁 홍대입구역을 방불케 했다. 이 카페 저 카페 가릴 것 없이 노트북을 앞에 두곤, 핸드폰을 보는 한국인 여행객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그게 감성이었다. 치앙마이의 무엇이 그토록 그 시절 우리를 열광케 했을까.
저렴한 물가는 둘째치고 동남아답지 않게 쾌청하다. 치앙마이는 해발 300m에 자리한 고산도시이기 때문이다. 300m는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적합한 해발고도라고 한다.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는 고도인지라 손톱도 빠르게 자라고 소화도 빠르게 된다. 그렇다고 없던 머리가 빠르게 자라진 않고.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방콕 다음으로 큰 도시지만, 번잡하거나 소란스럽지 않다. 치앙마이의 고즈넉함을 지키고자 하는 태국 정부의 규제 덕분이다. 이 동네에서 하염없이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무뿐이다. 야트막한 도시에 회색빛 음지가 없으니 사방으로 푸릇한 기운이 감돈다. 양지바른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갈 것만 같고, 나른한 기분이 영원할 것만 같은 도시가 치앙마이다. 3년을 기다려 떠났다, 그런 치앙마이로.
Anantara Chiang Mai Resort
나른함이 여전한 이 동네에도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 도시의 변화는 강 근처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에는 물이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이었고 지금은…, 강 근처가 가장 미적인 공간이자 비싼 땅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강, 방콕의 짜오프라야강, 치앙마이의 핑(Ping)강. 핑강은 갓 내린 커피의 크레마 색이다. 서울에 장마가 반년간 내리면 한강도 얼추 핑강처럼 될 것이다. 심히 이질적인 풍경이지만, 여행은 이런 풍경을 이국적이라고 표현한다. 어쨌든 이 핑강을 두르고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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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는 작년 10월에 재단장을 마쳤다. 작년이라니 아득하게 느껴지겠지만, 불과 3개월 전이다. 리조트 초입부터 단번에 느껴지는 감상이 있다. 반듯하다. 이곳은 ‘케리 힐(Kerry Hill)’이 설계한 공간이다. ‘케리 힐’은 호주의 전설적인 건축가다. 특히 열대 모더니스트 건축에서는 그를 따라올 건축가가 없다. 다만 취향이 워낙 확고한 편이라, 그의 작품에는 공통된 분모가 항상 존재한다. 그늘진 산책로, 풍부한 물, 가파른 파빌리온 지붕, 반듯한 선. 이 특징들은 케리 힐이 설계한 ‘치앙마이 아난타라 리조트’를 대변하는 묘사이기도 하다. 이곳은 2021년 ‘콘테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에서 뽑은 ‘2021 리더스 초이스 어워드’ 태국 1위, 세계 8위에 꼽히기도 했다. 순위가 뭐가 중요하겠냐 만은 납득은 간다.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가 현대적인 멋으로 무장했지만, 여전히 치앙마이인 이유가 있다. 나무가 건물보다 더 높다. 야트막한 저층 건물이 정원 안뜰을 둘러싸고 있다. 총 84개의 객실과 스위트는 무려 50m2 규모부터 시작된다. 일반 리조트에 비하면 방의 규모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프라이빗 발코니는 오픈형 전면 유리로 구성되어 있다. 4층부터는 핑강도 조망할 수 있다. 욕실은 조정 가능한 칸막이로 구성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개방 후 사용할 수 있다. 공간에 따라 용도를 나눴을 뿐, 어쨌든 하나의 구성에서 머무는 느낌이 안정적이다.
Anantara Chiang Mai Resort
주소: 123, 1 Charoen Prathet Rd, Tambon Chang Khlan,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Thailand
전화: +66 53 253 333
홈페이지: anantara.com
Brit Bar & The Service 1921
헤리티지를 품고 있는 리조트는 정말 드물다.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는 정중앙에 100년 전 ‘영국 영사관’이었던 공간을 품고 있다. 누군가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책상 밑으로 총을 겨누고 싶어지는 분위기다. 마침 영화 <킹스맨>을 이곳에 비유하려다가 멈칫했다. <킹스맨>이 떠오르는 공간이라 묘사하기에는 이곳의 역사가 더 오래되지 않았나.
과거 영국 영사관은 현재 바와 레스토랑으로 탈바꿈되었다. 1층은 ‘브리트 바(Brit Bar)’다. 칵테일을 마실 때, 새끼손가락을 꼭 펴고 들이켜야 할 것 같은 공간이다. 2층은 더 서비스 1921(The Service 1921)이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과 로컬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Brit Bar & The Service 1921
주소: 123 T.Changklan Anantara 123/1 Charoen Prathet Rd, Tambon Chang Khlan, A.Muang Chiang Mai, Thailand
운영시간: 매일 12:00~14:30, 17:30~22:00
전화: +66 53 253 333
Spa & Wellness
아무리 푸릇한 치앙마이라도, 자연에서 웰니스를 찾으며 노닥거릴 순 없다. 여행의 시계는 너무나도 빠르다. 하루를 쉬면 하루가 지나는 게 여행이다. 그러다 보니 서두르게 되고, 영양제를 먹어도 먹어도 피로해지고 마는 것이 내 몸뚱아리이고.
최근 럭셔리 리조트는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를 제시한다. 신체에 부족한 영양소를 빠르고 확실하게 공급해 줄 수 있는, 수액 요법이다. 주사는 무섭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이다. 여행지에서 수액을 맞는다는 것이 국내 여행자에겐 충분히 낯설 수도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공공연하게 유행하고 있는 웰니스 트렌드다. 비타민을 블렌딩해 수액 치료를 제공하는 ‘드립 바(Drip Bar)’도 성행한 지 꽤 오래됐다.
치앙마이 아난타라 스파에서는 비타민 수액 요법을 제공한다. 스파 안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있다. 1인용 리클라이너에 누워 수영장이 보이는 곳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수액을 보고 있자니, 보통이면 잠이 와야 하는데 정신이 점점 맑아진다. 15분이 지났고 팔에 반창고를 붙일 때, 내 기분은 금요일 퇴근을 1분 남긴 시점에 도달했다. 말똥말똥했다는 거다. 이건 절대 ‘치료’가 아니다. 피로 해소를 위한 ‘보충제’ 정도로 생각하면 쉽다.
아난타라 스파는 수액 요법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중 ‘란나 트리트먼트’가 재밌다. 과거 란나 왕국은 불을 신성시 여겼다고 한다. 불의 치유력을 믿는 신앙심에서 비롯된 트리트먼트다. 치앙마이 전통 마사지인 ‘톡센(Toksen) 테라피’도 있다. ‘톡센’은 ‘망치’에 해당하는 ‘콘(Khwan)’과 ‘정’에 해당하는 ‘림(Lim)’을 이용한다. 몸을 조각하듯 내리치는데, 그렇다고 몸매가 조각처럼 되는 건 또 아니고.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Anantara Chiang Mai Res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