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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사람으로 빛나는 섬, 대청도

by트래비 매거진

대청도는 소청도와 백령도와 같은 여객선의 항로에 있다.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 섬이 주는 매력은 제각각이다. 그중 대청도에는 화려한 자연환경과 감동적인 여행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시시각각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는 농여해변의 절묘한 풍경

시시각각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는 농여해변의 절묘한 풍경

대청도는 12.75km2 넓이에 7개의 마을이 있는 섬이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고 전용 관광버스로 편안하게 여행하거나 공영버스와 도보를 적절히 섞어 섬을 탐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삼각산을 중심으로 일주도로가 순환하는데,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광 스폿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대청도는 자전거 여행에도 최적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매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

매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

●잊히지 않는 이름

장장 4시간의 항해를 마치고 여객선은 선진항에 육중한 몸을 기대섰다. 오랜만의 섬, 대청도. 날씨는 몹시 찌푸려 있었고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어디서부터 여정을 시작해야 할까.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공영버스가 매몰차게 선착장을 떠났다. 난감한 마음과 별수 없단 생각에 다리에 힘을 모아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누군가 말을 걸어 왔다. 

“뭣 좀 도와드릴까요?” 

먼저 다가가서 여행을 안내하는 김옥자 대청도 문화관광해설사

먼저 다가가서 여행을 안내하는 김옥자 대청도 문화관광해설사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찰나에 5년 전 대청도가 데자뷔처럼 스쳤다. 당시 배에서 내린 여행객들에게 먼저 다가서서 여행계획을 물어보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관광안내도를 나눠줬던 대청면 문화관광해설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내려 재빨리 확인한 명찰에는 ‘김옥자’란 이름이 선명했다. 그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 친절함이 특별해서 기록을 해 두었던 덕분이다. 

대청도에는 6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있다. 그들은 선진항 여객 대합실과 광난두 정자각에서 근무하며 대청도를 찾아온 여행객들을 맞는다. 시간대별로 서풍받이와 농여해변 등 대청도가 자랑하는 지질명소 트레킹에 동행하며 안내와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삼각산 능선길에서 마주한 대청도 서쪽 해안의 풍광은 매의 형상을 빼닮았다

삼각산 능선길에서 마주한 대청도 서쪽 해안의 풍광은 매의 형상을 빼닮았다

●생과 사의 길, 삼서트레킹

매바위 전망대에서 출발, 삼각산 정상을 찍고 광난두로 내려와 서풍받이를 돌아 나오는 7km의 코스를 삼각산의 ‘삼’, 서풍받이의 ‘서’를 따서 ‘삼서트레킹’이라 부른다. 대청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걷기 길이다. 감사하게도 김옥자 해설사가 광난두 정자각까지, 류석자 해설사가 매바위 전망대까지 차량으로 데려다 줬다. 

삼서트레킹의 시작점, 매바위 전망대

삼서트레킹의 시작점, 매바위 전망대

매바위 전망대에서 삼각산 정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능선에서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로 이어지는 대청도 서쪽 해안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영락없이 날개를 펼친 매의 형상이다. 서해의 거센 바람을 막아 준다는 서풍받이가 매의 머리라면 광난두해안이 좌측 날개, 모래울 뒤편 울창한 송림이 우측 날개가 되는 셈이다. 예로부터 대청도는 송골매라고도 불리는 사냥용 매, 해동청의 주요 서식지였다. 지금도 ‘매막골’이란 옛 지명이 남아 있는데, 사냥용 매를 기르고 훈련했던 ‘매막’이 있던 곳이라 그렇다. 높이 343m의 삼각산 정상에 서면 두 눈은 매의 눈처럼 날렵해진다. 대청도의 옥죽동해안을 지나 백령도와 그 너머의 북한 땅까지, 시선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눈에 보이는 경계가 없음에도 그 끝을 짐작해야 하는, 서해 5도를 여행할 때마다 적어도 한 번씩은 경험하게 되는 가볍지 않은 순간이다.

모래울해변 뒤편 언덕을 빼곡하게 채우는 기린송 군락

모래울해변 뒤편 언덕을 빼곡하게 채우는 기린송 군락

길은 광난두 정자각으로 편안히 내려와 다시 서풍받이 구간으로 넘어 든다. 서풍받이는 해발 80m의 거대한 수직 절벽으로, 거센 북서풍과 높은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침식지형이다. 풍파에 직접 노출된 절벽의 서쪽 면은 나무조차 자라지 않아 황량한데, 그 반대편은 갈대원이라 불리는 초록의 식생이 분지를 이룬다. 생명력과 황폐함, 생과 사의 극명한 대조다. 거칠고 험한 지형에 비해 온화하게 놓인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사진을 찍기에도,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탐방 거리는 비교적 짧다. 1시간 30분 정도면 돌아 나올 수 있어 일반 여행객들은 삼각산코스를 생략하고 서풍받이만 걷기도 한다.

백패커들에게 야영이 허락된 광난두 정자각

백패커들에게 야영이 허락된 광난두 정자각

서해의 모진 풍파로부터 대청도를 지켜 온 서풍받이

서해의 모진 풍파로부터 대청도를 지켜 온 서풍받이

●섬 여행자의 따뜻한 구세주

트레킹이 거의 끝나갈 무렵, 빗줄기는 더욱 묵직해졌고 바람까지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음날 여객선이 결항할 것이라는 문자도 받았다. 계획했던 광난두 정자각에서의 야영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또다시 등장한 김옥자 해설사. 덕분에 숙소를 소개받고 그곳까지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해설사들은 슬기로운 대청도 여행을 위한 구세주 같은 존재다. 

대청도의 지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대청도의 지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하루를 고스란히 날려 보낸 후 귀하게 맞이한 셋째 날 아침. 비는 그쳤다. 숙소 바로 앞의 스폿들부터 살펴보려니 마음이 총총거리며 멀찌감치 앞서간다. 옥죽동 사구는 백령도 간척사업 때 바닷모래가 북풍에 의해 날아와 쌓이면서 형성됐다. 한때는 ‘한국의 사하라’ 혹은 ‘모래사막’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위용이 사라졌다. 과거엔 사구 지형이 넓게 발달해 있었는데 적지 않은 모래가 농토를 덮고 집 안까지 날아와 쌓이는 등 생활에 불편을 주게 되었다. 결국 주민들의 민원으로 방풍림을 조성했고, 그 후로 규모가 줄어들게 되었다고. 현재는 조망대를 설치하는 등 대규모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한때 ‘한국의 사하라’로 불릴 만큼 위용을 자랑했던 옥죽동 사구

한때 ‘한국의 사하라’로 불릴 만큼 위용을 자랑했던 옥죽동 사구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여행에 대한 기대를 첫술에 만족하게 할 만큼 빼어난 풍광을 가지고 있다. 이곳의 모래는 발자국조차 남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썰물 때 큰 바다로 나가지 못한 물이 작은 호수를 이루고 고요한 수면에 풀등도 둥둥 띄워 놓았다. 해변에는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퇴적과 풍화작용의 결정판 나이테바위, 연흔바위도 이곳 해변의 솜씨다. 

물이 빠지면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하나가 된다

물이 빠지면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하나가 된다

대청도의 솜씨 좋은 풍경을 뒤로하고 이제 돌아갈 시간. 대청도의 여객선매표소는 물양장에, 대합실은 별도로 선착장에 바싹 붙어 자리하고 있다. 매표소 한편에 있는 특산물판매장에서 냉동된 홍어, 성게알, 바다장어 등을 사서 대합실로 건너갔다. 기대했던 대로 김옥자, 류석자 해설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배를 기다리는 여행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세정제를 뿌려주며 배웅에 한창이었다. 처음 대청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정의 시작과 끝을 그들과 함께한 셈이다.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난 그들의 작은 정성으로 이번 여행은 더욱 행복해졌다. 여객선이 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던 두 사람. 대청도는 결국 그들의 온기로 기억될 것만 같다.  

 

▶PLUS 대청도

여객선 |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 대청도 선진항 

요금: 1일 2회/ 3시간 40분 소요(휴가철 및 주말 증편, 동계 감회 운항) 편도 5만9,400원~6만9,300원, 50% 여객운임 지원(주말 및 공휴일 제외, ‘가보고싶은섬’ 홈페이지 참고) 

전화: 대청면사무소 032 899 3617 김옥자 문화관광해설사 010 9281 5301 

대청도 홈페이지 www.daecheongdo.com

에이치해운 www.hferry.co.kr 

고려고속훼리 www.kefship.com 

엘림여행사 www.ellimtour.co.kr


▶Place

지두리해변

‘지두리’는 경첩을 일컫는 대청도 방언이다. 지두리해변 동쪽의 지질구조는 지층의 위아래가 뒤바뀐 형태다.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형일 뿐 아니라 대청도 최고의 가족 피서지이기도 하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 각종 시설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 물놀이에도 적합하다.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

사탄동 뒷산 기슭의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동백나무 가운데 가장 북쪽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백나무를 대청도에서도 볼 수 있는 건 난류의 영향 덕이다. 

나이테바위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고목바위)는 수평 지층이 습곡작용으로 휘어진 후 풍화, 침식작용을 받아 수직으로 세워진 일종의 시 스택(sea stack)으로 대청도를 상징하는 지질명소다.

해넘이 전망대

해넘이 전망대에서는 마당바위와 서풍받이 사이의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 또 광난두해변과 기름아가리 그리고 소청도를 배경으로 최고의 갯바위 낚시터로 손꼽히는 독바위가 각각의 앵글에 들어선다. 광난두 정자각에서 차도를 따라 남쪽으로 400m쯤 내려오다 우측 숲길로 들어서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모래울해변

1km에 달하는 백사장과 바다, 뒤편 언덕에는 토종 적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대청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붉은색을 띠고 거북 등처럼 갈라진 데다 줄무늬 얼룩이 있어 ‘기린송’이라고도 불리는 적송의 수령은 최소 200년 이상 되었다.


▶Activity


▷삼서트레킹(7km, 4시간)

매바위 전망대→삼각산 정상→광난두 정자각→하늘전망대 1→조각바위→하늘전망대 2→마당바위→갈대원→광난두 정자각 

▷지오트레일(총 3구간, 7.1km)


①풀등과 쌍물결 구간(1.2km)

농여해변→나이테바위→미아동해변 연흔→주차장


②삼각산구간(3.3km)

매바위 전망대→삼각산→광난두 정자각


③서풍받이 구간(2.6km)

광난두 정자각→서풍받이→마당바위→갈대원→광난두 정자각


▷라이딩(17km, 2시간) 

선진포항→답동해수욕장→옥죽동 사구→농여해변→미아동해변→대청고교→지두리해변→사탄동→광난두 정자각→선진포항 

※자전거 선적(하모니호만 가능, 무료)


▶FOOD & STAY


FOOD

대청도는 식도락의 섬이다. 국내산 꽃게, 우럭, 삼치, 홍합 등도 많이 나지만, 특히 대청도는 예로부터 홍어 주산지로 유명하다. 국내산 홍어의 절반은 이곳 바다에서 잡힐 정도다. 이곳 사람들은 삭히지 않은 홍어를 먹는다. 대청도의 신선한 맛을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면 여객선이 들고나는 선진항 포구 주변 식당으로 향하자. 선진항의 바다식당에서는 삭히지 않은 홍어회(5만원)를 먹을 수 있다. 간재미를 재료로 한 팔랭이회(2만원)나 팔랭이회무침(3만원), 성게 비빔밥(1만원), 자연산 섭으로 만든 홍합탕(2인에 2만원)은 꼭 먹어 봐야 할 별미다.

대청도 팔랭이회

STAY

대청도에는 20여 개의 민박과 펜션이 있다. 특히 선진동 포구에는 작은 민박들이, 농여해변 부근의 옥죽동에는 대형 펜션이 밀집돼 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