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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곁에 있어 좋은 섬, 장봉도

by트래비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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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감동은

거리에 비례한다고 했던가? 

대체로 동의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데에 한 표. 

자연환경이 아름다우면서도 

걷고 캠핑하기에 딱 좋은 섬, 

곁에 있어 좋은 섬. 

수도권에서 가까운 장봉도가 좋은 예다. 

장봉도의 시그니처 가막머리 해식동굴

갯티의 섬, 장봉도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여객선에 오르면 30분 만에 장봉도에 닿는다. 1시간마다 있는 여객선 승객의 반은 경유지 섬, 신도에 내린다. 신도, 시도, 모도는 다리로 연결돼 1타 3피의 섬 여행을 할 수 있다. 2025년이면 신도와 영종도 사이에 다리가 놓인다. 섬다운 섬의 시절도 얼마 남지 않았으려나. 추억을 실컷 남겨 둬야 할 섬들인 건 분명하다.

장봉도 여객선은 영종도 삼목항에서 하루 13차례 다닌다

삼목선착장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해안북로847번길 55 

놓아 준 은혜를 풍어로 보답했다는 장봉도 인어

장봉도인어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20-26

장봉선착장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장봉도의 면적은 7km2. 당일로는 다소 부족하지만, 하루 정도 묵어간다면 해변과 마을을 두루 누비며 여정을 충실하게 채워 갈 수 있다. 옹암(장봉)선착장에서 끝 마을 장봉4리까지, 하루 14차례 공용버스도 운행된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곧바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목적지를 미리 결정해 두는 편이 좋다.

봄이 되자 꽃들로 더욱 화사해진 장봉도 갯티길

장봉바다역 부근에 있는 갯티길 스탬프 인증소

장봉도(長峰島)는 이름대로 모습이 길쭉한 데다 봉우리가 많은 섬이다. 섬 등을 타고 산줄기가 이어지며, 사계절 적지 않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섬이 가진 수려한 자연 속을 걷기 위함이다. 총 7개 코스의 ‘장봉도 갯티길’은 산과 해안을 아우르며 이어진다.


‘갯티’란 경기 해안가에서 사용하던 말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터를 일컫는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지역에서는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갯터가 곧 ‘갯티’인 셈이다. 갯티의 섬, 장봉도를 걷기로 했다. 

산자락과 바다를 넘나드는 장봉도 가막머리해안길

섬과 바다의 경계를 걷다

갯티길의 2코스 ‘하늘나들길’과 4코스 ‘장봉해안길’을 섞어 걷는 방법을 택했다. 버스를 타고 건어장 팔각정에 내리니 들머리다. 해안트레킹은 뭐니 뭐니 해도 썰물 때가 제격이다. 섬과 바다의 경계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걷는 묘미가 있다.

장봉도 해안에서 볼 수 있는 12억 년 된 지질 주름 바위

길은 나지막한 산자락을 타고 시작한다. 세력을 키워 가는 봄꽃 사이로 삐죽거리던 갯바위가 궁극의 바닷가로 인도했다. 바람은 차고 바다는 여전히 겨울빛을 띠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전형적인 갯티, 유노골이다. 산과 바다가 이어진 골짜기 길에 물이 흘러내렸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옛날, 사슴이 살았다는 전설 때문에 ‘유녹골’로도 불린다).


유노골의 해안지형은 최소 12억 년 전 암석이 지각변동 후 풍화 침식을 받아 형성됐다. 제멋대로 생긴 바위들도 독특하지만, 물결이 흐르는 듯한 문양은 마치 선사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가막머리 해식동굴 밖으로 보이는 섬은 동만도와 서만도다

가막머리 전망대에 거의 다다랐을 때 굴이 하나 나타났다.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침식동굴로, 깊이는 30m 정도에 불과했지만 10여 명의 사람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높고 넓은 공간이었다. 동굴 안에서 바깥 방향으로 피사체를 놓고 사진을 찍으면 인생 실루엣을 만들 수 있다.


사실 해식동굴은 장봉도 해안지형의 특색 중 하나다. 장봉2리 강구지 해안에도 밖에서는 쌍굴로 보이지만 내부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동굴이 있다. 해안 길을 걷는 자만이 만날 수 있는 포토스폿들이다. 

가막머리 전망대는 장봉도 서쪽 끝에 있다

가막머리낙조대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산264

가막머리는 장봉도의 서쪽 끝이자 해안 길의 회귀점이다. 많은 백패커들이 이곳 전망대의 멋진 뷰를 배경으로 야영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그 여파 탓인지 데크에는 불에 그슬린 자국이 남았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전망대에 버젓이 ‘야영 및 취사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데도 말이다. 이곳을 다녀간 백패커들의 소양을 의심케 했다. 좋은 풍광을 독차지하려는 이기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럼에도 가막머리 전망대는 장봉도를 대표하는 낙조 촬영지임에는 틀림없다. 전망대에서는 바다 건너 동만도, 서만도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가막머리에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은 섬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데, 중간에 봉화대와 장봉4리 마을을 지나게 된다. 

원형이 잘 보존된 것으로 평가받는 봉화산 봉수대

봉화산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놓치지 말죠, 북쪽 마을 이야기

옹암선착장 북쪽 끝 마을은 자칫 지나쳐 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곳엔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정취가 있다. 해안도로 제방에 적힌 주민들의 삶 이야기와 벽화, 자연스레 널린 어구만으로도 애틋함이 생겨난다.

섬 트레킹은 자연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터도 지난다

장봉4리마을회관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701번길 64 

장봉1리 경로당 앞에는 바다를 향해 250m 뻗어난 긴 다리가 있다. 그 끝에 있는 바위섬을 ‘작은멀곶’이라 부른다. 오래전 다리가 연결되지 않았을 당시, 가까이 있어도 배를 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멀곶의 남북으로는 긴 모랫둑이 형성되어 강한 파도가 해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 준다.

주민들의 애틋한 삶이 엿보이는 장봉1리 제방길

장봉1리옹암경로당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26번길 36-6

장봉도는 새우잡이로 유명한 섬이었다. 남쪽의 건어장 해변은 과거 새우 건조장이 존재했던 곳이다. 섬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해역에 위치하며 청정 갯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연환경 덕분에 상합으로도 불리는 백합과 소라 등의 어패류 서식처가 형성됐다. 

갯벌에서 채취한 백합은 하루 정도 물에 담가 해감한다

자연히 식당들은 갯벌 해물을 베이스로 한 음식들에 특화돼 있다. 특히 백합칼국수와 소라비빔밥은 그들이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다. 전통 방식의 지주식 양식 김과 낙지, 굴 등도 계절별로 먹어 봐야 할 장봉도의 특별한 먹거리다.

한들해변의 백사장은 폭은 좁지만 평화롭고 오붓하다

한들해수욕장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로465번길 70 식당

캠핑으로 즐기는 섬의 밤

장봉도의 옹암, 진촌, 한들 총 3곳의 해변에서는 모두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옹암해변은 드넓은 백사장과 해송 숲을 배경으로 화장실, 개수대, 놀이터 등 제반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식당에 들러 백합 반, 면 반의 칼국수로 배를 맛있게 채우고 옹암해변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낙조를 실컷 즐겨 볼 요량이었다. 옹암해변 캠핑장은 주말과 성수기를 기준으로 관리비를 받고 있으나 주중에는 무료다. 차량 진입이 불가한 대신 해변과 솔밭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설영할 수 있다. 짐이 많은 오토캠핑보다는 가볍고 간편한 알파인 모드가 상대적으로 적합하다.

가막머리 전망대와 비견되는 낙조 명소 옹암해변

옹암해수욕장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옹암해변에는 ‘파라다이스캠핑장’이란 이름의 사설 캠핑장도 있다. 몇 년 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최근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캠핑장 외에도 평상, 방갈로, 펜션 등의 시설이 있어 가족 단위로 이용하기에 좋다. 

봉화산 들머리에서 바라본 건어장 해변

건어장해변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깊은 밤, 장봉도의 하늘에 비행기가 난다. 인천공항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영종도의 불빛 위로도 별이 선명하다. 분명 도시와 멀지 않은 곳, 우리 곁에 있는 곳이지만 여전히 섬다운 섬이다. 여행이 주는 감동은 거리에 비례한다고 했던가. 그 의견에 슬며시 반기를 들고 싶다, 적어도 장봉도에서만큼은. 

Travel Info 

여객선 

영종도 삼목항 → 장봉선착장 (13회 운항/ 소요시간 40분) 

영종도 삼목항 → 장봉선착장 (13회 운항/ 소요시간 40분) 

삼목선착장: 032 751 2211 

북도면사랑 www.bukdo.kr 

세종해운 www.sejonghaeun.com/fare 

옹암해변

트레킹 

1) 장봉도 가막머리해안길 (6.71km | 2시간 10분 | 옹진숲길 10선) 장

봉3리 팔각정 → 봉화대 → 가막머리 → 유노골 → 밧모기도원 


2) 장봉도 갯티길 

▶1코스 신선놀이길(8.21km | 2시간 30분 | 난이도 하) 

작은멀곳(옹암구름다리) → 상산봉 → 장봉1리 → 말문고개 → 국사봉 → 헬기장 → 장봉3리 팔각정 

▶2코스 늘나들길(3.2km | 1시간 30분 | 난이도 하) 

장봉3리 팔각정 → 봉수산 → 봉수대 → 가막머리 전망대 

▶3코스 구비너머길(4.03km | 1시간 30분 | 난이도 하) 

장봉3리 팔각정 → 임도 → 석산터 

▶4코스 장봉해안길(3.92km | 1시간 40분 | 난이도 상) 

건어장해변 → 유노골 → 해안기암괴석 → 가막머리 전망대 

▶5코스 야달인어길(4.62km | 1시간 50분 | 난이도 중) 

장봉치안센터 → 야달선착장 → 강구지 → 건어장 해변 

▶6코스 한들해안길(3.55km | 1시간 30분 | 난이도 중) 

장봉치안센터 → 다락구지 전망대 → 한들해변 → 제비우물 → 구름다리 

▶7코스 장봉보물길(4.4km | 1시간 50분 | 난이도 중) 

진촌해변 → 소재해변 → 장술과뿌리 → 혜림원둘레길 

장봉도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인스타 avoltath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