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낭만 여행, 마이리틀시티] 7탄 숲멍 놀멍 멍멍, 진도 3멍 여행

마이리틀시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소도시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낯설지만 아늑한,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소도시의 반전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진도는 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덩치에 걸맞게 진돗개, 홍주, 울돌목, 신비의 바닷길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품었다. 경치도 둘째가라면 서운하다. 굵직하게 솟아오른 산은 푸른 휴식을, 낙조 드리운 바다는 붉은 낭만을 선물한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 진도가 떠오르는 이유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해방감에 온몸이 짜릿해진다. 한없이 쉬어가고 싶은 진도에서 멍한 하루를 보냈다.

01. [숲멍] 편백나무 바라보며 숲크닉, 운림 산림욕장

내 취미는 드라이브다.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멍하니 따라가기만 하면 틀림없이 멋진 곳에 도착하곤 했다.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길멍’하는 시간조차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해도 서울에서 진도까지 꼬박 다섯 시간이다. 숨통 트이며 쉬어갈 곳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첨찰산 자락에 위치한 운림 산림욕장을 찾았다. 관광객보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훨씬 많은 로컬 숲이다. 입구에 다다르면 숲의 형태를 얼추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규모는 아담하다. 연못을 중심으로 1.3km에 이르는 완만한 나무 데크가 지그재그를 그리며 숲을 가로지른다. 한눈에 봐도 구두를 신고 걸어도 될 만큼 길이 순하다. 데크 주변으로는 커다란 편백나무가  늘어서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 나무를 스칠 때마다 짙푸른 이파리가 쏴아 하고 파도 소리를 낸다. 뜻밖의 ASMR에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산책 후에는 아늑한 비닐 큐브에 들어가 한숨 돌렸다. 정자, 벤치, 평상 등 쉬어갈만한 곳이 많았지만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을 것 같은 이 공간이 나만의 아지트처럼 느껴졌다.

운림 산림욕장 숲멍 가이드

1.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때 언제든 들리자. 진도읍과 10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2.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3. 산책 후에는 삼별초공원, 운림예술촌, 운림산방, 쌍계사 등 점찰산운림명승지구 내 주변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한반도 최서남단 끝자락에 위치한 국립진도자연휴양림도 또 다른 숲크닉 명소다. 운림 산림욕장만큼 나무가 울창하진 않지만 바다와 숲, 난대수종이 공존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 너머로 한라산 줄기까지 조망 가능하다. 거북선을 형상화한 산림문화휴양관과 숙박시설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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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멍멍] 진도개 A to Z, 진도개테마파크

진도에 오니 문득 ‘돌아온 백구’ 이야기가 떠오른다. 1993년 3월 대전으로 팔려간 5년생 암컷 백구가 7개월간 300km를 달려 원래 살던 진도의 박복단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분명 과장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진도개의 영민한 천성과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진도군 역시 진도개 홍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진도개테마파크를 개관하여 방사장, 홍보관, 공연장, 동물농장, 썰매장 등 다양한 시설을 무료로 개방한 것도 진도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입장 전 홍보관에 들러 진도개의 역사와 특징, 보호·육성 상황 등을 간단히 살핀 뒤 사육장으로 향했다. 도시에선 중·대형견과 인연을 맺기 어려웠기에 두근두근 가슴이 설렜다. 컹컹. 컹컹. 인기척을 느낀 개들이 하나 둘 짖기 시작했다. 쫑긋 선 삼각형 귀와 날렵한 턱 선, 곧게 편 자세, 모두가 잘 생긴 외모를 갖고 있었다.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경계심이 많아 듬직하게 느껴졌다. 이곳 사육장의 진도개들은 침실이 딸린 집에서 각방 생활을 한다. 문패에는 개체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등 정보가 적혀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진도군의 보물이라는 증거다. 

반대쪽에 위치한 방사장은 사육장과 달리 개방된 공간이다. 생후 3~4개월 된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 이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강아지 다섯 마리가 쪼르르 달려와 냄새를 맡는다. 아무 관심 없다는 듯 구석에서 낮잠을 자는 녀석도 보인다. 벤치로 이동해 강아지들이 노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나뭇가지를 물어뜯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엎치락뒤치락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다. 아무리 노는데 정신이 팔려도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꼬리를 치며 달려가는 해맑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오후 3시, 15분짜리 짧은 공연이 시작됐다. 진도개 세 마리가 각자의 특기를 발휘해 줄넘기, 어질리티 장애물 달리기, 심부름하기 등 고난이도 묘기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그림 그리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붓을 입에 문 진도개가 사육사의 명령에 따라 세로선과 가로선을 번갈아 그리는 게 아닌가. 그렇게 훈련사피셜 ‘진도 풍경화’가 완성됐다. 영특함에 반해 “그 그림 저 주세요”라고 외칠 뻔했다.  
진도개테마파크 공연 시간
-평일 2회(10:00, 15:00), 소요시간 15분
-주말 1회(13:00), 소요시간 20분 

진돗개 or 진도개 
진도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도에서 발생한 고유 품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명칭이다. 사전적인 표기는 맞춤법 규정에 의해 진돗개로 표기된다. 

03. [커피타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힐링존, 카페도캐와 모도상회

읍내에 위치한 카페도캐는 가장 진도스러운 카페로 손꼽힌다. 진도개와 똑 닮은 도캐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비해 통통한 몸집과 뾰족한 귀가 특징이다. 볼수록 귀여워서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맛은 색깔에 따라 초코맛, 유자맛, 복숭아 맛으로 나뉜다. 표정도 제각각이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만쥬 특성상 식감은 뻑뻑하지만 앙금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자꾸만 식욕을 돋운다. 향긋한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맛이 괜찮으신가요? 이거 제가 밤잠 설쳐가며 하나하나 직접 만드는 거예요. 앙금 쑤고, 반죽하고, 모양 만들고, 포장하고. 먼 길 오신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남자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그 자리에서 도캐빵 3개를 흡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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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쏠비치 인근 초평항에는 액자뷰로 유명한 감성 카페가 있다. 요즘 진도에서 가장 핫한 모도상회다. 건물 자체는 여느 시골집처럼 투박하지만 내부는 화이트와 우드톤이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인테리어다. 꽃무늬 커튼, 자개장 등 정겨운 소품들이 더해져 아늑하기까지 하다. 창가 쪽 테이블 위에는 따스한 햇살이 켜켜이 쌓여 있다.  

창문 너머의 세상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다. 어선들도 그저 두둥실 떠 있을 뿐이다. 바닐라 라떼와 함께하는 달콤한 휴식시간. 일상의 고민들로 마음이 불편해질 때마다 찰랑찰랑 바다가, 살랑살랑 봄바람이 잡념을 다시 아득한 곳으로 보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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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놀멍] 홍주보다 더 빨갛게, 세방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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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에 차오른 햇살이 비어갈 무렵, 운전대를 급히 서쪽으로 돌렸다. 이제 곧 세방낙조에서 진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환상의 노을쇼가 펼쳐질 예정이다. 관객석에 해당하는 전망대는 도로변에 위치한 제1전망대와 산기슭에 위치한 제2전망대로 나뉜다. 접근성과 파노라마 뷰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고민할 것 없이 제2전망대로 향했다. 5분 정도 산길을 오르니 시야를 방해하던 나무가 사라지고 별안간 탁 트인 다도해 비경이 밀려왔다. 차분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길쭉한 섬, 엄지손가락을 닮은 섬, 꽃게 앞발을 닮은 섬...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섬들이 시야에 담겼다. 멀리 보이는 신안의 하태도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15개쯤 된다. 생김새는 저마다 달라도 바다의 너른 품 안에서는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진다. 

노랗게 넘실대던 하늘이 어느덧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붉어졌고, 시야 왼편으로 서서히 기울던 태양이 섬과 섬 사이로 쑥 빨려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참 길었는데 해가 저무는 순간은 순식간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근처에서 홍주 칵테일을 구입했다. 40도가 넘는 홍주에 과일 식초를 블렌딩한 음료다. 씁쓸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진한 베리향과 달콤한 여운만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하늘은 다시 보라색이 되었다가, 이내 아무것도 보여준 적 없다는 듯 암흑 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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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디지털마케팅팀 양자영 취재기자(icehs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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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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