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낭만 여행, 마이리틀시티] 7탄 숲멍 놀멍 멍멍, 진도 3멍 여행
마이리틀시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소도시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낯설지만 아늑한,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소도시의 반전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진도는 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덩치에 걸맞게 진돗개, 홍주, 울돌목, 신비의 바닷길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품었다. 경치도 둘째가라면 서운하다. 굵직하게 솟아오른 산은 푸른 휴식을, 낙조 드리운 바다는 붉은 낭만을 선물한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 진도가 떠오르는 이유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해방감에 온몸이 짜릿해진다. 한없이 쉬어가고 싶은 진도에서 멍한 하루를 보냈다.
01. [숲멍] 편백나무 바라보며 숲크닉, 운림 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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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첨찰산 자락에 위치한 운림 산림욕장을 찾았다. 관광객보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훨씬 많은 로컬 숲이다. 입구에 다다르면 숲의 형태를 얼추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규모는 아담하다. 연못을 중심으로 1.3km에 이르는 완만한 나무 데크가 지그재그를 그리며 숲을 가로지른다. 한눈에 봐도 구두를 신고 걸어도 될 만큼 길이 순하다. 데크 주변으로는 커다란 편백나무가 늘어서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 나무를 스칠 때마다 짙푸른 이파리가 쏴아 하고 파도 소리를 낸다. 뜻밖의 ASMR에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산책 후에는 아늑한 비닐 큐브에 들어가 한숨 돌렸다. 정자, 벤치, 평상 등 쉬어갈만한 곳이 많았지만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을 것 같은 이 공간이 나만의 아지트처럼 느껴졌다.
운림 산림욕장 숲멍 가이드
1.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때 언제든 들리자. 진도읍과 10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2.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3. 산책 후에는 삼별초공원, 운림예술촌, 운림산방, 쌍계사 등 점찰산운림명승지구 내 주변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한반도 최서남단 끝자락에 위치한 국립진도자연휴양림도 또 다른 숲크닉 명소다. 운림 산림욕장만큼 나무가 울창하진 않지만 바다와 숲, 난대수종이 공존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 너머로 한라산 줄기까지 조망 가능하다. 거북선을 형상화한 산림문화휴양관과 숙박시설도 인상적이다.
02. [멍멍] 진도개 A to Z, 진도개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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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에 위치한 방사장은 사육장과 달리 개방된 공간이다. 생후 3~4개월 된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 이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강아지 다섯 마리가 쪼르르 달려와 냄새를 맡는다. 아무 관심 없다는 듯 구석에서 낮잠을 자는 녀석도 보인다. 벤치로 이동해 강아지들이 노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나뭇가지를 물어뜯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엎치락뒤치락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다. 아무리 노는데 정신이 팔려도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꼬리를 치며 달려가는 해맑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진도개테마파크 공연 시간-평일 2회(10:00, 15:00), 소요시간 15분-주말 1회(13:00), 소요시간 20분진돗개 or 진도개진도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도에서 발생한 고유 품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명칭이다. 사전적인 표기는 맞춤법 규정에 의해 진돗개로 표기된다.
03. [커피타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힐링존, 카페도캐와 모도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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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에 위치한 카페도캐는 가장 진도스러운 카페로 손꼽힌다. 진도개와 똑 닮은 도캐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비해 통통한 몸집과 뾰족한 귀가 특징이다. 볼수록 귀여워서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맛은 색깔에 따라 초코맛, 유자맛, 복숭아 맛으로 나뉜다. 표정도 제각각이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만쥬 특성상 식감은 뻑뻑하지만 앙금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자꾸만 식욕을 돋운다. 향긋한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맛이 괜찮으신가요? 이거 제가 밤잠 설쳐가며 하나하나 직접 만드는 거예요. 앙금 쑤고, 반죽하고, 모양 만들고, 포장하고. 먼 길 오신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남자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그 자리에서 도캐빵 3개를 흡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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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쏠비치 인근 초평항에는 액자뷰로 유명한 감성 카페가 있다. 요즘 진도에서 가장 핫한 모도상회다. 건물 자체는 여느 시골집처럼 투박하지만 내부는 화이트와 우드톤이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인테리어다. 꽃무늬 커튼, 자개장 등 정겨운 소품들이 더해져 아늑하기까지 하다. 창가 쪽 테이블 위에는 따스한 햇살이 켜켜이 쌓여 있다.
창문 너머의 세상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다. 어선들도 그저 두둥실 떠 있을 뿐이다. 바닐라 라떼와 함께하는 달콤한 휴식시간. 일상의 고민들로 마음이 불편해질 때마다 찰랑찰랑 바다가, 살랑살랑 봄바람이 잡념을 다시 아득한 곳으로 보내버린다.
04. [놀멍] 홍주보다 더 빨갛게, 세방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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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넘실대던 하늘이 어느덧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붉어졌고, 시야 왼편으로 서서히 기울던 태양이 섬과 섬 사이로 쑥 빨려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참 길었는데 해가 저무는 순간은 순식간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근처에서 홍주 칵테일을 구입했다. 40도가 넘는 홍주에 과일 식초를 블렌딩한 음료다. 씁쓸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진한 베리향과 달콤한 여운만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하늘은 다시 보라색이 되었다가, 이내 아무것도 보여준 적 없다는 듯 암흑 속에 잠겼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디지털마케팅팀 양자영 취재기자(icehs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