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오붓하게' 땅끝 매화천국, 해남 보해매실농원
꽃구경에도 취향이 있다. 호젓한 산책, 돗자리 깔고 담소를 나누는 여유로움이 누구에게는 또 간절하다. 해남 보해매실농원에 가면 이런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장독대, 영화 세트장 등 꽃길 산책을 돕는 다양한 액세서리는 물론 없다. 다만 넓은 땅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가 있다.
흐드러지게 핀 보해농원 백매화 |
동백이 어우러진 매화밭 |
매실농원 초입 간판 |
이런 고민에 한 번쯤 사로잡혔다면 이제 해남으로 가보면 어떨까. 해남 산이면의 보해매실농원은 갖춘 게 없어 오히려 여유로운 꽃밭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46만㎡의 들판에는 1만 4,000그루의 매화수가 식재돼 있다. 백매화가 주종을 이루지만 간간이 홍매화도 어우러진다. 꽃밭 양쪽 길에는 동백이 울타리 역할을 한다. 매화꽃 아래로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녹색 풀밭이다. 그 풀밭에 야생화들도 자욱하게 피어난다. 돗자리 하나 깔고 앉으면 주변 전체가 매화, 동백, 야생화 천지다. 평일 오전쯤이면 그 꽃세상을 온통 독차지할 수 있다. 인공이 크게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꽃밭이다.
1978년 문을 연 보해매실농원은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꽃밭을 개방하고 있다. 관리사무실 옥상은 전망대용으로 공개한다. 매년 3월에 개최되는 매화축제에서는 난타 공연, 평양예술단 공연, 풍물패 공연 등이 무대에 오르고, 매화 페이스페인팅, 김장담그기, 봄나물 캐기 등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다. 매실농원에서 직접 수확한 매실로 담근 매실주도 판매된다.
※ 2021년 개최되는 매화축제는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홍매화 |
매실농원 전경 |
만개한 매화 |
영화 <너는 내 운명>의 배경이 되다
중앙 주차장이나 관리사무동까지 들어서기 전부터 온통 꽃잔치다. 굳이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갈 필요가 없다. 길에서 벗어나 나무 아래 걸터앉으면 그만이다. 이곳에서 피는 매화는 백가화, 앙숙, 남고 등인데, 듣기에는 생소한 매화들이 터널을 이룬다. 매화 터널은 동서남북으로 한없이 이어진다. 걷다 보면 한 귀퉁이에서 가족들의 웃음이 쏟아지고, 먼 구석에선 연인들이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다. 꽃밭을 에워싼 붉은 동백과 마주쳐야 그때쯤이 매화 터널의 끝이다. 산이면의 매화동산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너는 내 운명>, <연애소설>의 꽃향기 흐드러진 봄날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꽃동산에서의 오붓한 휴식 |
매화 분재 |
초록 산책로의 매화 |
매실농원 가는 길의 시골집 정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