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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예당호 따라 느리게 걸어 즐거운 길, 예산 느린호수길

by대한민국 구석구석

덱 로드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느린호수길

예산의 느린호수길은 독보적이다.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바다에 놓인 덱 로드가 적지 않지만, 느린호수길처럼 긴 길은 거의 없다. 길이가 무려 7km. 예당호 둘레가 40km쯤 되니, 1/5 넘게 느린호수길이 놓였다. 느린호수길은 수문에서 예당호출렁다리를 거쳐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호수에 사는 동식물을 관찰하며 느릿느릿 걷기에 제격이다. 특히 호수에 잠겨 사는 나무 사이를 지날 때는 열대지방의 맹그로브숲을 만나는 것 같아 이색적이다.

예당호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예당호는 인공 호수다. 예당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1929년 4월에 착공해 광복 전후 중단됐다가 1963년 완공했다. 둘레 40km, 동서 2km, 남북 8km에 이른다. 예당호는 풍광이 아름다워 1986년 국민관광지로 개발됐다. 당시 낚시꾼에게 천국이지만,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호숫가 명당에 무료 캠핑장으로 운영될 정도로 한갓졌다. 2009년 대흥면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비로소 알려졌고, 지금은 예당호출렁다리와 음악분수, 느린호수길까지 비대면 시대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예산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예당호출렁다리. 느린호수길은 여기서 출발한다.

느린호수길은 예당호 수문에서 시작되지만,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예당호출렁다리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우선 예당호출렁다리를 구경하자. 입구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방역 체크포인트를 지나면 광장이 나오고, 거대한 출렁다리가 보인다. 길이 402m, 높이 64m 주탑을 갖춘 현수교로 한눈에도 규모가 압도적이다. 황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호수를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예당호출렁다리에서 본 예당호 수문

출렁다리에 오르자 살짝 흔들린다. 많이 흔들리지 않아 노약자나 아이도 건너기 쉽다. 출렁다리 중간쯤 주탑이 버티고 있다. 주탑에 전망대가 있지만, 코로나19 방역 관계로 오를 수 없다. 내처 건너면 다리 끝 광장에 닿는다. 앞쪽으로 예당호 수문이 보인다.

느린호수길에서 만나는 예당호조각공원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와 느린호수길을 따른다. 출렁다리에서 종착점까지 5.4km, 1시간 30분쯤 걸린다. 길은 수변과 언덕으로 갈리는데, 우선 언덕에 오르는 게 좋다. 언덕에서 출렁다리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언덕 일대에 예당호조각공원이 있다. 조각상을 둘러보고 공연장 쪽으로 내려가면 느린호수길과 만난다. 울창한 솔숲 사이로 덱 로드가 이어진다. 중간중간 전망대와 벤치가 있어 호수를 바라보며 쉬었다 가기 좋다.

호수 밖 도로에서 바라본 느린호수길

충효정을 지나면 ‘마지막 화장실’ 안내판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예당호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화장실을 이용한다. 느린호수길은 한동안 도로와 나란하다. 도로변에 늘어선 어죽 식당이 배고픈 여행자를 유혹한다. 마침 출출해서 한 식당으로 들어가 어죽을 주문했다.

예당호에 사는 토종 민물고기로 끊인 어죽

어죽은 예당호의 대표 음식이다. 예당호 주변 마을 주민들이 별미처럼 먹던 음식이 발전해 예산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큰 대접 한가득 어죽이 나왔다. 걸쭉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자 깊은 맛이 느껴진다. 다른 지역의 어죽과 달리 국수, 수제비, 쌀이 모두 들었다. 덕분에 쌀죽 같기도, 국수 같기도, 수제비 같기도, 매운탕 같기도 하다. 어죽 한 그릇에 네 가지 맛이 나니 횡재가 따로 없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붕어와 동자개(빠가사리)를 많이 넣었다고 한다. 토종 민물고기로 어죽을 쑤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예당호에 잠긴 나무가 열대지방의 맹그로브를 떠올리게 한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느린호수길을 걷는다. 길은 평촌삼거리에서 호수를 따라 왼쪽으로 휜다. 방향이 바뀌면서 앞쪽 멀리 봉수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덱 로드는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물에 잠긴 나무 사이를 지난다. 여기가 느린호수길의 하이라이트다. 물에 잠겨 사는 나무가 안쓰럽지만, 그곳은 물고기의 주요 서식지다. 물고기가 많으니 이를 노리는 왜가리가 주변을 서성거린다. 가끔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도 찾아온다고 한다.

여름에 연꽃이 예쁜 예당호중앙생태공원

호수에는 낚시꾼을 위한 좌대가 제법 많다. 낚시꾼과 새가 치열하게 물고기를 노린다. 덱 로드에서 이 광경을 한가롭게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느린호수길이 끝나는 지점이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이다. 공원은 공사 중인데, 6월 초 새롭게 개장할 예정이다. 공원은 여름철 연꽃이 필 때가 가장 예쁘다고 한다.

밤이면 예당호출렁다리에 조명이 들어오고, 음악분수 공연이 펼쳐진다.

예당호출렁다리(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 매월 첫째 월요일 휴무)는 밤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음악분수 공연(평일 4회, 주말·공휴일 5회 / 월요일 휴무) 덕분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솟아오르는 분수 옆으로 형형색색 LED 불빛이 들어온다. 불빛은 물에 반사되고, 조명이 켜진 출렁다리와 어울려 넋이 나갈 정도로 황홀하다. 느린호수길도 조명이 은은해, 저물 무렵 가볍게 걷기 좋다.

구불거리며 흘러가는 예산 임존성

느린호수길을 걸은 뒤에는 봉수산 꼭대기 일대에 자리한 예산 임존성(사적 90호)을 찾아보자. 출발점은 대련사 주차장이다. 거대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암자처럼 자그마한 대련사를 지키고 있다. 대련사에서 완만한 산길을 15분쯤 오르면 임존성에 올라붙고, 정자를 만난다. 임존성은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게 좋다. 거리는 약 2.4km, 1시간쯤 걸린다.

임존성 북서치에서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모퉁이를 돌면 시야가 활짝 열리며 성벽이 펼쳐진다. 구불구불 산허리를 타고 도는 성벽이 장관이다. 백제 부흥군이 나당 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당당함이 깃든 듯하다. 백제 부흥군은 한때 10만 명이 넘는 당나라 소정방의 군대와 신라군을 격퇴했다고 한다. 북서치는 임존성의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예당호출렁다리와 느린호수길이 보이고, 호수를 낀 마을이 평화롭다. 북동치를 지나면 다시 정자를 만나 임존성 한 바퀴 돌기가 완성된다.

봉수산 중턱에 자리한 봉수산수목원의 산책로, 하늘데크

봉수산 꼭대기에 임존성이 있다면, 중턱에는 봉수산자연휴양림과 봉수산수목원이 들어앉았다. 봉수산자연휴양림은 입소문 나서 평일에도 예약하기 쉽지 않다. 숙소 앞에서 예당호 조망이 일품이다. 이른 아침에는 예당호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봉수산자연휴양림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숙박하지 않아도 둘러보기 좋다. 봉수산수목원은 5월 12일 곤충생태원과 하늘데크가 개장했다. 하늘데크는 산허리에 덱 로드를 설치해, 봉수산과 예당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예산황새공원에서 만난 황새

예당호 남쪽 광시면 대리에 예산황새공원이 있다. 황새문화관에서 황새의 생태 정보를 알고, 황새오픈장에서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만난다. 황새는 우리가 흔히 보는 왜가리보다 몸집이 크다. 부리가 길고, 날개 끝이 검고, 빨간 다리가 눈에 띈다. 예산황새공원은 2015년 9월에 황새 8마리를 방사한 뒤, 해마다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예당호에서 황새와 만나기를 기대하며 예산 여행을 마무리한다.


〈당일 여행 코스〉
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예산황새공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봉수산자연휴양림, 봉수산수목원

둘째 날 / 임존성→예산황새공원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예산군 문화관광 

 - 봉수산자연휴양림 

 - 예산황새공원 


○ 문의 전화

 - 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339-7323

 - 봉수산자연휴양림 041)339-8936

 - 예산황새공원 041)339-8271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예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 소요.

예산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360번·363번·364번·365번·370번 농어촌버스 이용, 후사리 정류장 하차, 예당호출렁다리까지 도보 약 1분.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예산교통 041)332-7494

[기차] 용산역-예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4회(05:37~20:45) 운행, 1시간 40분~1시간 55분 소요.

예산역 정류장에서 360번·363번·364번·365번·370번 농어촌버스 이용, 후사리 정류장 하차, 예당호출렁다리까지 도보 약 1분.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예산교통 041)332-7494


○ 자가운전 정보

당진영덕고속도로→예산수덕사 IC→국사봉로→예당관광로→예당관광지


○ 숙박 정보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그랜드모텔 : 예산읍 충서로, 041-334-8934

· 한국관광 품질인증 이란?

  ☞ 숙박, 쇼핑 등 관광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로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며, 다양한 사후관리를 통해 품질을 유지합니다.

  ※ 더 많은 품질인증업소가 궁금하시다면? KQ 접속!

 - 봉수산자연휴양림 : 대흥면 임존성길, 041)339-8936

 - 봉수산숲펜션 : 대흥면 임존성길, 041)332-1919

 - 예산토마토무인텔 : 응봉면 운곡사당골길, 041)331-4343

 - 국민여가캠핑장 : 응봉면 예당관광로, 041)339-8299

 

○ 식당 정보

 - 정자식당 : 어죽·붕어찜, 응봉면 예당관광로, 041)335-7795

 - 예가식당 : 어죽·민물새우탕, 응봉면 예당로, 041)332-5566

 - 예당소쿠리밥상 : 보리밥·수육, 대흥면 예당로, 041)331-4799

 - 한우마을 : 육회·등심, 광시면 광시동로, 041)331-2904


○ 주변 볼거리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김정희선생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