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공방골목
Hidden Alley Trip
이화여대 교정을 마주 보고, 왼편의 담장 사잇길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일명 ‘뒷골목’. 한때 의류와 잡화를 취급하던 상점이 즐비했지만, 상권이 죽으면서 한동안 인적이 드물었다. 이제 이곳에 청년 창업가와 젊은 셰프가 들어와 다채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젊은 이웃을 맞이한 골목의 새로운 풍경을 들여다보자.
볼 곳
① 갤러리 & 아틀리에 이ㆍ꽁빠뇽
동료라는 뜻의 프랑스어 ‘꽁빠뇽(compagnon)’에서 착안한 이름처럼, 갤러리 & 아틀리에 이ㆍ꽁빠뇽은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의 발판이자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공간이다. 작년 겨울, 크래프트 디자인을 전공하는 차영순 교수는 대학원생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을 구상하던 중 이 텅 빈 골목에 눈을 돌려 공방과 갤러리를 열었다. 그는 섬유ㆍ금속ㆍ도자를 재료로 만든 독창적인 수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이 골목을 문화ㆍ예술의 거리로 변모시키는 선두 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가 끝난 저녁에 갤러리에서 지역 상인과 비전공자를 위한 강좌를 진행하기도 하며, 아틀리에에서는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11am~7pm, 일요일 휴무, ewhacompagnon.com
② 모조레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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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음반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빈티지 아이템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바이닐 레코드 시장은 최근 음악계에서 떠오르는 핫한 문화 코드다. 올봄 이 골목에 문을 연 모조레코즈도 최신 해외 LP 음반을 취급하는 소규모 바이닐 숍. 영국의 대중음악전문지 모조(MOJO)에서 엄선한 아티스트의 음반을 소개하는데, 빌 페이(Bill Fay)나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뮤지션의 주옥 같은 앨범이 가득하다. 취향을 나누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영목 대표는 비정기적으로 음악감상회와 영화 상영도 연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매튜 E. 화이트(Matthew E. White)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아담한 공간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라면 깊은 대화가 술술 나올 듯하다.
LP 음반 2만7,000원부터, 3~9pm, 월 ㆍ 화요일 휴무, @mojo_records
쇼핑
③ 위브아워스 & 지홍 쇼룸
뒷골목에서는 초록색 페인트 칠을 한 소규모 점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바로 이화여대가 청년 창업가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숍이다. 위브아워스와 지홍 쇼룸도 그렇게 시작한 공간. 두 브랜드가 한 공간을 나눠 사용하며, 젊은 감각으로 제작한 디자이너 가방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함께’의 가치를 공감하는 브랜드 위브아워스는 순면 에코 백을 선보인다. 1장의 원단으로 가방과 파우치, 조리개, 필통 등 5개 소품을 제작해 자투리를 남기지 않는 친환경적 가방 마이 제로 백이 인기 상품. 지홍은 대학 동기로 만난 두 친구가 시작한 브랜드. 우연히 만든 가방이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얻자 본격적으로 제작에 뛰어들었다고. 심플한 바탕에 아기자기한 색감의 원단을 입힌 디자인이 특징이며,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좋다.
마이 제로 백 2만9,000원, 하트 동전 지갑 3만5,000원, 11am~8pm, 일요일 휴무, weavours, @jihong_s2
OWNER’S PICK
지홍의 정지수 ㆍ 조홍주 대표
“하트 동전 지갑은 한 손에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인기가 많아요. 시원한 데님 소재로 디자인했어요.”
④ 오티스타 갤러리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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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그림과 톡톡 튀는 컬러 아이템으로 눈길이 가는 디자인 스토어다. 휴대폰 케이스, 노트, 텀블러, 접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곳의 디자인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 진열된 상품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모두 자폐증이 있는 디자이너가 그린 것. 처음 이 사실을 접하면 놀라울 따름이지만, 자폐라는 질환의 특성을 알고 나면 수긍이 간다. 시각을 통해 사고하고 학습하는 자폐의 특성 때문에 200여 가지 색에 매긴 번호를 전부 기억하는 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인이 많다고. 오티스타는 이들을 선발해 무상으로 디자인 교육을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 예쁜 그림이 그려진 소품을 구매하면 자동적으로 착한 일에 동참하게 되는 따뜻한 곳이다.
미니 수첩 2,000원, 폰 케이스 2만3,000원, 11am~8pm, 일요일 휴무, @autistar.design
먹을 곳
⑤ 파파노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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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이대생 딸을 둔 황병률 셰프가 아빠의 마음으로 문을 연 밥집이다. 10여 년간 다양한 일본 요리를 해온 그는 딸 같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일본 가정식을 메뉴로 정했다고. 메인 요리와 밥과 국, 절임 반찬, 샐러드, 디저트가 한 상 가득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플레이팅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하지 않는 이곳의 상차림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갈하고 건강한 맛이 정겨워 계속 손이 간다. 간장에 조린 삼겹살과 파스타가 함께 나오는 부타노쇼가야키 정식, 구운 연어과 볶은 버섯이 나오는 샤케노버터야키 정식 등 10가지 메뉴를 고르는 재미도 있다.
8,000원부터, 11:30am~8:30pm, 3~5pm(쉬는 시간), 02 364 0604.
LOCAL’S TIP
파파노다이닝의 황병률 셰프
“이 골목에 처음 들어와 식당을 열 땐 거리가 정말 휑했습니다. 옷 가게 몇 개 사이에 덩그러니 자리를 지켰는데, 패션 상가에 홀로 들어와 밥집을 열자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기도 했지요. 거리에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불안한 느낌은 없었어요. 1년만 고생하자고 생각했죠. 여대생들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식상하지 않은 메뉴를 찾기 위해 고민했어요. 신선하고 건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위생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렇게 1년간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하나둘 찾아오더니, 골목에 점차 사람이 많아지고 이렇게 근처에 식당도 여러 곳 생겼어요. 딸이 많이 도와줬죠. (웃음)
요즘 젊은이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평소 딸이랑 맛집을 많이 찾아 다니는데, 골목골목에 괜찮은 곳이 많더라고요. 이 골목은 특히 올봄 이화여대가 창업 문화 거리를 조성하면서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서대문구에서도 골목에 벽화를 입히고 작은 정원을 만들었죠. 더불어 이 거리가 최근 중소기업청과 서울시가 투자한 청년몰 사업에 선정됐어요.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 들어와 달라질 풍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⑥ 돌돌베이커리
이원일 셰프를 포함한 젊은 셰프 6인이 모여 결성한 셰프유나이티드는 이대 앞에 총 3개의 요식 브랜드 매장을 공동으로 운영한다. 올해 1월에 오픈한 돌돌베이커리는 이국진 셰프가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빵집. 먼저 오픈한 디어브레드가 천연 효모를 사용해 발효한 건강빵을 만든다면, 이곳에서는 질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달콤한 디저트용 빵을 굽는다. 반죽을 돌돌 말아 안에 내용물을 가득 채워 넣은 큐브 모양의 식빵이 주력인데, 크기는 작아도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넣은 내용물에 따라 다른 식빵의 종류만 10가지가 넘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차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녹차타르트와 팥마차식빵이 인기가 좋다.
9am~7pm, 일요일 휴무, chefsunited
마실 곳
⑦ 카페 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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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이대 앞에서 시작해 맛있는 딸기타르트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카페 페라.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멀한 느낌의 1호점에 이어, 작년 이 골목 초입에 캐주얼한 콘셉트의 유니크점을 오픈했다. 넓은 실내를 갖춰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테라스가 있는 3층이 명당이다. 한쪽 벽면 전체를 터서 테라스로 만든 덕에 이화여대 교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저지방 치즈와 저지방 우유를 사용해 구워 내는 타르트와 케이크는 달지 않고 산뜻한 느낌이다. 신선한 딸기 아래에 깔린 크림치즈가 말 그대로 입에서 사르르 녹아 내리는 딸기타르트를 꼭 맛보자. 이탈리아산 무세티(Musetti) 원두로 내리는 커피는 케이크에 곁들이기 좋다.
딸기타르트 1조각 6,000원, 커피 3,800원부터, 9am~11pm, 일요일 9:30am~10:30pm, 02 363 2878.
글ㆍ사진 김수지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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