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의 숨은 매력
『저스트고 오사카』 원경혜 저자 인터뷰
누구에게나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훌쩍 떠나온 여행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의 연속이다. ‘오늘은 어디에 가볼까?’ ‘뭐 먹고 싶어?’ ‘저녁엔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하지만 1인분의 식사와 술잔이 놓인 테이블이 낯선 이라면,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무수한 선택지가 혼란스럽게만 느껴질 것. 그럴 때 고민 없이 발걸음을 이끌어주는 가이드북 한 권은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준다.
일본 간사이 지역 여행 전문가인 『저스트고 오사카』 의 저자 원경혜는 혼자만의 시간을 사랑했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지에서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이 행복했지만, 때때로 혼자 떠나야만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주말이나 연휴 때마다 일본으로 떠났다. 쇼핑과 미식 문화가 발달한 오사카는 그녀에게 언제나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지금도 오사카에 갈 때면 혼자서도 ‘1일 5식’을 실천하며, 족저근막염을 얻을 정도로 골목골목을 누빈다는 그녀를 만나 오사카 여행의 숨은 매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특히 혼자서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일본이 자유여행지로 인기인데요, 오사카와 교토를 비롯한 간사이 여행의 매력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도쿄,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다른 일본 지역에 비해서도 유독 오사카 여행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행의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제2의 도시로서 도쿄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춘 오사카는 쇼핑과 미식 문화를 즐기기에 최적의 도시입니다. 도쿄처럼 세련되진 않았지만, 오사카만의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마치 우리나라의 부산처럼 정겹게 느껴지죠.
그에 반해 오사카에서 전철로 40분이면 도착하는 교토는 일본의 옛 도읍입니다. 고도(古都)라고 해서 신사와 사찰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거리 곳곳에서 세련된 상점과 디저트숍, 식당을 만날 수 있어,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곳이 바로 교토랍니다. 그 외에도 오사카에서 1시간 거리에 온천, 야경, 자연 경관, 독특한 박물관과 건축물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떠나든, 누구와 함께 가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 오사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봄 시즌이 되니 역시 꽃놀이 여행지를 먼저 찾게 돼요. 오사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볼 만한 봄나들이 명소, 혼자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장소는 어디인가요?
3월 말~4월 첫 주의 벚꽃 만개 시즌에는 오사카 성과 교토 철학의 길을 추천합니다. 오사카 시민들의 꽃놀이 명소로 인기 있는 오사카 성 공원, 좁은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양옆으로 벚꽃 터널이 만들어지는 교토 철학의 길은 이 시기에 장관을 이룹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벚꽃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빨랐지만,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철쭉과 모란, 장미와 수국까지 다른 봄꽃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또 4~5월은 나무에 새 잎이 돋아 풍성해지는 시기로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녹색을 띠는 신록(新綠)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사카 키타 지역의 여의도 같은 곳인 나카노시마 섬에는 나카노시마 장미원이 있습니다. 5~6월에 걸쳐 310개 품종, 4천 그루의 장미가 만발해 산책하기 좋은 장소인데요. 꽃 구경을 즐기고 주변에 자리한 강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여유를 누려보시길 추천합니다. 또 교토 북부에 자리한 키부네 지역은 아름다운 신록을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인생 사진’ 스폿으로 유명한 키부네 신사 입구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종이를 물에 띄워 운을 점치는 오미쿠지(점괘)도 꼭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QR코드를 검색하면 한글로 번역된 점괘도 읽을 수 있답니다. 이외에도 많은 봄 여행 정보를 『저스트고 오사카』 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곳들 외에도 『저스트고 오사카』 최신개정판에는 새로운 명소 정보가 많습니다. 요즘 현지에서 주목받는 핫플레이스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맛집과 카페를 한 군데씩 골라주세요!
맛집이자 이자카야인 타이노타이 우메다점(tai no tai)은 요즘 오사카의 우메다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입니다. 세련된 레스토랑 분위기에서 해산물 요리와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데요. 특히 연어알과 생선회, 계란 노른자를 밥 위에 올린 덮밥은 강추 메뉴입니다.
카페는 앤드 아일랜드(&island)를 추천합니다. 요즘 오사카 여성들의 SNS에 자주 등장하는 곳인데요. 강쪽으로 난 테라스 좌석에서 앤티크한 붉은색 서양식 건물인 ‘오사카 시 공회당’이 바라다보여 포토제닉한 카페로 인기가 높습니다. 마치 서퍼의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도 인상적이고요.
맛집 탐방과 함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즐거움이 쇼핑이죠. 일본 여행 전문가의 쇼핑백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요. 작가님만의 오사카 쇼핑 리스트를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쇼핑 하러 일본 가요’라고 외치는 분들께 오사카는 최고의 쇼핑 도시입니다. 제가 매번 빼놓지 않고 구입하는 것은 그릇입니다. 와타시노 헤야(WATASHI NO HEYA), 유미코 이이호시(yumiko iihoshi), 마디(Madu)에 주로 들르지요. 깨지지 않게 들고 오느라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주부에게 그릇 쇼핑은 중독과 같아요. 또 하나 빠져 있는 것은 일본 컵라면입니다. 마치 도장 깨기 하듯이 일본의 컵라면을 전부 먹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일본 라멘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도 컵라면은 무난하게 먹을 수 있어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요새는 마루짱 세이멘(マルちゃん正麵)을 종류별로 먹어보고 있어요.
한 가지 쇼핑 팁을 드리자면, 오프라인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온라인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것, 아마존에서 판매하지만 한국 배송이 안 되는 것은 아마존 재팬 사이트에서 구입하고 배송지를 숙소 주변 편의점으로 해두는 방법입니다. 물건 도착 후 열흘 안에 찾아가면 되니 일정을 잘 맞추면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어요.
일본 여행 중 블로그나 SNS를 통해 알려진 곳들을 찾아가면 한국인들만 가득한 경우가 많아요.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오사카의 숨은 명소, 의외로 정말 인상적이었던 곳이 있다면요?
한국인이 보이지 않으면서 한적한 동네로 카라호리 상점가(空堀商店街)와 지나이마치(寺內町)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카라호리 상점가 일대는 서민적이면서 레트로한 감성이 넘쳐납니다. 전쟁의 폭격을 피한 덕에 에도 시대의 옛 연립주택이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아기자기한 가게를 방문하는 것이 이 동네를 즐기는 방법이죠. 또 지나이마치는 일본의 아름다운 거리 100선’에 뽑힌 전통가옥 거리입니다. 오사카에서 유일하게 전통 건축물 보전 지구로 지정된 곳인데요. 500년 전의 오사카로 타임슬립한 기분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전통가옥을 개조한 카페와 잡화점, 빵집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요.
가이드북 취재 차 틈틈이 오사카에 가실 때면 혼밥, 혼술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요. 혼자서도 즐거운 오사카 여행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오롯이 나만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진짜 힐링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의 취향을 고려하거나 기분을 맞춰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되죠. 우선 오사카의 식도락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남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혼밥, 혼술이 익숙치 않은 분은 테이블석보다는 카운터석에 앉길 권합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술집에 카운터석이 있고, 카운터석만으로 운영되는 곳들도 무척 많습니다. 사케 전문점에서 혼술할 때는 3종 정도의 사케를 1잔씩 마실 수 있는 시음(利き酒, 키키자케) 세트를 주문해보세요. 조금씩 여러 종류를 맛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혼자서 라이브 공연을 관람해보아도 좋습니다. 라이브 공연장인 빌보드 라이브 오사카(Billboard Live Osaka)는 일본의 톱 가수를 비롯해 팝,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의 해외 아티스트 공연이 거의 매일 열립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뮤지션의 공연이 자주 열리는 편이죠. 비교적 뮤지션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칵테일을 마시며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관해서 여쭤볼게요. 요즘 가이드북과 에세이 등 여행서 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작가님은 출판편집자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여행작가 데뷔를 꿈꾸는 분들께 팁을 주신다면요?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꼽자면 긴 호흡의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SNS나 블로그 글은 짧은 호흡의 글쓰기 위주입니다. 몇 줄의 문장 안에 감정과 팩트를 녹여야 하므로 이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만, 책을 위한 글쓰기는 그보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합니다. 책 한 권을 써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일단 책 한 권을 완성해본다는 생각으로 긴 호흡의 글쓰기부터 연습하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원경혜, 박미희 저 | 시공사
어른들을 위한 이자카야 정보, 다양한 체험과 액티비티, 안도 다다오 건축물 투어 등 여행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테마여행 정보를 대폭 추가해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다. [도서 상세정보]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