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파일럿, 인생의 조종간을 잡다

『우리는 모두 장거리 비행 중이야!』 조은정 파일럿 인터뷰

조은정 파일럿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십대 조카에게 무어라 말해줄 수 있을까? 날고 싶지만 수많은 이유로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접어버리는 청소년들에게, 아니, 우리 조카들에게... 여기 호텔리어로 근무하다가 파일럿으로 전직한 여성이 있다. 파일럿이 되기까지, 파일럿으로 일하면서 시련을 극복한 이모가 있다. 『우리는 모두 장거리 비행 중이야!』는 청소년 조카가 더 멀리, 더 자유롭게, 행복하게 날아갈 수 있도록 계기판을 점검해 줄 것이다.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파일럿이 되려고 결심하셨는데요.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도전하게 되었나요?


어느 여자 기장님을 보고 저도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갖게 되었습니다. 호텔 프런트에서 일할 때 여성 파일럿을 종종 봤는데, 대부분 짧은 머리에 유니폼 바지를 입어서 멀리서 보면 여성인지 남성인지 잘 분간이 안 됐어요. 그런데 그 여자 기장님은 긴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당당하게 로비로 걸어들어왔습니다. 여성 파일럿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깨져 버리는 순간이었어요. 저도 그분처럼 나답고 당당하게 원하는 꿈을 이뤄내고 싶었어요.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뭐든 가능하다. 넌 할 수 있다"라고 말해 주었던 미국인 파일럿들의 말에 용기를 얻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파일럿이 되고 나서 롤 모델이었던 긴 금발 머리의 파일럿을 다시 만나셨나요?


그럼요. 그녀의 이름이 J.스킬라였거든요. 제가 상하이 공항에서 근무할 때 그녀가 일하던 공항을 찾아가 이메일을 남겼고, 연락을 받았어요. 덕분에 파일럿을 꿈꿨다고 하니까 그녀도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우린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만나 같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사진도 찍었답니다.

롤 모델이었던 스킬라와의 재회

긴 과정을 거쳐 파일럿의 꿈을 이루셨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갈 때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마음을 어떻게 다잡으며 나아가셨나요?


저 자신에게 스스로 주문을 걸었어요. '쉬운 것이었다면 내 꿈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과정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이에요. 악기상 속에서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이륙해야 할 때 저는 이 주문을 외웁니다. '나는 그동안 많은 시험과 훈련을 봤고, 합격해서 면허를 받았어. 그 말은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고, 나는 이 악기상 속에서도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어!'라고요. 처음 시도하는 일은 누구나 괴롭고,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굳게 믿고 비구름 속으로 힘차게 날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펼쳐질 거예요. 자신을 굳게 믿으세요!


'인생'이라는 장거리 비행을 하다 보면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 작가님만의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어떤 도전에 실패를 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스스로에게 말을 했어요.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야. 내가 스트레스를 담아두고 의기소침해 있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지난 건 얼른 잊고,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이 순간을 즐기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면 속상했던 마음도 편해지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어요. 시험에 매번 떨어졌을 때도 매번 다시 도전했어요. '내가 간절히 바라는 꿈이 쉬운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내 꿈이 아니었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실패로부터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객기를 조종하십니다.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재미있을 것 같고, 한편으로는 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 부담도 클 것 같아요. 비행하는 기분은 어떤 걸까요? 또, 비행이 우리 삶의 어떤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나요?


비행이 재미있는 부분은 매번 이륙하고 착륙할 때 도전을 하고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면에서 일이 익숙하다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악기상 속에서 비행을 할 때, 앞이 보이지 않아 두렵고 막막하지만 비구름을 뚫고 올라서면 곧 파란 하늘이 펼쳐집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살면서 힘들 때 잠시 비구름 속에서 비행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견디고 이겨내면 곧 파란 하늘이 펼쳐질 거라 믿어요.


장거리 비행을 위해 이제 막 이륙을 시작한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인생은 장거리 비행입니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 조금 느리게 가도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방향이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간다면 언젠가는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착륙을 못 하더라도, 돌아가야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왜냐면 장거리 비행에서 그런 것들은 아주 흔한 경우거든요.


기장님의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제대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조금씩 비행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밝아지는 그런 평온한 하늘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조은정


보잉 737 여객기 기장. 서울 힐튼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며, 우연히 외국인 여성 파일럿을 본 뒤 파일럿을 꿈꾸게 되었다. 그때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마흔다섯에 마침내 이스타 항공의 기장이 되었다. 늦은 나이에 만난 꿈을 놓지 않고 묵묵히 밀고 나가 '꿈이란 늦어도 늦지 않다'라는 것을 삶으로 입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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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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