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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일본 사교육,
소설에서는 어떨까?

by예스24 채널예스

<초승달> 모리 에토 작가 인터뷰

일본 사교육, 소설에서는 어떨까?

(C) Jokei Takahashi

『초승달』은 일본이 50년 동안 밟아온 ‘교육’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공교육이 아닌, 한국와 일본에서만 발달한 독특한 문화인 ‘학원’의 시점에서 바라본 역사다. 군국주의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전후 일본. 민주주의를 위해선 무엇보다 지력(知力)을 갖춘 시민의 양성이 중요함을 깨달은 주인공 지아키는 공교육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을 사교육을 통해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어느새 입시와 출세, 엘리트 양성을 위한 도구로만 여겨지기 시작한다. 또한 입시경쟁을 조장하면서도 학원을 죄악시 하는 정부와의 갈등 속에서 어느새 사교육은 처음의 목적에서 점점 변질되기 시작한다.

 

서점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뽑은, 그래서 대중의 반응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상입니다. 나오키상이나 아쿠타가와상과는 또다른 의미로 특별하고 의미가 깊은 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서점대상 2위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소감은 어땠나요?

 

나오키상이나 아쿠타가와상은 노미네이트만 되고 수상을 못하면 그다지 의미가 없지요. 하지만 서점대상은 후보작 10권 중 하나로 선정이 되기만 해도 ‘축하한다’며 여기저기서 축하를 해줍니다. 이런 종류의 축제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도(서점대상은 1차적으로 온라인투표를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열 개의 작품을 추려 후보작을 선정한다), 저만이 아닌 제 주위도 모두 다 함께 신이 나는 듯했습니다. 그러니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기쁜 일인데, 2위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하다니. 서점 직원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보통 교육 관련 이야기를 쓴다고 하면 ‘공교육’을 떠올리지 ‘사교육’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사교육은 나쁜 것이라는 통념이 강해서인지 소설의 주제로는 잘 선택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초승달』의 주제가 신선했습니다. 혹시 『초승달』을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일본의 교육제도는 여러모로 변화해왔습니다. 문부성이 새로운 교육정책을 만들 때마다 그것이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실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었고, 도중에 반대에 부딪쳐서 또다시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일을 반복해왔을 뿐입니다. 교육 현장은 여기에 계속 휘둘려왔고요. 이걸 한번 상세하게 조사해봐야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하던 와중에, 어느 날 문득 ‘이걸 소설의 배경으로 삼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사교육인 학원을 무대로 한 이유는, 교육의 정도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뒷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사교육은 나쁜 것이다’라는 통념이 있습니다만, 바꿔 말하자면 공교육은 ‘신성한 배움터’라는 과장된 기대에 갇혀 있습니다. 소설의 캐릭터로는 성인(聖人)보다는 뒷길에 소외된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보니 취재를 하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사람들이 교육계 종사자인 것 같아요.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하다고 일컬어지는 일본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취재원들이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 같은 것이 있나요?

 

실제로 큰 학원의 경영을 해온 원장님들이나 작은 개인 학원의 선생님들, 전직 학원교사로 일하다 지금은 은퇴한 분들 등, 각양각색의 형태로 학원업계에 종사해온 분들에게 이야기를 구해 들었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학원의 요람기였던 5~60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수업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정력적인 선생님이 손수 만든 교과서로 가르치는, 열정 넘치고 개성적인 수업이 환영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학원에서 수업내용은 커리큘럼화되어 그걸 준수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학생 수가 많은 교실은 줄어들고, 소수 인원의 레슨 형태를 선호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바빠서 좀처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주의를 기울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지만요. 그리고 또한 일본의 경제가 기울면서 부모들이 돈에 좀 더 철저해지기 시작해서, 예전엔 잘 없던 아버지로부터의 항의 전화가 증가했다고도 하더군요.

 

많은 학원 관계자가 다들 한결같이 입을 모아 걱정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의 국어 실력 저하입니다. 이메일의 보급으로 인해 짧고 토막난 문장에 익숙해진 결과, 요즘 아이들은 긴 문장을 쓰지도 읽지도 못합니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문장력은 모든 것의 기본이에요. 그게 약해지면 수학 문제도 영어 문장도 이해할 수가 없게 되니까요.

 

‘교육’은 옛날부터 민감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였습니다. 교육계 종사자뿐만이 아니라 부모, 그리고 부모가 될 사람 모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혹시 특별히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독자층이 있을까요?

 

『초승달』을 출간하고 놀랐던 것은, 10대부터 70대까지 정말 넓은 연령층의 독자분들에게 감상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10대는 지금 실제 교육 현장과 접촉하고 있다는 실감을 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예전에 본인이 받았던 교육을 되돌아보며 책을 즐겨주셨어요. 그러니 아마 어떤 연령층의 분들이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 NHK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다고 들었어요. 50년에 걸친 가족의 탄생, 분열, 화합의 과정이 흥미진진해서 드라마도 무척 재밌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 리뷰가 있나요?

 

소설 중에 주인공 고로의 장모가 “어떤 아이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하나야.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걸 자기 인생으로 가르쳐주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공감하는 감상이 많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아이 옆에 바짝 붙어서 읽어주고 싶다는 분도 많으셨어요. 또 거꾸로, 이 대사에서 교육자였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했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장면 하나에도 많은 분들이 제각기 다양하게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이 책에는 제각기 교육 철학을 가지고 학원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만약 작가님이 학원을 운영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교육 방침은 무엇으로 정할지 궁금하다.

 

‘아이들의 자주성을 기른다’입니다.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부터 일본에서는 부모가 과도하게 아이에게 간섭하는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신경을 쓰고 모든 것을 준비해두면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만을 목표로 계속 채근하는 부모를 둔 아이는, 희망하는 학교에 합격한 순간 그만 좌절하고 맙니다. 어린 나이에 번 아웃되어서 모든 걸 해낼 기운을 잃죠. 극단적인 예로 집에서 가출하는 경우도 있고요.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세워서, 자기가 결정한 시간에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런 습관을 몸에 익힌 아이들에게는 좌절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온갖 교육 관련 도서를 보고, 온갖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캐릭터들이 무척 다채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여성 캐릭터들의 개성이 두드러지죠. 소제목 중 ‘아카사카의 핏줄을 잇는 여자들’이라는 제목이 있기도 해서인지 이 책은 ‘오시마 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아카사카 가’의 이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중에도 여성 학원 운영자는 드물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여성을 중심적인 캐릭터로 설정한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원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상, 주인공들이 경영하는 학원은 크게 성장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남성 중심인물 캐릭터인 오시마 고로는 온후하고 느긋한 성격의 사람입니다. 기를 쓰고 학원 경영을 해낼 타입은 아닙니다. 필연적으로 그의 아내인 지아키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 리더가 적었던 옛날에 세상으로부터 백안시당하는 학원을 지탱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예사롭지 않은 터프한 정신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강한 캐릭터로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세간의 풍파나 문부성과의 대립이 격렬해짐에 따라 지아키에게 강렬함이 더해졌지요. 그 피를 잇는 세 명의 딸들도 어머니에게 지지 않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교육’이라는 것에 끌리는 사람들입니다. 교육계를 떠난다고 해도 결국엔 끝끝내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사람들이죠. 또한 작중에서 여러 번 실제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보람찬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읽다 보면 그 매력을 알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고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르치는 행위의 매력이란 무엇인가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일본 교육 제도의 흐름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교육이란 무엇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성 위에 성립하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떤 교육 제도에서 학교 생활을 했는가’보다도, ‘어떤 선생님과 만났는가’가 아이들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생각해주는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공부를 향한 긍정적인 의식이 싹튼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열의가 실제로 결실을 맺는 순간 아이들은 극적으로 변합니다. 가르치던 선생님에게는 이 변화야말로 무엇보다도 기쁜 일로, 이는 교육을 향한 열정을 더욱더 북돋아주는 자극이 됩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니까요.

 

글 | 채널예스 사진 | 출판사 제공

 


 

일본 사교육, 소설에서는 어떨까?
초승달

모리 에토 저/권영주 역 | 소미미디어

 

대를 이어 교육에 투신하는 오시마 가족의 분열과 재생, 화합을 통해 독자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참교육이란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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