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신천지, 소외된 2030을 노려… 단죄보다는 공존을”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신작 소설 『특별관리대상자』

지난해 강남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 크게 화제를 모았던 『메이드 인 강남』의 주원규 소설가가 『특별관리대상자』로 돌아왔다. 소설은 ‘컴퍼니’의 명령으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인물들을 처리하던 ‘해적’들이 하수인의 운명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피의 참극을 그린다.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소설가는 다수의 장편소설과 tvN 드라마 〈아르곤〉,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에서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드러내며 박진감 넘치는 사회파 누아르의 세계를 선보여 왔다. 특히 주원규 소설가 자신이 무교회주의 사역자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종교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아 비판과 응원의 목소리를 동시에 듣고 있기도 하다.


근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기에 더욱 실감 나는 이번 소설에서 ‘특별관리대상자’는 사회를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사라져야 하는 존재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들을 단죄하고자 하는 열망이 팽배한 지금, 주원규 소설가를 만나 신작 『특별관리대상자』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소설만큼이나 강렬한 지금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2012년, 작품 『기억의 문』에서 ‘기적도화회’라는 가상의 사이비 종교를 다룬 바 있으시죠. 최근 신천지가 코로나19의 슈퍼전파집단으로 지목되면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종교계의 어두운 면을 계속해서 비판해오던 소설가이자 사역자로서 신천지라는 종교와 그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사실 신천지는 한국 신흥종교 역사상 가장 조잡한, 짜깁기된 하위 교리로 무장한 집단인데요. 그 허술함과 교리적 치졸함에도 불구하고 교세를 점점 확장하고,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다는 젊은 세대마저 세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이탈된 존재들을 현혹하는 것이 그만큼 수월해졌음을 반증하는 겁니다. 신천지와 같은 신흥종교는 특유의 종말론적 교리를 내세워 교인들에게 천상의 세계로 선택 받은 주민이란 판타지를 심어줍니다. 현세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주류로의 계급 상승을 교회에서 이루니, 교인들은 평범한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도취된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비루한 삶을 나름의 낙관으로 견디게 되는 거죠. 안타깝게도 신천지의 문제는 결국 천민자본주의와 여전히 주류사회로의 연착륙이 불가능한 한국 사회의 비극으로 봐야 합니다.


기억의 문』은 실제 집단 생활을 하는 종교 단체를 취재하면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었는데요. ‘기적도화회’ 교주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꿈의 천국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선포하지만 신도들은 교주의 말을 믿지 않죠. 천국은 신도들에게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판타지가 유지되니까요. 소설에서는 교주가 맹신에 빠져 있는 신도들과 함께 집단자살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현재의 신천지와 같은 신흥종교는 허위가 드러날 때까지 계속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교주도, 신도도 유토피아 따위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앎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류의 사회문제는 비단 신흥종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앙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를 거부하고 판타지만을 추구하는 경향은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다고 봅니다.


신작 『특별관리대상자』 이야기를 해볼게요. ‘특별관리대상자’의 뜻을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투명하고 완벽한 질서를 추구할 때 생겨나는 것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적 기율을 구축해 나가는 민주적 절차이며, 또 하나는 더 공고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적어도 겉으로는 잡음 없는 세상을 이룩하는 이른바 전체주의적 통제입니다. 안타깝게도 투명, 완벽이란 키워드를 떠올릴 때, 손쉽게 떠올리는 카드는 전체주의적 통제죠.


‘특별관리대상자’는 전체주의적이고 기계적인 방법으로 사회 메커니즘을 유지하려 할 때, 방해와 걸림돌로 여겨지는 개인을 범주화한 단어입니다. 소설 속에서 인공지능은, 지금은 어느 정도 흠결이 있는 이들을 특별관리대상자로 걸러내고 있지만, 사회가 바뀜에 따라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인에게까지 그 마수를 뻗치게 될 겁니다.


해적이 ‘특별관리대상자’를 가두는 미래아파트는 1980년대의 형제복지원과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10여 년 동안 소설을 위해 취재를 계속해오면서 오래전부터 서울시에 사설 감옥 형태의 집단조련기관이 존재한다는 증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군사독재의 학살 아이디어였던 형제복지원, 삼청교육대와 굉장히 비슷하죠. ‘미래아파트’를 사설 감옥으로 이용한다는 발상은 이 증언에서 비롯됐습니다.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함으로써 언론을 통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소설의 내용은 사실 현실의 은유인데요, 언론 자유의 퇴화, 개인 정체성의 역설적 후퇴와 같은 현상을 사설 감옥인 ‘미래아파트’가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단죄’의 욕구를 실현한다는 서영주 ㈜화인컷 대표의 추천사가 인상적입니다. 최근 신천지 교인과 중국인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이 좋지 않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사회에서 박멸해야 할 ‘특별관리대상자’처럼 여기는 듯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도 수의 70%에 달하는 2030 청년들이 다시는 신흥종교에 빠지지 않도록 신천지 슈퍼전파사건의 이면에 자리 잡은 종교적, 사회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토론하는 것은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그 현상을 분석할 수 있을 뿐이지 심판할 수 있는 권리까지 지닌 것은 아닙니다. 증오심 때문에 임의의 집단을 주적으로 삼아 심판하면서 그것을 정의의 실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민주적인 조율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절차들이 단죄와 심판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도 있고요.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기 전에 이미 남북의 긴장 관계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시스템』을 출간하셨습니다. 사회의 이면에서 움직이는 존재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2020년에 출간된 『특별관리대상자』가 소설가 주원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09년의 《시스템》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궁금합니다.


『시스템』이 출간되었던 2009년과 비교해 봤을 때, 『특별관리대상자』가 출간된 2020년의 사회는 좀 더 세련된 의미에서 개인화되고 더욱 진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회를 향한 비평의식의 실종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울러 『시스템』에 등장하는, 1970~80년대를 지배했던 반공 이데올로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혐오와 배제란 주적 개념들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그 혐오와 배제를 숙주 삼아 심판과 단죄의 욕구가 철저화된 사회를 묘사하게 되었다는 점이 『시스템』과는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특별관리대상자』의 사회처럼 완벽하게 질서 잡힌, 합리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완벽한 질서와 인간성의 상실 사이, 그 균형은 어떻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간 존엄이 희생당하는 사회가 미시적으로는 발전양상이 빠를 것 같고 질서정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 자리를 기계적 질서가 대신할 것이 우려됩니다. 완벽함, 성장, 합리적인 결과만을 불변의 목표로 설정하는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인간 존엄의 바탕인 공존과 평등의 원리에 대해 과할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영상화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영화화에 착수했습니다. 아울러 1970년대 이후 출생한 남성 세 명이 한국 사회를 헤치며 살아 온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특별관리대상자

주원규 저 | 한겨레출판


한국 사회는 갈등으로 포화상태다. 혼란이 지속되자 시스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어났고, 그 요구는 초법적 합의체인 컴퍼니를 태동케 한다. 컴퍼니의 설계자 정인구는 시스템 불온지수를 측정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한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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