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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성스러운 여성에 대한 환상, 마마무 화사

by예스24 채널예스

당당하게 빛나는 마리아

<마리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최근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발표한 솔로곡 <마리아 (Maria)>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마리아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중략)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 종교적으로 언급되는 존재인 성모 마리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이 노래 가사는 '말이야'와 '마리아'의 발음이 닮은 것을 활용해 재치있게 흥미를 돋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유희는 대중음악에서 소재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를 추구한 결과물일 뿐이다.


발음으로 만드는 언어 유희보다 더 재치 있고 유쾌한 것은 이 곡이 '마리아'라는 단어가 여성에게 투영하는 고유한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깨부순다는 데에 있다. 화사가 그려낸 마리아는 "이미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그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과 시련을 겪는다. "욕을 하도 먹어 체했"고, "외로워서 어떡해 / 미움마저 삼켰어 / 화낼 힘도 없어 / 여유도 없"다. "문란해 보이는 자극적인 옷을 입었다",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와 같은 비난 아래서 지난 시간을 보낸 화사 자신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아를 모든 여성이라고 상정할 때, 주눅 들어 있는 마리아에게 화사가 말을 건네는 것일 수도, 먼저 당당하게 빛나는 마리아가 된 화사가 아직 우물쭈물하는 중인 이들에게 건네는 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대중은 화사를 통해 그동안 생각해왔던 희생적이고 순종적인 '성녀'가 아닌, 짜증과 화를 표출하고 지루함을 느끼며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마리아를 마주할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더 이상 참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된다. 이제 화사는 "굳이 우는 꼴이 보고 싶다면 / 옜다 눈물"이라며 무대 위에서 피식 웃는다. 뮤직비디오에서 화사는 이미 정신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과거의 자신을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피로 난장이 된 만찬을 즐기고, 예수가 썼다는 가시덤불관을 연상시키는 은빛 가시왕관을 차지한다. 언제든 당당하게 걸어 나올 수 있게 자신의 앞뒤를 가로막은 것들을 자를 날카로운 가위도 손에 쥐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걸그룹에 씌워진 몇 가지 일관된 프레임을 함께 걷어냈던 마마무 멤버들이 등장해 꽃다발을 건네고 그를 축하하기까지 한다. 이 모습은 한층 상징적이다. 여성에게 꽃을 건네고, 애정을 표시하며 응원을 건네는 대상 또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 하나로 화사는 자신의 편이 누구인지 확실한 사인을 던지면서 비디오를 마무리한다.

<마리아> 티저 사진

이런 모든 직간접적인 상징들이 일부 대중에게는 불편한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동안 화사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요구돼 왔던 여성의 성적 순결과 여성의 입지 등에 관한 수많은 얘깃거리를 던진다. 여전히 수동적이거나 성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직업군의 여성이 남성을 위한 연애와 결혼 상대로 꼽히고,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죽은 연인의 이미지가 긴 머리의 우아하고 신비로운 여성들로 가득한 2020년에도 통한다는 뜻이다. 입으로는 여성의 권리가 동등하다고 얘기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압박하는 성스러운 이미지의 남발이 이뤄지는 아래서 화사는 이 노래를 발표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또 욕을 하고 인상을 찌푸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낼 것이다. 마마무 멤버들이 그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와 함께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 바깥으로 달려 나온 여성들이 이미 많으니까.

 

글 | 박희아

 


 

화사 - 미니앨범 1집 : Maria

화사 | (주) 카카오 M / RBW

 

대체 불가 에너지의 ‘화사’, 화려한 솔로 컴백. 너를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마리아 (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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