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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판소리 가수의 트로트 성공기!

by예스24 채널예스

바야흐로 트로트의 시대다. 가슴속에 있는 슬픔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그 ‘깊은 맛’에 전 국민이 동화되어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추고, 눈물을 흘리고, 다시 웃음 짓는다. 트로트는 한국인들의 ‘한’을 ‘흥’으로 승화하여 표현해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쩌다, 트로트』는 트로트의 ‘깊은 맛’을 쏙 빼닮은 소설이다. 삼대째 이어진 판소리 명창 가문에서 태어나, 가족을 등지고 떠난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가슴에 꽁꽁 묻어 두었던 주인공 지수가 슬픔을 직면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춤추는 가얏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재희 작가가 트로트라는 뜨거운 소재를 이야기하게 된 계기는 무얼까? 판소리와 트로트, 전통과 현대를 한데 담아낸 박재희 작가와 나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명창 집안’에 태어난 ‘뽕짝 가수 지망생’, 부모님 세대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내용이 참 독특하고 참신해 보여요. 국악을 오래 하셨는데, 트로트라는 소재를 담아낼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트로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원래 노래를 좋아해요. 조명 번쩍거리고 반주 시끄러운 노래방은 안 좋아하지만, 노래와 가사는 참 많이 좋아합니다. 요즘 티브이 채널마다 나오는 트로트는 한국인이 본디 한의 민족, 흥의 민족, 멋의 민족임을 증명해 주기도 합니다. 진도 다시래기, 경상도 대울을 보세요. 초상집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민족은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그 흥과 멋이 참 좋아요.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개성이 넘치는데요. 지수는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꿈을 관철하고, 선재는 오래 몸담아온 판소리 대신 새로운 꿈으로 나아가며, 빛나는 모든 음악에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잖아요. 작가님께서는 이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셨나요?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국악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민요, 산조가 나올 때는 졸던 아이들이 사물놀이가 나오자 눈을 번쩍 뜨고는 장단에 따라 온몸을 움직이더군요.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순수함이 큰 장점이에요. 고전음악, 민요, 재즈, 트로트 등 장르를 나누기 전에, 먼저 마음에 닿는 음악을 잡아서 끝까지 파고드는 고집이 있었으면 했어요. 


지수가 가족을 저버린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했다가 무대에서 「아버지」를 부르며 이해하고 용서하기까지, 그 감정의 흐름이 참 공감 갔어요. 지수의 아버지라는 인물, 그리고 지수가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님께서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참 가슴 아픈 부분이지요.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겠어요. 모든 아이들은 인정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부모가 모두 있는 아이도, 한 부모만 있는 아이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부모님이 한 명뿐인 아이들은 종종 자신이 흔들리는 이유를 없는 부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요. 탓을 하면서 아이는 세상을 자꾸 비뚤어지게 봐요. 그런 아이가 음악을 벗 삼아 곧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고독한 예술을 하다가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세상을 떠난 지수 아버지의 이야기는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이수자인 작가님이 평소 보고 느낀 감정들이 있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 같습니다. 우리가 전통문화를 대할 때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도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절실합니다. 전통예술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 중 몇몇은 그에 대한 편견이 심합니다. 지수의 비뚤어진 마음 못지않게 말이지요. 크고 깊은 전통의 세계는 된장, 고추장과 같아서 어느 정도 맛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르면 낯설 수밖에 없어요. 자주 들으면서 친해져야지요.


『어쩌다, 트로트』에는 아이들의 꿈, 자살유가족의 아픔, 외면받는 전통문화 등 많은 이야깃거리가 등장하는데요. 작가님께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잘 표현하고자 애쓰신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넘어지려는 아이를 부축하는 일이지요. 피 흘리며 고통받는 아이에게 무턱대고 “괜찮아”라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흐르는 피를 멎게 하는 게 어른의 일입니다. 어떻게? 아이를 더 사랑해야지요. 무조건 더, 더, 더.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말고, 아이들의 피를 닦는 일에 어른들이 더 적극적이어야 해요.


요즘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꿈이 없는 아이들이 참 많지요. ‘명창의 아들’이라는 타고난 운명 대신 자신만의 꿈을 지키고 나아가는 지수를 보며, 꿈이 없는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울림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꿈이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방황도 아이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파고드는 고집 못지않게, 또 다른 꿈을 발견하는 게 특권이지요.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발견하기 전까지는 방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자신의 꿈을 찾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


『어쩌다, 트로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또, 앞으로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민요 가수가 트로트 가수로 성공할 수 있는 너그러운 세상, 다양성을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어쩌다, 트로트』는 판소리 가수의 ‘트로트 가수 성공기’쯤 되지 않을까요? 박물관에 가만히 전시되어 있는 명품을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책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겁내는 아이들이 작가의 꿈을 꾸도록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작품도 궁리 중입니다.

박재희

충북 제천출생으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최옥삼 류 이수자이다. 1989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춤추는 가얏고'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단편소설집 『양구』, 장편소설 『더러운 사랑』, 장편동화 『대나무와 오동나무』, 어린이 정보책 『우리 음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흥과 멋이 묻어나는 전통음악』 『단소교실』 『가야금 교본』『징을 두드리는 동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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