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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환자가 오면 한번은 웃고 돌아가게 하고 싶어요

by예스24 채널예스

30분 대기 끝에 어렵게 만난 의사, 하지만 제대로 된 질문 한 번 못해보고 3분도 안되어 끝나는 진료와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약 처방만 받고 병원 문을 나선 기억. 병원을 다녀본 이라면 한 번쯤은 있을 만한 경험이다. 그런데 여기 환자와 대화 나누는 시간이 즐겁고 좋다는, 심지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좀 수상하고 재밌는 한의사가 있다.


『우리 동네 한의사-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이하『우리 동네 한의사』) 저자 권해진 한의사의 이야기다. ‘사람을 참 좋아하는 한의사’, ‘환자 말을 잘 들어주는 한의사’로 많은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몸을 넘어 마음까지 살피는 그가 이번에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기로 했다.  

책 제목이 『우리 동네 한의사』예요. 평소 ‘동네 한의사’, ‘동네 주치의’라고 본인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환자들에게 어떤 병이든 편하게 물어보러 오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1차 의료기관이 동네 사람들, 우리 이웃의 ‘주치의’(동네 의원 중 의사를 정해 두고 진료를 받는 제도)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늘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 설명을 해드리고, 꼭 한의원이 아니더라도 더 적합한 병원과 검사가 있는지 같이 의논해요. 저부터 ‘동네 주치의’가 되어 보려 노력하는 거죠.


책에서 '진료보다 수다'라는 말이 참 재밌게 느껴졌어요. 병원은 보통 바쁘잖아요. 그간 다녔던 많은 병원과 진료실에선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원장님은 좀 다르게 환자들을 대하시는 것 같아요.


환자가 오면 한번은 웃고 돌아가게 하고 싶어요. 병의 아픔을 잊는 방법의 하나로 웃기만큼 좋은 것은 없거든요. 환자를 웃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보니 일단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자연스레 집안 사정이나 요즘 사회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죠. ‘진료보다 수다’는 환자 한 분이 “아픈 이야기보다 수다를 늘어놓았네요.”라고 하시는데 제가 “진료보다는 수다가 스트레스가 풀리죠.”라고 했던 말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저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종일 듣는 것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피로 누적이 덜해요. 환자를 위해서 나눈 수다지만 저를 위한 대화이기도 합니다.


위의 질문과 조금 연결될 것 같은데요. 책에 보면 한의사를 꿈꾸는 중학생에게 ‘사람을 좋아해야 한의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시던데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치료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병원이라는 곳은 아파야 옵니다. 아픈 사람들 대부분은 통증 때문에 짜증을 내게 되지요. 의사도 &squo;아프다’는 말과 짜증을 종일 들으면 사람이라는 존재가 싫어질 수 있어요. 나아지지 않아서 계속 힘들어 하는 환자를 보면 자신의 실력을 자주 탓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환자를 지속해서 보기 힘들어하는 의사들이 많아요.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짜증도 이해되지 않을까요.


사실 한의학이 양의학보다 조금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긴 해요. 그런데 원장님 글을 통해 지압법이나 한약에 대한 정보나 팁을 얻고 나니 벽이 낮아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평소 환자들에게 많이 질문받는 것들을 토대로 한 것일까요?


상담 끝에 항상 제가 ‘더 질문 있으세요?’라는 말을 꼭 하거든요. 그러면 제가 생각했던 것과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다르더군요. 그래서 그에 대한 대답을 찾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서 쉽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원장님은 환자들에게 무조건 침 치료나 한약 처방을 권하진 않으세요. 오히려 양의학을 믿지 못해 한의원에 왔다는 환자들을 달래서 내과나 외과, 급할 때는 응급실을 권하기도 하고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환자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급성으로 뼈가 부러진 사람을 제가 침으로 고치겠다고 잡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양방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는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서 보내는 편이에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하는 셈이죠. 반면 만성 질환이어서 양방에서 양약을 오래 드신 분이나 물리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한방치료를 더 권장하는 편입니다.


정말 치료하기 어려워서 돌아가라고 한 환자나, 굉장히 인상 깊어서 마음에 오래 남는 환자 이야기가 궁금해요.


다행히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워서 돌아가라고 한 적은 없네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치료할 수 없는 범주의 환자에게는 양방의 어느 과로 가라고 조언을 하지요. 제가 치료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 환자는 검사를 권장하고요. 마음에 오래 남는 환자분들은 책 속에 이야기로 담았답니다.


지금까지 동네에서 따뜻한 한의사로, 독서모임의 열성 회원이자 글 쓰고 강연하는 북러버로 살아왔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그리고 『우리 동네 한의사』를 읽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평생 책과 함께 한 분들이 많아서 북러버라는 표현은 좀 쑥스러운데요. 10년 동안 독서모임 분들과 열심히 읽었고 그사이 글을 조금씩 썼네요. 앞으로도 여전히 읽고 조금씩 쓰면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내년부터는 <작은책>이라는 잡지에 다시 연재하게 됐어요. 독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책에도 언급했지만 단골 미용실이 있다면 단골 서점도 만드시고 단골 동네병원은 더욱더 꼭 만드시길 바랍니다.

*권해진

대구한의대를 졸업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교하’에서 작은 동네 한의원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연년생 아들딸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오면 소생한다’는 뜻을 가진 한의원 이름은 한문고전을 가르쳐 준 서당 선생님께서 지어 주셨다. 한의원 이름처럼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자기 건강을 이야기하고 나을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좋아해서 한의원에 ‘교하도서관의 서재’를 마련해 두었다.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하는 책모임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책을 읽다 보니 환자들과 만난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었다. 깨끗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 텃밭을 가꾼다.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으로 지역사회 활동도 꾸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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