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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저자 인터뷰

무당은 진작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이었다

by예스24 채널예스

손님들이 직업에 대해 고민할 때도 자주 하는 말인데, ‘직업이란 나의 업을 직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21.09.06)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무당’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오방색 천 자락이 드리운 신당에 앉아 쪽 찐 머리에 귀신처럼 치켜 올라간 눈초리로 사람을 쏘아보는 여자. 그러나 『신령님이 보고 계셔』의 저자 홍칼리가 보여주는 ‘요즘’ 무당의 모습은 이와 사뭇 다르다.


홍칼리는 무당이지만 무당이기만 하진 않다. 글을 쓰고, 반려견 ‘커리’를 돌보고, 사회문제를 성실하게 공부하며, 인간 아닌 동물의 삶까지 존중하고자 비거니즘을 말한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무당계’의 노동 착취를 단호하게 지적하고, 관습적으로 ‘여자 사주’, ‘남자 사주’로 구분된 사주풀이도 거절한다. 인생의 정해진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선택지를 찾기 위해 우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다정히 청한다. 미디어 속 무당의 이미지를 넘어, 돌봄을 나누며 살아가는 지구 구성원으로서의 신명 나는 일상을 이 책에 솔직하게 담았다.

2019년에 내림굿을 받으셨죠? 무당 홍칼리로서는 첫 책인데 어떠셨나요?


무당이 되기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저를 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졌어요. 무당이 되었다고 하면 무척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처럼 여겨지고, 저를 걱정하는 시선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왜 무당은 이런 이미지를 입게 되었을까. 구체적인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으면 대상화되기 쉽잖아요. 미신적인 존재, 한 많은 존재, 사기꾼, 무서운 여자, 마녀 같은 정보에 대항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무당에 묻은 편견을 덜어내는 데 제 몫의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무당도 이 지구의 구성원이고 이웃이고 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 정말 신령님이 보고 계신 것처럼 출간 과정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알고 있어요. 


편집자님을 만나서 처음 한 일이 편집자님과 저의 궁합을 보는 일이었어요. 저와 편집자님 둘 다 활활 타오는 불 기운, 달리는 말의 기운이라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어요. 출간일도 점을 봐서 정했어요. 신령님이 8월 28일로 점지해주셨는데, 이 날짜는 회문수거든요. 회문수란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숫자를 의미해요. 828, 거꾸로 읽어도 828. 나비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지는 형상이라 많은 문화에서 회문수를 길하다고 봐요. 그래서 이날로 출간일을 정했어요. 이후에도 종종 점을 봤어요. 여러 표지 디자인 중에 어떤 것을 최종으로 택할지도 점을 봤는데, 신령님의 말을 모두 따른 건 아니랍니다. 제목을 정할 때는 편집자님의 감각을 따랐어요. 편집자님이 제목은 여덟 글자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탄생한 제목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예요. 내 안의 신성이 늘 나를 보고 있다는 따뜻한 제목이라고 느껴요. 


프롤로그에 “무당은 진작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이었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글을 보면서 무당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당 홍칼리의 직업관을 들려주신다면요?


손님들이 직업에 대해 고민할 때도 자주 하는 말인데, ‘직업이란 나의 업을 직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의 업을 직조한다는 건 다른 말로 내 삶의 서사를 재해석하며 나아가는 걸 뜻해요. 그러니 직업은 내가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싶은 역할 옷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무당은 그 무게가 다른 직업에 비해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저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무당이라는 직업을 수행했는데요. 지금은 저를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노동시간을 정해두고, 직업적 역할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자기 돌봄 시간을 가져요. 제가 저 자신을 채찍질하면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그런 기운을 고스란히 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라도 저 자신에게 넉넉해지려고 노력해요. 


남성 중심적인 사주풀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자연이나 비인간 동물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씀이 새로웠습니다. 페미니즘, 비거니즘과 무속신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페미니즘과 비거니즘, 무속신앙은 ‘나’라는 존재의 범위가 넓어진 세계관을 의미한다고 느껴요. 무당이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엉엉 우는 것과 비인간 동물과 지구의 고통에 공감하며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마음, 차별과 소외를 겪는 다른 몸들과 연대하려는 마음, 이 모든 게 ‘영성’이라고 믿어요. 다른 말로는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겠죠. 또, 만물에는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작아 보이는 사물에도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고 귀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저는 무당이 만물과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그 연장선에 비거니즘과 페미니즘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내 영혼의 나이에 따라 삶의 리듬이 달라지는 법이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리듬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영혼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고유한 자신의 영혼의 나이가 있거든요. 몸의 나이와 다를 수도 있고 시간이 간다고 더 나이 들지 않아요. 그런데 10대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어야 하고, 20대가 되면 대학을 가야 하고 30대가 되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기준들이 있잖아요. 그 기준에 자신을 구겨 넣느라 자신의 리듬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고유한 영혼의 리듬대로 살아가면 되는 건데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내 영혼의 나이는 몇 살일까 질문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게 되면 좋겠어요.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이유대로 걸어갈 수 있게요.  


『신령님이 보고 계셔』에는 독자 추천사가 함께 실려 있어요. 출간 전에 미리 독자들을 만나셨다고요.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위즈덤하우스에서 ‘SSA 비밀요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블라인드 사전 서평단을 진행했어요. 전에 썼던 책들은 제 상처를 게워내는 이야기이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답장을 바라지 않고 속에 있던 이야기를 뱉어내듯 썼거든요. 이번에 나온 『신령님이 보고 계셔』는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쓰게 됐어요. 그 편지에 답장을 받은 느낌이라 벅찼어요. SSA 요원분들이 보내준 답장 편지를 읽으면서 펑펑 울었어요. 이렇게 공명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큰 용기와 영감이 돼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제가 무당이 되기 전에 점집을 찾아갔던 이유는 어떤 확신을 얻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내가 이대로 대책 없이 살아도 괜찮은 건지, 내 느낌이 맞는 건지 알고 싶었어요. 이 책이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우리는 모험과 미지를 따라가는 걸 위험한 일이라고 배우며 자라잖아요. 저는 대책 없이 인생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응원해요. 그런 상상력과 용기를 응원하고 연대하는 자리에서 계속 제 몫의 이야기를 표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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